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트렌드

“매크로가 증시 좌우하는 고금리 환경서 수익성 지표 성과 개선”
GS건설·LG화학 등 13개 종목, ROE 유지 전망에도 주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작년 12월에 들어서자마자 시작된 하락장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으로 인한 경기침체 가시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탓이다. 거시경제(매크로) 측면의 침체 우려는 기업 실적 악화 전망으로 이어지면서 주가를 짓누른다. 다만 침체에 대한 공포가 너무 크면 실적이 악화되지 않을 기업의 주가도 끌어내려, 해당 기업을 ‘저평가’ 상태로 만들기도 한다.

퀀트 분석을 담당하는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두드러진 변화는 작년 10월 이후 자기자본수익률(ROE)과 같은 수익성 관련 지표의 성과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작년 하반기에 들어선 이후 예금금리가 3%대 이상으로 높아져 주식 투자자들이 기업에 투자해서 얻는 수익성에 주목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크로 변수에 주식시장이 움직임에 따라 나머지 투자지표는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경 마켓PRO는 에프앤가이드의 데이터가이드 서비스를 활용해 내년과 올해 4분기 실적 전망치를 바탕으로 한 ROE가 하락장이었전 작년 12월에 들어선 이후 하락하지 않았는데도, 주가가 하락한 종목을 추려봤다. 한달여 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을 찾기 위해서다. 추정치를 내놓은 증권사 수가 줄었거나 3곳 미만인 곳은 제외했다. 기존 추정치가 빠지면서 새로운 전망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서 컨센서스(증권가 평균)가 변한 착시를 피하기 위해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12월1일부터 올해 1월2일까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 종목은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케미칼, 기아, 현대차, 바텍 등 모두 13개였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추려진 종목 중 한달여 동안 주가가 가장 크게 하락한 종목은 GS건설(-19.48%)이었다. 국내 주택 경기 둔화로 실적 전망과 투자심리가 악화돼 주가가 하락해 있는 상태에서 하락장의 타격을 한 차례 더 받은 모습이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 우려가 반영돼 주가 하락이 지속됐지만, 과거 평균 대비 저평가 상황”이라며 “증가하고 있는 신사업 비중, 주택사업 이외 사업 매출이 증가할수록 주가는 회복 가능하다”고 말했다.

주가 하락으로 저평가 매력이 높아진 것으로 추려진 종목들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섹터는 전기차·2차전지 테마였다. LG화학(-16.34%), 포스코케미칼(-13.15%), 기아(-10.35%), 현대차(-8.45%)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한국산 전기차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제기된 데다, 세계 1위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로 급락한 게 현대차·기아와 2차전지 소재 기업들의 주가를 짓눌렀다.

경기에 민감한 종합상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저평가 매력이 높아진 종목으로 꼽힌 점도 눈에 띈다. 한달여 동안 주가는 9.05% 하락했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 가능성에 실적 전망치는 깎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내년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업황 부진에도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영업실적 모멘텀은 견조한 추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핵심 이익인 미얀마 가스전의 판매단가의 우상향 흐름이 가능하고, 투자법인의 실적도 견조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외 리오프닝 수혜 테마에 포함된 강원랜드(-7.10%), GS리테일(-5.93%), HK이노엔(-1.57%), 바텍(-0.15%) 등도 비교적 폭은 작지만 주가가 하락하면서 저평가 매력이 높아진 것으로 꼽혔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향된 종목도 추려봤다. 이정연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에 들어선 이후 외국인 수급이 소폭 순매수세로 돌아선 게 수급 측면에서 특징적인 부분”이라며 “최근 외국인 순매수세는 주로 이익전망치 상·하향 조정과 연관된 흐름으로, 이익 전망이 상향 조정된 업종 중심으로 순매수세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작년 12월1일부터 올해 1월2일까지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상향된 종목은 애경산업, 풍산, 한미약품 등 모두 20개였다.

한달여동안 주가가 8.98% 하락한 무림P&P는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기존 1132억원에서 1740억원으로 53.77% 상향됐다. 이중 주가까지 하락한 종목을 추리면 ROE 컨센서스가 상향됐지만 주가가 하락한 종목들과 거의 일치했다. 강원랜드가 제외되고 한미반도체가 새롭게 포함돼 한 종목만 바뀌었다.

내년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가장 크게 상향된 종목은 애경산업이었지만, 주가 역시 약세장 속에서 23.30%나 상승해 저평가 매력이 생겼다고 보긴 어려웠다.

반면 파마리서치(0.89%), 에코마케팅(3.28%), 농심(6.67%), 풍산(7.86%) 등은 주가 상승폭이 비교적 크지 않으면서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하향되지 않았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