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급급매' 안내문이 붙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급급매' 안내문이 붙었다. 사진=연합뉴스
청약 당첨자들의 기존 주택 처분 의무가 폐지된다. 청약 당첨자들이 규제로 인해 시장에 내놓던 이른바 '급급급매'도 사라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3일 '혁신과 성장의 대한민국, 국토교통부가 만들어가겠습니다'라는 주제로 2023년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국토부의 업무계획에는 규제지역 해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중도금 대출 보증 상한 폐지 등 대대적인 규제 완화 내용이 담겼다.

이번 발표에는 청약 제도 개편안도 포함됐다. 국토부는 처분조건부로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에 부과되는 기존 주택 처분 의무를 폐지하기로 했다. 현재는 수도권과 광역시 등에서 1주택자가 주택 청약에 당첨될 경우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택을 2년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 이전 정부에서 6개월로 제한한 기간을 지난해 10월 2년으로 늘렸지만, 기존 주택을 매도해야 새 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는 원칙은 유지됐다.

다만 주택 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해 새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하는 집주인과 처분 기한이 임박한 '급급급매'가 늘어났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입주율은 전월 대비 6.3%포인트 하락한 66.2%에 그쳤다. 미입주 사유의 52%는 '기존 주택 매각 지연'이었다. 전월 37.5%던 것이 시장 거래절벽이 심화하면서 급증한 것이다.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하면 1주택자는 새 아파트를 공실로 둔 채 관리비 등의 유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등기를 할 수 없기에 전세를 놓을 수도 없고, 대출도 불가능하다. 입주 지정일까지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연체이자를 내야 하고, 2년이라는 기한 내에도 처분하지 못하면 과태료 500만원 등의 처벌도 받는다. 이 과정에서 고의성이 있다면 3년 이하 징역형으로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

거래 절벽이 깊어지며 2년의 처분 기한에도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이 늘어나자 정부는 기존 주택 처분 의무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달 중으로 주택공급규칙을 개정하고 청약시스템 정비를 거쳐 상반기 중 시행할 예정이다. 시행 이전 청약에 당첨된 경우에도 소급해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무순위 청약 자격도 완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본청약 이후 당첨 포기, 계약 취소 등으로 발생하는 미계약 물량에 대한 무순위 청약은 무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었다. 다만 주택 시장이 냉각되면서 무순위 청약으로도 미분양을 털어내지 못하는 아파트가 빠르게 늘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5만8027가구로 집계됐다. 특히 한 달 만에 1만800가구 이상 늘어났는데, 한 달 만에 1만 가구 넘게 증가한 것은 6년 11개월 만이다. 앞서 국토부는 부동산 시장 위험선으로 판단하는 미분양 규모를 6만2000가구라고 제시했는데, 증가 속도를 감안했을 때 지난달 통계까지 나오면 미분양 물량이 6만3000가구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내달 주택공급규칙을 개정하면서 무주택 자격요건을 폐지, 유주택자에게도 무순위 청약을 허용하기로 했다. 거주지역 요건에 이어 무주택 자격요건까지 폐지하면서 무순위 청약 문턱을 대폭 낮춰 미분양 물량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1주택 청약 당첨자의 기존 주택 처분의무 폐지는 1주택자도 자유롭게 청약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무순위 청약에서 거주지역에 이은 무주택 요건 폐지도 수요층을 넓혀 미분양 소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