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 쏟아진 새해 첫날…"올해 新냉전의 시대 열린다" [글로벌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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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올해가 신 냉전의 변곡점"
냉전 전략 빼다박은 미국의 중국 압박
포자르 "중국은 달러화 패권 붕괴 노려"
냉전 전략 빼다박은 미국의 중국 압박
포자르 "중국은 달러화 패권 붕괴 노려"
새해 벽두부터 침울한 전망이 쏟아졌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사진)는 올해 경제 전망에 대해 "지난해보다 더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주요 국가들이 경기 둔화라는 늪에 빠질 거란 이야기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각 회원국에 “세계 연기금들은 올해 유동성 위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자산을 매우 신중하게 운용해야 한다”고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암울한 데다 위험성도 큰 미래가 펼쳐질 거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옵니다.
퍼거슨 교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를 거쳐 하버드대 교수를 지냈으며 스탠퍼드대 후버 칼리지 선임연구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둠> <문명> 등을 집필해 세계적인 경제사학자라는 명성을 얻었습니다. 지난해 1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러시아의 침공을 수차례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퍼거슨 교수는 세계 흐름이 변하는 동시에 세계대전에 대한 위험성이 커질 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러시아 등 반(反)서방 세력이 세계 2차대전의 추축국처럼 동유럽과 동아시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쟁을 일으켜도 미국 등 서방국가가 이를 억제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현재 패권은 미국이 쥐고 있지만 지정학적 위험성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매년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지출해서 ‘천조국’이란 별칭을 얻는 미국이 왜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걸까요. 미국은 냉전 시대 소련을 제치며 20세기의 제국으로 군림했는데도요. 문제는 과거에 썼던 전략을 반복하려는데 있습니다.
냉전 시대에 미국은 우월 전략을 세웠습니다. 자유주의 세계를 지키려 강력한 동맹을 조성했고, 국방, 우주 등 첨단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 몰두했습니다. 서방국가의 강력한 동맹을 구축한 뒤 기술 우위를 함께 누리는 것. 이같은 전략을 퍼거슨 교수는 미국의 ‘냉전 전략’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결국 미국은 소련을 꺾었습니다.
근데 지금 상황과 묘하게 비슷합니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냉전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강력한 동맹을 구축하고 적국의 기술 역량을 약화하는 것입니다. 현재 백악관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일본, 네덜란드 등 동맹국과의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동맹을 짜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과 대만, 한국도 포섭하려 합니다.
중국이 내건 반도체 굴기의 싹을 자르려는 전략입니다. 퍼거슨 교수에 따르면 역사를 통틀어 권력의 주요 원천은 정보와 통신에서 나옵니다. 두 가지 요소를 증대하는 힘은 반도체에서 나옵니다. 상대적으로 군사 전력이 앞서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는 이유도 첨단 무기가 부족해서입니다. 미국이 제공한 로켓 시스템과 위성 시스템 탓에 열세에 놓였다는 평가입니다.
두 번째는 희토류입니다. 중국은 첨단 기술의 필수 원천인 희토류를 대량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희토류 17종 광물 매장량은 세계 70%가량을 차지합니다. 중국이 만약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에 수출 제한을 시행한다면 반도체, 태양광, 전기차 산업이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 산업 구조입니다. 과거와 달리 미국은 더 이상 제조업 세계 1위가 아닙니다. 자유 무역 체제를 도입한 뒤 세계 최대 수입국으로 변모했습니다. 전쟁으로 무역 흐름이 끊기게 되면 자급자족할 수 있었던 20세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국의 피해가 불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런 이유로 백악관이 더 신중하게 안보 전략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만약 중국 당국이 자신들의 처지가 1941년 일본과 비슷하다고 인식하게 되면 전쟁 위험이 걷잡을 수 없이 증대될 거란 주장입니다.
당시 미국은 일본을 경제적으로 압박했습니다. 일본 군부는 미국을 상대로 선제 타격을 선택했고 미일 간 태평양 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궁지에 몰린 중국의 광기는 이보다 더 위험할 거란 지적입니다.
중국의 행보에 대해 흥미로운 해석이 등장합니다. 졸탄 포자르 크레디트스위스(CS) 전략분석가는 지난달 중국이 미국 달러화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와 밀월관계를 맺고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을 조성할 거란 이야기입니다.
포자르는 월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장 분석가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미국 재무부와 중앙은행(Fed)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통찰력 있는 분석 보고서(‘글로벌 머니 디스패치’)를 발간하고 이 보고서는 ‘월가의 필독서’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포자르에 따르면 중국이 노리는 건 페트로-달러 체제의 붕괴입니다. 세계의 원유를 모두 미국 달러화로 결제하는 시스템입니다. 사우디와 OPEC(석유수출국기구)은 석유 거래를 달러로만 결제하며 미국의 달러 패권을 유지해 주고 미국은 그 대가로 사우디 왕가에 안보를 약속했습니다.
1970년대 세워진 ‘석유는 무조건 달러로 사야한다’라는 철칙은 깨진 적이 없습니다. 이란, 북한, 이라크, 리비아 등이 도전했지만 처참히 무너진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균열의 조짐이 지난해부터 보였습니다. 지난해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증산을 요청하려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습니다. 그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주먹 인사만 나눴습니다. 3개월 뒤 OPEC+는 감산을 결정합니다. 대놓고 바이든의 뒤통수를 때린 셈입니다.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사우디를 찾았습니다. 바이든과 달리 국빈 대접을 받으며 환대받았습니다. 중국-걸프협력회의(GCC)도 개최하며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홀대받은 바이든과 환영받은 시진핑. 이 둘을 대하는 빈 살만의 태도에서 달라진 국제 정세가 드러났습니다. 포자르 전략가는 이 모습을 보고 "시진핑은 중동 국가들과 함께 '페트로 위안'을 구축하려 한다"고 내다봤습니다.
중국은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GCC 회원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양을 더 늘리고, GCC 국가는 위안화를 받을 거라는 전망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미 2016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은 페트로-위안 체제를 논의했습니다. 셰일 가스 혁명으로 원유 수입국 1위 자리를 중국이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해 반(反)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으로 인해 사우디와 미국 사이가 냉랭해지지자 중국이 파고들었습니다.
2018년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상하이 국제 에너지 거래소에서의 위안화 표시 에너지 선물 계약을 발표했습니다. 또 2016년부터는 상하이 거래소와 홍콩 거래소에서 위안화를 금으로 바꿀 수 있게 했습니다. 중동 산유국들이 위안화를 처분하고 싶다면 중국 거래소에서 금으로 바꿀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준 겁니다.
지난해 가장 많은 금을 매집한 곳이 중국으로 추정됩니다. 세계 금 협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금융기관이 매입한 금의 양이 673t에 달했습니다. 1967년 이후 55년만에 최대치입니다. 지난해 3분기에만 각국 중앙은행이 400t 규모의 금을 사들였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금 비축량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11월 32t 매입을 발표한 게 전부입니다. 약 18억달러(약 2조원)어치입니다. 하지만 업계에선 중국이 최소 200t은 사들였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귀금속 거래 업체 MKS PAMP의 니키 실스 애널리스트는 “중국 인민은행이 32t만 구매했다면 지난달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75달러 정도 하락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11월 금 가격이 상승세를 탔던 것을 감안하면 중국의 실제 금 매입량이 훨씬 더 많았을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시점이 묘합니다. 지난해 '킹달러'라 불렸던 달러화 가치는 가라앉았고, 금값은 트라이온스당 1800달러선까지 회복했습니다. 세계의 기축통화로 불리던 달러의 위상이 지정학적 위기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올해 전문가들이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어떻게 번질 지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각 회원국에 “세계 연기금들은 올해 유동성 위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자산을 매우 신중하게 운용해야 한다”고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암울한 데다 위험성도 큰 미래가 펼쳐질 거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옵니다.
올해는 新냉전의 출발점
경제 전망과 더불어 세계사의 흐름이 변곡점에 놓였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올해 미국과 중국이 펼치는 신(新)냉전이 수면 위로 드러날 거란 예견입니다. 세계적인 경제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 교수가 내놓은 관측입니다.퍼거슨 교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를 거쳐 하버드대 교수를 지냈으며 스탠퍼드대 후버 칼리지 선임연구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둠> <문명> 등을 집필해 세계적인 경제사학자라는 명성을 얻었습니다. 지난해 1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러시아의 침공을 수차례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퍼거슨 교수는 세계 흐름이 변하는 동시에 세계대전에 대한 위험성이 커질 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러시아 등 반(反)서방 세력이 세계 2차대전의 추축국처럼 동유럽과 동아시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쟁을 일으켜도 미국 등 서방국가가 이를 억제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현재 패권은 미국이 쥐고 있지만 지정학적 위험성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매년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지출해서 ‘천조국’이란 별칭을 얻는 미국이 왜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걸까요. 미국은 냉전 시대 소련을 제치며 20세기의 제국으로 군림했는데도요. 문제는 과거에 썼던 전략을 반복하려는데 있습니다.
냉전 시대에 미국은 우월 전략을 세웠습니다. 자유주의 세계를 지키려 강력한 동맹을 조성했고, 국방, 우주 등 첨단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 몰두했습니다. 서방국가의 강력한 동맹을 구축한 뒤 기술 우위를 함께 누리는 것. 이같은 전략을 퍼거슨 교수는 미국의 ‘냉전 전략’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결국 미국은 소련을 꺾었습니다.
근데 지금 상황과 묘하게 비슷합니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냉전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강력한 동맹을 구축하고 적국의 기술 역량을 약화하는 것입니다. 현재 백악관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일본, 네덜란드 등 동맹국과의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동맹을 짜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과 대만, 한국도 포섭하려 합니다.
중국이 내건 반도체 굴기의 싹을 자르려는 전략입니다. 퍼거슨 교수에 따르면 역사를 통틀어 권력의 주요 원천은 정보와 통신에서 나옵니다. 두 가지 요소를 증대하는 힘은 반도체에서 나옵니다. 상대적으로 군사 전력이 앞서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는 이유도 첨단 무기가 부족해서입니다. 미국이 제공한 로켓 시스템과 위성 시스템 탓에 열세에 놓였다는 평가입니다.
소련과 다른 중국의 힘
패권을 지키기 위한 신냉전 전략이 먹힐까요. 퍼거슨 교수는 소련과 중국은 다르다고 분석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세계 반도체 업계가 대만 TSMC에 대해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지난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TSMC가 만약 중국의 침공으로 파괴되면 쉽게 대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두 번째는 희토류입니다. 중국은 첨단 기술의 필수 원천인 희토류를 대량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희토류 17종 광물 매장량은 세계 70%가량을 차지합니다. 중국이 만약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에 수출 제한을 시행한다면 반도체, 태양광, 전기차 산업이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 산업 구조입니다. 과거와 달리 미국은 더 이상 제조업 세계 1위가 아닙니다. 자유 무역 체제를 도입한 뒤 세계 최대 수입국으로 변모했습니다. 전쟁으로 무역 흐름이 끊기게 되면 자급자족할 수 있었던 20세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국의 피해가 불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런 이유로 백악관이 더 신중하게 안보 전략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만약 중국 당국이 자신들의 처지가 1941년 일본과 비슷하다고 인식하게 되면 전쟁 위험이 걷잡을 수 없이 증대될 거란 주장입니다.
당시 미국은 일본을 경제적으로 압박했습니다. 일본 군부는 미국을 상대로 선제 타격을 선택했고 미일 간 태평양 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궁지에 몰린 중국의 광기는 이보다 더 위험할 거란 지적입니다.
달러화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
전쟁은 이미 물밑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차근 차근 미국 패권을 무너트리려 하고 있습니다.중국의 행보에 대해 흥미로운 해석이 등장합니다. 졸탄 포자르 크레디트스위스(CS) 전략분석가는 지난달 중국이 미국 달러화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와 밀월관계를 맺고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을 조성할 거란 이야기입니다.
포자르는 월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장 분석가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미국 재무부와 중앙은행(Fed)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통찰력 있는 분석 보고서(‘글로벌 머니 디스패치’)를 발간하고 이 보고서는 ‘월가의 필독서’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포자르에 따르면 중국이 노리는 건 페트로-달러 체제의 붕괴입니다. 세계의 원유를 모두 미국 달러화로 결제하는 시스템입니다. 사우디와 OPEC(석유수출국기구)은 석유 거래를 달러로만 결제하며 미국의 달러 패권을 유지해 주고 미국은 그 대가로 사우디 왕가에 안보를 약속했습니다.
1970년대 세워진 ‘석유는 무조건 달러로 사야한다’라는 철칙은 깨진 적이 없습니다. 이란, 북한, 이라크, 리비아 등이 도전했지만 처참히 무너진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균열의 조짐이 지난해부터 보였습니다. 지난해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증산을 요청하려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습니다. 그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주먹 인사만 나눴습니다. 3개월 뒤 OPEC+는 감산을 결정합니다. 대놓고 바이든의 뒤통수를 때린 셈입니다.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사우디를 찾았습니다. 바이든과 달리 국빈 대접을 받으며 환대받았습니다. 중국-걸프협력회의(GCC)도 개최하며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홀대받은 바이든과 환영받은 시진핑. 이 둘을 대하는 빈 살만의 태도에서 달라진 국제 정세가 드러났습니다. 포자르 전략가는 이 모습을 보고 "시진핑은 중동 국가들과 함께 '페트로 위안'을 구축하려 한다"고 내다봤습니다.
중국은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GCC 회원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양을 더 늘리고, GCC 국가는 위안화를 받을 거라는 전망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미 2016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은 페트로-위안 체제를 논의했습니다. 셰일 가스 혁명으로 원유 수입국 1위 자리를 중국이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해 반(反)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으로 인해 사우디와 미국 사이가 냉랭해지지자 중국이 파고들었습니다.
'페트로-위안' 체제 도입될까
가설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위상이 5년 전과 달라졌습니다. 빅데이터 기술, 클라우드 컴퓨팅, 5세대(5G) 이동통신 등 첨단 기술을 중동 국가에 전수할 역량을 갖췄다는 분석입니다. 또 위안화에 대한 안정성도 늘렸습니다.2018년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상하이 국제 에너지 거래소에서의 위안화 표시 에너지 선물 계약을 발표했습니다. 또 2016년부터는 상하이 거래소와 홍콩 거래소에서 위안화를 금으로 바꿀 수 있게 했습니다. 중동 산유국들이 위안화를 처분하고 싶다면 중국 거래소에서 금으로 바꿀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준 겁니다.
지난해 가장 많은 금을 매집한 곳이 중국으로 추정됩니다. 세계 금 협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금융기관이 매입한 금의 양이 673t에 달했습니다. 1967년 이후 55년만에 최대치입니다. 지난해 3분기에만 각국 중앙은행이 400t 규모의 금을 사들였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금 비축량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11월 32t 매입을 발표한 게 전부입니다. 약 18억달러(약 2조원)어치입니다. 하지만 업계에선 중국이 최소 200t은 사들였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귀금속 거래 업체 MKS PAMP의 니키 실스 애널리스트는 “중국 인민은행이 32t만 구매했다면 지난달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75달러 정도 하락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11월 금 가격이 상승세를 탔던 것을 감안하면 중국의 실제 금 매입량이 훨씬 더 많았을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시점이 묘합니다. 지난해 '킹달러'라 불렸던 달러화 가치는 가라앉았고, 금값은 트라이온스당 1800달러선까지 회복했습니다. 세계의 기축통화로 불리던 달러의 위상이 지정학적 위기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올해 전문가들이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어떻게 번질 지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