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가 지난해 말 서울 성수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를 전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김효주가 지난해 말 서울 성수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를 전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어느덧 중견이 된 여자골프 세계랭킹 9위 김효주(28)의 헤어 스타일은 11년 전 프로 데뷔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머리카락 끝이 목을 넘어가지 않는 단발. 평생 외모에 가장 많이 신경 쓸 때라는 10~20대를 김효주는 그렇게 남자 같은 머리로 났다.

그래서 지난달 29일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을 때 머리 얘기부터 물었다. 단발을 고집하는 이유가 뭐냐고. 보다 여성스럽게 꾸밀 계획은 없냐고. 김효주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런 답을 내놨다. “오늘도 드라이 안 하고 ‘자연 바람’에 머리를 말리고 나왔어요. 머리를 기르면 소위 ‘스타일링’을 해야 하는데…. 머리를 매만지는 데 들일 시간과 힘이 있다면 연습을 더 하거나 차라리 쉬는 게 낫지 않나요?”

김효주는 평생 골프만 쳤다. 6세 때 잡은 골프채를 아직도 놓지 않고 있다. 골프가 질릴 만도 한데, 여전히 좋단다. 머리를 다듬고, 멋 부릴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스트레스도 골프로 푼다고 했다.

“예전에는 시즌이 끝나면 한 달 동안 골프채를 꺼내지 않았어요. 요즘은 쉴 때도 골프를 칩니다. 주변에 골프 치는 친구가 늘면서 저도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특히 스크린 골프를 좋아하는데, 1주일에 5~6번 칩니다. ‘베스트 스코어’는 11언더예요. 친구들이 G투어(골프존이 주최하는 스크린골프투어)에 나가라고 성화예요. 하하”

성격도 골프와 어울린다고 했다. 김효주의 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는 ‘ESFP’다. 이 유형은 ‘사교적이고 활동적이며 수용력이 강하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풀이된다. 김효주는 “친구들이 내 MBTI와 골프 스타일이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한다”며 “미스 샷이 나와도 안타까워하기보다는 다음 샷을 어떻게 칠지 생각한다. 뒤끝 없이 오래 고민 안 하는 성격이 골프와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얼마 전 국내 골프계를 휩쓴 ‘결혼 러시’도 그에겐 남의 얘기다. 작년 말 동갑내기인 김시우는 톱랭커 중 한 명인 오지현(27)과 짝이 됐고, 임성재(25)와 리디아 고(26)도 가정을 꾸렸다. 선배 박인비(35)는 출산을 앞두고 있다. 김효주는 “주변 사람들이 연이어 결혼하는 걸 보고 ‘나도 해야 하나’란 생각이 들었지만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며 “내가 내린 결론은 ‘아직은 결혼하기엔 이르다. 골프 선수로 이뤄야 할 게 많이 남았다’였다”고 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김효주는 여자 골퍼가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해본 선수다. 2012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우승했고, 2014년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에비앙챔피언십 트로피도 품에 안았다. 2016년부터 5년 넘게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하면서 ‘한물간 천재’란 비아냥을 들었지만, 2021년과 2022년 연속으로 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을 거머쥐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렇게 KLPGA 14승과 LPGA 5승을 쓸어 담았다.

그가 세운 2023년 목표는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그중에서도 US여자오픈 우승이다. 김효주는 “올해 US여자오픈이 내가 좋아하는 코스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서 열린다”며 “훌륭한 코스에서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US여자오픈에서 커트 탈락했지만, 다른 4개 메이저대회에선 공동 15위 이상의 성적을 냈다. 김효주는 “LPGA투어에선 한 번도 못 해본 ‘다승’을 하는 것이 목표”라며 “비시즌에 잘 준비해 좋은 성적을 내보겠다”고 다짐했다.

김효주는 근력을 키우기 위해 비시즌인 요즘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일 두 시간 이상 할애하고 있다. 그는 다음달 23일 태국에서 열리는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새 시즌을 시작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