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훈 이노비즈협회장 [사진=이노비즈협회]
임병훈 이노비즈협회장 [사진=이노비즈협회]
"머지않아 김치 대신 김치공장을 수출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제조업의 개념을 제품 판매 중심에서 서비스 판매까지 포함하는 '제조 서비스업'으로 확장해야 중소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임병훈 이노비즈협회장(사진)은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제품만을 수출하는 시대는 급속도로 쇠퇴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제품 자체보다 모듈, 부품, 노하우, 시스템을 수출하는 '공장 수출 시대'가 본격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이노비즈협회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선정하는 '이노비즈 인증제도'의 관리기관이다. 중소기업의 혁신을 유도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노비즈협회는 계묘년을 맞아 디지털 대전환(DX) 중심의 스마트팩토리 생태계 구축과 대기업 및 플랫폼 종속 탈피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가치사슬 클러스터' 육성을 최우선 역점 사업으로 제시했다.

임 회장은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선 김치 수출보다 김치공장을 수출해야 한다"고 예를 들며 "제품보다 방식을 수출해야 진정한 'K-컬처'의 전파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DX를 통해 세계 어느 곳에 김치 공장을 지어도 한국에서 제어, 조작이 가능한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는 실시간 생산 현황 등이 즉시 확인이 되고 그 과정에서 쌓이는 데이터 역시 중소기업의 자산이 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공장 수출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플랫폼 종속에서 벗어나 시장과 직접 연결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랫폼 기업들이 최근 몇 년 새 폭발적으로 성장한 배경에 시장과의 직접 연결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임 회장의 시각이다.

그는 "중소기업이 시장과 직접 연결되려면 3~4개의 제조기업들끼리 가치사슬로 엮이는 규모의 경제 실현이 필수"라며 "플랫폼에 종속되면 시장이 변하는 걸 직접 볼 수 없어 제조업의 주도적인 성장과 발전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이노비즈협회는 최근 협회사 전용 검색 플랫폼 '아이단비'를 개발했다. 임 회장은 "협업을 하려면 사업 구상이 떠올랐을 때 원하는 파트너를 빠르게 찾을 수 있어야 하는데 과거에는 플랫폼을 거쳐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아이단비를 개발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노비즈협회는 회원 간 협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상생 컨설팅그룹인 '함성지원단'도 발족했다. 7300개의 회원사와 더불어 사용자 중심 가치사슬 클러스터, 동일업종 간 제조플랫폼으로 구성된 '1000개 함성클러스터' 구축에 앞장설 예정이다.

지난해 협회 20주년을 기점으로 여러 변화를 시도했다는 임 회장은 "2년 전 인증사와 회원사 구분을 명확히 했더니 회원사가 6000여개 정도 되더라"면서 "이후 작년까지 회원사가 1300개가 더 늘어났고 협회 회비 수입은 30억이 넘게 들어오고 있다"고 성장세를 밝혔다. 끝으로 "새로운 20주년을 준비하기 위해 아이단비의 정착과 가치사슬클러스터 육성에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