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이 하청노조와 단체교섭하라? 중노위 판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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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사내 협력회사(하청) 소속 근로자들로 구성된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하청 노조)는 대우조선해양 주식회사(원청)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고 원청은 이를 거부하였다. 하청 노조는 원청을 상대로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지방노동위원회는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그런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 12. 30. 보도자료를 통하여 구제신청을 기각한 경남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 판정을 뒤집고 단체교섭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신청을 인정하는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해당 보도자료상에 소개된 판정의 이유는 기존에 접하지 못한 매우 생경한 법리로 향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중앙노동위원회는 하청 노조가 ‘노동안전 등 원청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미치는 하청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대해 교섭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원청 사업주가 하청 사업주와 함께 성실히 교섭에 응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지만, 하청 근로자와 원청 간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이상 하청노조의 원청을 상대로 하는 단체협약 체결권 및 단체행동권은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정을 내렸다고 한다. 중앙노동위원회는 구체적으로 원청에게 하청 노사와 성실하게 협의할 것을 주문하되 다만 대화에도 불구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하청 노조가 파업을 할 수는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하였다. 즉, 노동3권을 나누어 그 중 원청을 상대로 한 단체교섭권은 인정되지만, 단체협약 체결권과 단체행동권은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인데, 원청의 사용자성이 문제된 그간의 대법원 판례 등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새로운 법리로 이해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사용자’를 노동3권의 대상으로 규율하고 있다. 동법은 사용자에 대한 정의 규정을 두어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으며(제2조 2호), 이러한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경우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90조, 제81조 제1항 3호). 원칙적으로 사용자는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을 것을 전제로 하며 그리하여 원청은 하청노조와의 관계에서 사용자성을 가지지 않는다.
다만 대법원은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등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정한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면, 그 시정을 명하는 구제명령을 이행하여야 할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정립한 바 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 즉,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여 왔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극히 예외적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할 수 있고 그 경우에는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노동3권 모두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그간의 대법원 판례를 통해 확립된 법리였다.
하지만 금번 중앙노동위원회의 보도자료상에는 위 대법원 판례법리에 따라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예외적인 사정이 무엇인지에 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마도 그러한 사정이 존부에도 불구하고 노동3권 중 원청을 상대로 한 단체교섭권은 경우에 따라 이를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그러나 위와 같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사용자에 대한 정의 규정 및 위 대법원 판례 등에 비추어 사용자의 개념을 그와 같이 무한 확대하는 것이 과연 법리적으로 타당한지, 노동3권을 나누어 그 중 일부에 대해서만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체계에 부합하는지 상당한 의문이다. 특히 단체교섭의무를 해태하는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데,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형사법규에 관한 법률해석은 매우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금번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은 원청이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요구를 거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함을 인정한 것이다. 향후 하청 노조가 이를 기화로 원청을 부당노동행위로 수사기관에 고소·고발이라도 하는 날에는 소환조사 –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신중해야 마땅하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보도자료상에서 금번 판정의 취지가 원청이 하청 노사와 성실하게 협의할 것을 주문하는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나, 이러한 정책적 필요성을 이유로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그와 같이 해석할 수 있는지 선뜻 납득이 가지 않은 측면이 없지 않다.
아직 금번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대하여 단편적인 내용만 보도자료상으로 배포되었을 뿐, 구체적인 판단 내용과 법리적 논거 등이 담긴 판정서는 작성되지 않았다고 하며, 향후 판정문이 작성되면 보다 면밀한 법리적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원청의 사용자성은 최근 노동법 분야에 있어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주요 쟁점 중 하나이며 올 한 해도 이에 관한 다수의 법원 판결과 노동위원회의 판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번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관하여 향후 대법원이 이에 관한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생각하며 아울러 원청의 사용자성에 관하여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명확한 법리적 기준을 정립해 줄 것을 기대해본다.
구교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중앙노동위원회는 하청 노조가 ‘노동안전 등 원청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미치는 하청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대해 교섭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원청 사업주가 하청 사업주와 함께 성실히 교섭에 응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지만, 하청 근로자와 원청 간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이상 하청노조의 원청을 상대로 하는 단체협약 체결권 및 단체행동권은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정을 내렸다고 한다. 중앙노동위원회는 구체적으로 원청에게 하청 노사와 성실하게 협의할 것을 주문하되 다만 대화에도 불구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하청 노조가 파업을 할 수는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하였다. 즉, 노동3권을 나누어 그 중 원청을 상대로 한 단체교섭권은 인정되지만, 단체협약 체결권과 단체행동권은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인데, 원청의 사용자성이 문제된 그간의 대법원 판례 등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새로운 법리로 이해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사용자’를 노동3권의 대상으로 규율하고 있다. 동법은 사용자에 대한 정의 규정을 두어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으며(제2조 2호), 이러한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경우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90조, 제81조 제1항 3호). 원칙적으로 사용자는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을 것을 전제로 하며 그리하여 원청은 하청노조와의 관계에서 사용자성을 가지지 않는다.
다만 대법원은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등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정한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면, 그 시정을 명하는 구제명령을 이행하여야 할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정립한 바 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 즉,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여 왔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극히 예외적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할 수 있고 그 경우에는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노동3권 모두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그간의 대법원 판례를 통해 확립된 법리였다.
하지만 금번 중앙노동위원회의 보도자료상에는 위 대법원 판례법리에 따라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예외적인 사정이 무엇인지에 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마도 그러한 사정이 존부에도 불구하고 노동3권 중 원청을 상대로 한 단체교섭권은 경우에 따라 이를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그러나 위와 같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사용자에 대한 정의 규정 및 위 대법원 판례 등에 비추어 사용자의 개념을 그와 같이 무한 확대하는 것이 과연 법리적으로 타당한지, 노동3권을 나누어 그 중 일부에 대해서만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체계에 부합하는지 상당한 의문이다. 특히 단체교섭의무를 해태하는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데,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형사법규에 관한 법률해석은 매우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금번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은 원청이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요구를 거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함을 인정한 것이다. 향후 하청 노조가 이를 기화로 원청을 부당노동행위로 수사기관에 고소·고발이라도 하는 날에는 소환조사 –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신중해야 마땅하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보도자료상에서 금번 판정의 취지가 원청이 하청 노사와 성실하게 협의할 것을 주문하는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나, 이러한 정책적 필요성을 이유로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그와 같이 해석할 수 있는지 선뜻 납득이 가지 않은 측면이 없지 않다.
아직 금번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대하여 단편적인 내용만 보도자료상으로 배포되었을 뿐, 구체적인 판단 내용과 법리적 논거 등이 담긴 판정서는 작성되지 않았다고 하며, 향후 판정문이 작성되면 보다 면밀한 법리적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원청의 사용자성은 최근 노동법 분야에 있어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주요 쟁점 중 하나이며 올 한 해도 이에 관한 다수의 법원 판결과 노동위원회의 판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번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관하여 향후 대법원이 이에 관한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생각하며 아울러 원청의 사용자성에 관하여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명확한 법리적 기준을 정립해 줄 것을 기대해본다.
구교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