경기 침체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정이 넘치는 곳이 있다. 젊은 창업자들이 이끌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이다. 투자시장 위축도 이들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1990년대생 유망 스타트업 대표들의 새해 각오를 한국경제신문이 들어봤다.
"스타트업 빙하기라고요?…매출도 고객사도 더블로 키울겁니다"

“레드카펫 타고 날아오르겠다”

“2022년은 클라썸 앞에 레드카펫이 깔렸고, 그 위를 잘 걸어갔던 것 같아요. 2023년은 이 카펫을 타고 날아오르는 해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채린 클라썸 대표(1996년생)는 올해 목표를 이렇게 말했다. 클라썸은 2018년 창업한 에듀테크(교육기술) 스타트업이다. 교육 및 지식 공유 플랫폼을 대학과 대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클라썸은 올해 미국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미국 사용자 수를 늘리는 데 집중해 왔다면 올해는 매출 같은 실질적 성과로 연결시킬 시기”라며 “차근차근 준비하다 보면 더 큰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서울로보틱스의 이한빈 대표(1991년생)는 “올해는 뭐든 ‘더블’이 되는 해가 되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매출, 고객사 등을 모두 작년보다 두 배로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2017년 설립된 서울로보틱스는 3차원(3D) 라이다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기술(ATI)’을 개발해 독일 BMW에 제공하기도 했다. 올해는 추가로 고객사를 최소 한 곳 이상 늘릴 계획이다. 이 대표는 “먼 미래를 보는 사업보다 현실적 접근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실험하듯 신속히 확장해 나가야”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마크비전의 이인섭 대표(1990년생)는 올해 경기 침체 우려에도 공격적으로 회사를 키울 계획이다. 마크비전은 온라인 시장에서 각종 ‘짝퉁’을 찾아내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난해 118개국 1500개 온라인 플랫폼에서 2100만 개 이상의 위조품을 찾아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도 고객사다.

이 대표는 “올해는 고객사의 지식재산권(IP) 생성, 관리, 보호, 라이선싱 업무까지 지원하는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후배 창업자들에게 “실험실에서 실험하듯 빨리 실행하고 결과를 확인하면서 사업을 신속히 확장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1990년생)는 올해 회사의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크리에이트립은 한국을 좋아하거나 여행하는 외국인을 위한 플랫폼이다. 한국 여행 서비스부터 한국 상품 역직구(해외 소비자가 국내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것), 유학 중개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임 대표는 “코로나19로 줄었던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할 것”이라며 “여행 상품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환전 등 신사업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개인적으로는 일본어 공부를 목표로 세웠다.

비대면 의료 플랫폼 닥터나우는 지난해 누적 이용자 수 800만 명을 넘어섰다.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1997년생)는 올해 회원 300만 명과 제휴 의료기관 수 5000곳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금보다 두 배 많은 규모다.

장 대표는 보통 오전 10시에 출근해 밤 12시를 넘겨 퇴근한다. 주말에도 쉬지 않는 편이다. 그는 “아직 젊어서 남는 게 체력”이라며 웃었다. 그럼에도 분기마다 뮤지컬 한 편씩을 보는 게 목표다. 장 대표의 유일한 취미다.

김주완/고은이/이시은/최다은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