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창의적 지식의 힘
필자는 지난 11월 국가 지식재산권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우리나라에서 특허청 발족 직후 전자공학을 전공한 최초의 심사관으로 발령받아 지식재산과 인연을 맺은 지 45년 만이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식재산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분에게 매우 중요한 조직이다. 2011년 지식재산기본법 제정을 계기로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됐으며 초대 위원장은 삼성전자 최고경영자였던 윤종용 씨가 맡았다. 당시 터진 삼성-애플 간의 스마트폰 글로벌 특허소송은 지식재산을 중심으로 한 경영전략이 우리 기업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일깨워줬고 본 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한층 고조됐다.

그러다 정권이 바뀌고 지식경제에서 창조경제, 혁신경제 등으로 국가의 슬로건이 바뀌면서 지식재산의 정책적 집중도가 다소 떨어졌다. 반면 일본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일본 경제 재건을 위해 2002년 지재입국을 선언하고 지재전략본부의 본부장으로서 직접 정책을 진두지휘했는데, 그동안 수많은 총리 교체가 있었지만 20년간 변함없이 그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저명한 경제사학자인 데이비드 랜디스 전 하버드대 교수는 <국가의 부와 빈곤>이라는 저서에서 한 국가의 경제 발전 요체는 지식에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사회제도와 문화, 그리고 자본 축적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중요했고 경제가 발전할수록 중요도가 더 커지는 게 지식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서 본다면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유형자산 중심의 국가계획이었고, 정확히 50년 후인 2012년 발표된 제1차 국가지식재산 5개년 계획은 지식이 중심이 되는 국가계획으로서 시대의 흐름을 잘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2017년 제2차, 2022년 제3차 국가지식재산계획은 우리의 새로운 성장 모델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말해준다.

창의적인 지식이 중심이 되는 우리 경제의 미래는 과연 어떤 것일까? 그것은 바로 기성세대가 구축해온 선진적인 제조 능력과 젊은 세대가 가진 소프트파워가 합쳐지면서 나라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우리 위원회는 ‘창조성 가득한 멋진 지식강국’을 슬로건으로 정해 국민에게 희망적인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