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지지 여부 따라 집권 4년 전망 '극과 극'…분열 양상 고스란히
[르포] "브라질, 룰라, 내 미래 기대" vs "베네수엘라처럼 망할듯"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7) 대통령이 3번째 공식 임기를 시작한 1일(현지시간), 그의 취임식을 지켜본 브라질 국민 반응은 예상대로 '극과 극'이었다.

'50.9%(룰라 대통령)와 49.1%(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로 양분된 지난해 10월 대선 결선 득표율이 방증하듯, 룰라 정부 향후 4년에 대한 전망은 룰라 지지 여부에 따라 장밋빛과 먹구름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펠리페 페레이라(33) 씨는 "오늘 취임식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룰라 대통령이 전임자를 비방하거나 우파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지 않고, 앞으로의 방향성만 제시했다는 것"이라며 "브라질 미래를 다 함께 준비할 수 있는 행사였다"고 극찬했다.

그는 그러면서 "보우소나루는 유치하게 미국으로 날아가서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런 건 더는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르포] "브라질, 룰라, 내 미래 기대" vs "베네수엘라처럼 망할듯"
발레리아 시우바(44) 씨도 룰라 대통령이 각국 인사들과 악수하며 축하받는 모습을 회상하며 "이제야 브라질이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아서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는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그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불참 덕분에 대통령 띠 전달식이 더 멋진 이벤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팡가했다.

"여러 국민들 손을 거쳐 건네진 대통령 띠는 우리나라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명장면"이라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대학생 오미라 마리아(22) 씨는 "내 나라와 룰라 대통령, 그리고 내 미래까지 모두 궁금하다.

물론 긍정적일 것"이라며 1·2기 룰라 정부(2003∼2010년) 때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를 받는 교육·복지 정책 재도입에 큰 기대를 걸었다.

반면 수지 포비제르(65) 씨는 "취임식? 그런 거 안 봤다"며 "그렇게 부패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 놓다니 앞으로 4년이 걱정"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겨우 잡아놓은 부패 척결의 틀을 부수고 말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그는 "내 조국 경제와 미래가 베네수엘라처럼 파탄하는 것은 아닐까 심히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르포] "브라질, 룰라, 내 미래 기대" vs "베네수엘라처럼 망할듯"
아마존 마나우스 지역 한 주민(58)은 "환경 보호도 좋지만, 먹고 사는 게 더 큰 문제 아니냐"며 "혹시나 아마존 경계까지 개발을 못 하게 다 막아 놓으면 이 지역 주민들은 다 강에 가서 물고기 잡아먹으면서 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푸념했다.

국론 분열 과제와 여소야대 의회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호즈마리 후지스카(62) 씨는 "우파 성향 의원이 과반이어서, (룰라 대통령이) 정책을 펼치는 데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완전히 갈라진 국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