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직에도 정규직과 동일수당 줘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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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계약직에게도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소송의 단초는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정책에서 제기됐다. 당시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앞세워 공공부문 계약직 근로자들을 무기계약직(공무직)으로 전환했다. 정부 통계 기준으로는 무기계약직도 '정규직'으로 잡히기 때문에 정책은 정부의 힘을 받아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하지만 당시 정부가 전환된 근로자들의 처우를 정규직과 동일하게 해줄지에 대한 대책은 마련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확산됐다. 일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들을 ‘중규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무기계약직·공무직 근로자들은 차별이라는 근거로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근로기준법 6조(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적 처우 금지), 남녀고용평등법 8조(동일 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한 임금 지급)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다만 '평등의 원칙'은 무조건 같게 취급하라는 '절대적 평등'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다른 집단' 사이에서의 합리적 차별은 인정하고 있다. 결국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이 '본질적으로 같은 비교 집단'인지가 중요하다. 같은 집단인데 수당을 차별했다면 위법 문제가 발생한다.
'본질적으로 같은지'를 판단할 때 법원이 가장 비중을 두는 기준은 '동일한 가치의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지다. 경우에 따라서는 두 집단이 '같은 의무와 책임'을 부담하고 있는지 등도 집중적으로 본다.
무기계약직을 근로기준법 6조가 금지하는 '사회적 신분'으로 볼 수 있는지도 중요한 쟁점이다. 같은 사회적 신분이라면 수당이나 임금을 다르게 주는 것은 엄연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사회적 신분을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쉽게 변경할 수 없고(고정성) 일정한 사회적 평가가 수반되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무기계약직은 ‘사회적 신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성별이나 조선시대 노비처럼 고정된 사회적 신분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2018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사회적 신분을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 특히 열등하다는 평가를 수반하는 것’으로 완화하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법원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이 판결에 따르면 결국 무기계약직도 사회적 신분이 될 수 있다. 이런 취지의 판단이 하급심 판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서로 다른 기관의 공무직들이 기획적으로 낸 소송으로, 민주노총 법률원이 대리인으로 나섰다. 노동계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들은 일반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가족수당, 자녀학비보조금, 복지포인트, 명절 휴가비 등 4종의 수당을 자신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대한 차별 "근로기준법 6조의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청소, 회계, 민원안내 등은 본질적으로 공무원 업무와 동일한 가치가 아니므로, 수당을 차별 지급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도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사회적 신분은 '고정적'이거나 '선택이 불가능'해야 하지만, 무기계약직은 그렇지 않다”며 “사용자가 무기계약직을 일방적으로 강요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해 기존 대법원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쟁점을 포함한 다른 판결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법무부 소속 공무직 노동자 581명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법무부가 근로자들에게 약 23억4900만원 전액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지난달 23일 판결했다. 이 사건은 공무원과 공무직 간 차별이 아니라 공무직 사이에서 발생한 차별 사건이다. 같은 법무부 소속인데, 어떤 하부조직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수당을 차별 지급했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행정사무 보조, 조리, 운전 등을 하는) 원고들의 업무는 기관에 따라 내용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며 "서로 다른 기관에 소속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비교집단임을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공무직들은 본질적으로 같은 집단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이 재판부는 "동일한 신분을 가진 자들 사이의 차별적 대우도 근로기준법 6조에서 금지하는 차별에 해당한다"며 마치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 것처럼 판시했다.
법원도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결국 최종적인 판단은 대법원에서 판가름나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이런 소송의 단초는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정책에서 제기됐다. 당시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앞세워 공공부문 계약직 근로자들을 무기계약직(공무직)으로 전환했다. 정부 통계 기준으로는 무기계약직도 '정규직'으로 잡히기 때문에 정책은 정부의 힘을 받아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하지만 당시 정부가 전환된 근로자들의 처우를 정규직과 동일하게 해줄지에 대한 대책은 마련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확산됐다. 일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들을 ‘중규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무기계약직은 정규직과 같은 집단인가
공무직들은 장기근속을 보장받게 됐지만, 처우에 대한 불만이 쌓여갔다. 결국 '진짜 정규직'으로 대우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하는 데 이르렀다.무기계약직·공무직 근로자들은 차별이라는 근거로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근로기준법 6조(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적 처우 금지), 남녀고용평등법 8조(동일 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한 임금 지급)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다만 '평등의 원칙'은 무조건 같게 취급하라는 '절대적 평등'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다른 집단' 사이에서의 합리적 차별은 인정하고 있다. 결국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이 '본질적으로 같은 비교 집단'인지가 중요하다. 같은 집단인데 수당을 차별했다면 위법 문제가 발생한다.
'본질적으로 같은지'를 판단할 때 법원이 가장 비중을 두는 기준은 '동일한 가치의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지다. 경우에 따라서는 두 집단이 '같은 의무와 책임'을 부담하고 있는지 등도 집중적으로 본다.
무기계약직을 근로기준법 6조가 금지하는 '사회적 신분'으로 볼 수 있는지도 중요한 쟁점이다. 같은 사회적 신분이라면 수당이나 임금을 다르게 주는 것은 엄연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사회적 신분을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쉽게 변경할 수 없고(고정성) 일정한 사회적 평가가 수반되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무기계약직은 ‘사회적 신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성별이나 조선시대 노비처럼 고정된 사회적 신분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2018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사회적 신분을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 특히 열등하다는 평가를 수반하는 것’으로 완화하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법원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이 판결에 따르면 결국 무기계약직도 사회적 신분이 될 수 있다. 이런 취지의 판단이 하급심 판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엇갈리는 법원 판단..."무기계약직은 사회적 신분일까"
최근 이와 관련해 주목할만한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5일 고용노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촌진흥청, 광주지방·고등법원, 충북대, 충남대 등 공공부문에서 청소, 회계, 민원안내 등을 담당하는 공공부문 무기계약직(공무직)들이 정부를 상대로 “공무원과 수당을 동일하게 달라”며 청구한 3억4000만원 규모의 임금 소송에서 국가의 손을 들어줬다.서로 다른 기관의 공무직들이 기획적으로 낸 소송으로, 민주노총 법률원이 대리인으로 나섰다. 노동계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들은 일반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가족수당, 자녀학비보조금, 복지포인트, 명절 휴가비 등 4종의 수당을 자신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대한 차별 "근로기준법 6조의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청소, 회계, 민원안내 등은 본질적으로 공무원 업무와 동일한 가치가 아니므로, 수당을 차별 지급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도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사회적 신분은 '고정적'이거나 '선택이 불가능'해야 하지만, 무기계약직은 그렇지 않다”며 “사용자가 무기계약직을 일방적으로 강요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해 기존 대법원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쟁점을 포함한 다른 판결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법무부 소속 공무직 노동자 581명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법무부가 근로자들에게 약 23억4900만원 전액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지난달 23일 판결했다. 이 사건은 공무원과 공무직 간 차별이 아니라 공무직 사이에서 발생한 차별 사건이다. 같은 법무부 소속인데, 어떤 하부조직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수당을 차별 지급했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행정사무 보조, 조리, 운전 등을 하는) 원고들의 업무는 기관에 따라 내용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며 "서로 다른 기관에 소속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비교집단임을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공무직들은 본질적으로 같은 집단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이 재판부는 "동일한 신분을 가진 자들 사이의 차별적 대우도 근로기준법 6조에서 금지하는 차별에 해당한다"며 마치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 것처럼 판시했다.
법원도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결국 최종적인 판단은 대법원에서 판가름나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