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물꼬트인 지아이이노베이션, 그간 바뀐 IL-2 임상 지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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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루킨-2(IL-2)를 면역항암제로 활용하려는 신약벤처기업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상장예비심사 신청 후 약 8개월 만에 심사 승인을 받았다. 지난 4월 20일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뒤 254일만이었다.
신약 개발의 속도가 빨라진 만큼 지난 한 해 동안 IL-2 개발 진영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공동으로 IL-2 후보물질을 개발하던 넥타테라퓨틱스가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4월 14일). 반면 베링거인겔하임은 IL-2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또 다른 신약벤처를 대상으로 인수옵션계약을 체결했다(6월 14일). 로슈 또한 2억5000만 달러에 전임상 단계 후보물질을 보유한 신약벤처를 인수했다(9월 7일).
IL-2로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려는 접근법도 바뀌고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이 기업공개(IPO)까지 8부 능선을 넘는 동안 바뀐 IL-2 개발 지형도를 살펴봤다.
넥타테라퓨틱스의 IL-2 후보물질 ‘벰펙’은 생체 반감기를 늘린 IL-2다. 하지만 PD-1 면역관문억제제 옵디보와 병용하는 여러 임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후 넥타테라퓨틱스는 벰펙의 개발을 종료했다.
사노피 또한 지난 10월 IL-2 후보물질 ‘Thor 707’의 임상 2상 중단을 선언했다. Thor 707도 벰펙과 마찬가지로 생체 반감기를 늘린 IL-2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통해 사노피는 Thor 707이 안전성은 문제가 없었으나 효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국내 면역항암제 전문가는 “IL-2의 부작용을 의식한 나머지 투약용량을 줄이면서 기대치 만큼의 효능을 뽑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반감기를 늘린 IL-2 진영이 모두 실패한 것은 아니다. 아일랜드 신약개발사 알커메스(Alkermes)는 지난 6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IL-2 기반 후보물질 넴발류킨 알파(Nemvaleukin Alfa)에 대한 1/2상 결과를 발표했다.
단독 효과는 객관적반응률(ORR)이 8%에 그쳤지만, IL-2의 효과로 환자의 T세포와 NK세포가 10배 이상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면역관문억제제(키트루다, 미국 머크)와 병용했을 때 효과가 극대화됐다. 투약 환자 중 59%에게서 암세포가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안전병변이 확인됐다.
제약업계는 넴발류킨 알파와 키트루다를 병용투약한 환자들이 한 차례 면역관문억제제 치료를 받고도 암이 재발한 환자들인 만큼 유의미한 결과로 평가했다.
제약업계는 IL-2에 ‘고삐’를 채우는 방법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가령 베링거인겔하임은 종양미세환경에서만 선택적으로 IL-2를 분비하는 ‘주문형 사이토카인 플랫폼(ODC)’을 보유한 트루티노 바이오사이언스를 대상으로 지난 6월 인수옵션계약을 체결했다.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자동으로 인수가 되는 형태의 딜이다.
ODC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약물은 신체 다른 부위에선 활성화되지 않다가 종양미세환경의 특정 환경(산성, 저산소 등)을 만났을 때만 IL-2를 분비한다. 따라서 전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로슈는 글로벌제약사 중에서도 IL-2 면역항암제 개발에 ‘진심’인 곳으로 꼽힌다. 지난 9월 로슈는 굿테라퓨틱스를 2억5000만 달러에 인수해 특정 조건에만 활성화되는 IL-2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IL-2에 PD-1 항체를 붙여 T세포의 PD-1을 표적하도록 했다. 다른 곳에선 IL-2가 활성화되지 않고, T세포의 PD-1에 결합했을 때만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고 또 면역세포를 불러모은다.
로슈는 지난 11월에도 이와 유사한 조건부 활성화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는 보눔테라퓨틱스에 93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보눔테라퓨틱스는 굿테라퓨틱스에서 스핀오프한 신약벤처다.
올 상반기 중 코스닥시장 상장 예정인 지아이이노베이션 또한 IL-2에 고삐를 채운 기업으로 꼽힌다. 고삐로는 CD80을 이용했다. 로슈가 PD-1 항체를 이용해 T세포의 PD-1을 표적한다면, 지아이이노베이션의 IL-2 기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GI-101'의 CD80은 면역세포의 CTLA-4와 결합한다. 지아이이노베이션 관계자는 “CTLA-4는 면역세포 및 암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되기 때문에 IL-2를 목표 지점에 정확히 전달할 수 있어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적다”고 말했다.
우리 몸에서 IL-2는 면역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면역을 저해하는 조절T세포를 늘려 면역 상태의 균형을 조절하려는 성질을 갖고 있다. 하지만 면역항암제로서 개발할 땐 이 같은 성질이 도리어 방해가 되기도 한다. GI-101은 조절T세포를 활성화하고 수를 늘리는 IL-2의 기능은 제거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오는 하반기 중 GI-101의 임상2a상 단독 및 병용투약 중간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기존까지 발표한 환자 수를 더해 총 고형함 환자 100명에 대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자료: 한경바이오인사이트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신약 개발의 속도가 빨라진 만큼 지난 한 해 동안 IL-2 개발 진영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공동으로 IL-2 후보물질을 개발하던 넥타테라퓨틱스가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4월 14일). 반면 베링거인겔하임은 IL-2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또 다른 신약벤처를 대상으로 인수옵션계약을 체결했다(6월 14일). 로슈 또한 2억5000만 달러에 전임상 단계 후보물질을 보유한 신약벤처를 인수했다(9월 7일).
IL-2로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려는 접근법도 바뀌고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이 기업공개(IPO)까지 8부 능선을 넘는 동안 바뀐 IL-2 개발 지형도를 살펴봤다.
생체 반감기만 늘린 IL-2는 시도는 점점 뒤안길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IL-2를 활용한 면역항암제를 개발에 집중하는 까닭은 이 사이토카인이 T세포 및 NK(자연살해)세포를 자극해 항종양활동을 높이기 때문이다.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자연 그대로 상태의 IL-2는 생체 반감기가 짧아 그대로 사용하긴 어렵다.넥타테라퓨틱스의 IL-2 후보물질 ‘벰펙’은 생체 반감기를 늘린 IL-2다. 하지만 PD-1 면역관문억제제 옵디보와 병용하는 여러 임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후 넥타테라퓨틱스는 벰펙의 개발을 종료했다.
사노피 또한 지난 10월 IL-2 후보물질 ‘Thor 707’의 임상 2상 중단을 선언했다. Thor 707도 벰펙과 마찬가지로 생체 반감기를 늘린 IL-2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통해 사노피는 Thor 707이 안전성은 문제가 없었으나 효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국내 면역항암제 전문가는 “IL-2의 부작용을 의식한 나머지 투약용량을 줄이면서 기대치 만큼의 효능을 뽑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반감기를 늘린 IL-2 진영이 모두 실패한 것은 아니다. 아일랜드 신약개발사 알커메스(Alkermes)는 지난 6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IL-2 기반 후보물질 넴발류킨 알파(Nemvaleukin Alfa)에 대한 1/2상 결과를 발표했다.
단독 효과는 객관적반응률(ORR)이 8%에 그쳤지만, IL-2의 효과로 환자의 T세포와 NK세포가 10배 이상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면역관문억제제(키트루다, 미국 머크)와 병용했을 때 효과가 극대화됐다. 투약 환자 중 59%에게서 암세포가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안전병변이 확인됐다.
제약업계는 넴발류킨 알파와 키트루다를 병용투약한 환자들이 한 차례 면역관문억제제 치료를 받고도 암이 재발한 환자들인 만큼 유의미한 결과로 평가했다.
IL-2에 '고삐'를 채운 곳이 뜬다
제약업계는 IL-2를 ‘양날의 칼’에 비유하고 있다.투약 용량을 늘리면 항종양 효과가 높아지는 대신 반대로 암이 아닌 다른 조직에서 부작용이 심각해진다. 활성화된 면역세포가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조직도 공격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발생하는 전신부작용으로는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CRS)이 대표적이다. 효능을 높이기 위해 IL-2의 투약 용량을 무작정 높이기 어려운 이유다.제약업계는 IL-2에 ‘고삐’를 채우는 방법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가령 베링거인겔하임은 종양미세환경에서만 선택적으로 IL-2를 분비하는 ‘주문형 사이토카인 플랫폼(ODC)’을 보유한 트루티노 바이오사이언스를 대상으로 지난 6월 인수옵션계약을 체결했다.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자동으로 인수가 되는 형태의 딜이다.
ODC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약물은 신체 다른 부위에선 활성화되지 않다가 종양미세환경의 특정 환경(산성, 저산소 등)을 만났을 때만 IL-2를 분비한다. 따라서 전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로슈는 글로벌제약사 중에서도 IL-2 면역항암제 개발에 ‘진심’인 곳으로 꼽힌다. 지난 9월 로슈는 굿테라퓨틱스를 2억5000만 달러에 인수해 특정 조건에만 활성화되는 IL-2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IL-2에 PD-1 항체를 붙여 T세포의 PD-1을 표적하도록 했다. 다른 곳에선 IL-2가 활성화되지 않고, T세포의 PD-1에 결합했을 때만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고 또 면역세포를 불러모은다.
로슈는 지난 11월에도 이와 유사한 조건부 활성화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는 보눔테라퓨틱스에 93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보눔테라퓨틱스는 굿테라퓨틱스에서 스핀오프한 신약벤처다.
올 상반기 중 코스닥시장 상장 예정인 지아이이노베이션 또한 IL-2에 고삐를 채운 기업으로 꼽힌다. 고삐로는 CD80을 이용했다. 로슈가 PD-1 항체를 이용해 T세포의 PD-1을 표적한다면, 지아이이노베이션의 IL-2 기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GI-101'의 CD80은 면역세포의 CTLA-4와 결합한다. 지아이이노베이션 관계자는 “CTLA-4는 면역세포 및 암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되기 때문에 IL-2를 목표 지점에 정확히 전달할 수 있어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적다”고 말했다.
우리 몸에서 IL-2는 면역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면역을 저해하는 조절T세포를 늘려 면역 상태의 균형을 조절하려는 성질을 갖고 있다. 하지만 면역항암제로서 개발할 땐 이 같은 성질이 도리어 방해가 되기도 한다. GI-101은 조절T세포를 활성화하고 수를 늘리는 IL-2의 기능은 제거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오는 하반기 중 GI-101의 임상2a상 단독 및 병용투약 중간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기존까지 발표한 환자 수를 더해 총 고형함 환자 100명에 대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제약사 | 공동개발사 | 후보물질 | 임상상황 | 비고 |
넥타 | BMS | Bempegaldesleukin(벰펙) | 임상3상 중단 | 효능 부족 |
사노피 | THOR-707 | 임상 1/2상 중단 | 효능 부족 | |
알커메스 | Nemvaleukin Alfa | 임상 1/2상 | 키트루다 병용에서 안정병변 확인 | |
로슈 | PD-1표적 IL-2 | 전임상 | 굿테라퓨틱스 2억5000만 달러에 인수 | |
지아이이노베이션 | GI-101 | 임상1/2상 | 하반기 중 중간결과 발표 |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