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그룹 사옥 / 사진 제공=일동제약
일동제약그룹 사옥 / 사진 제공=일동제약
일동제약이 먹는(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의 국내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긴급사용승인이 불발된 후 이뤄진 이번 신청에 대해 "회사가 고려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일동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코바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고 4일 밝혔다. 일동제약은 2021년 홍콩 핑안시오노기와의 계약으로 조코바의 국내 판권을 확보했다. 핑안시오노기는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중국 최대 보험사인 차이나핑안보험그룹의 합작사다.

식약처 '신속 프로그램' 적용할까

당초 일동제약은 조코바 국내 허가 방법으로 긴급사용승인을 기대했다. 감염병 예방법 등에 따라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등 감염병 유행 시 식약처에 특정 약에 대해 긴급사용승인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달 말 정부는 이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업계에서 거론된 건 '조건부 허가'였다. 일동제약 역시 이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일동제약은 조건부 허가가 아닌 정식 품목허가를 최종 선택했다. 앞서 대안으로 '조건부'라는 단어를 언급한 건 명문상의 조건부 허가를 의미한 건 아니라고 했다.

일동제약 측은 "조건부 허가는 보통 생명에 직결되는 항암제 등에 대해 임상 2상 후 먼저 허가를 내준 뒤, 추후 3상 결과를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라며 "조코바는 이미 3상까지 완료하고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한 만큼 품목허가로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정식 품목허가를 신청하면 식약처는 영업일 기준 180일 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심사 기간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식약처가 2020년부터 시행 중인 '고강도 신속 제품화 촉진 프로그램'이 적용되면 가능하다.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에 대해 데이터 추가 제출 등 일정 조건을 붙여 심사 기간을 기존 180일에서 약 40일로 단축시키는 제도다. 조건부 허가도 빠르면 40일 내 여부를 결정한다.

일동제약 역시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조코바에 이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한지는 식약처가 판단하게 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인 '스카이코비원'에 고강도 신속 제품화 촉진 프로그램이 적용됐다.

"오미크론 변이에 강점있는 먹는 치료제"

일동제약은 약물의 치료 효능에 대해서만큼은 자신하고 있다. 공동 개발사인 일동제약과 시오노기는 조코바가 오미크론 변이 유행 시기에 임상 2·3상을 시행해 효과를 확인한 최초의 코로나19 치료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이번 허가 신청을 위해 시오노기의 아시아 임상 2·3상 결과 및 이 임상의 일부로 일동제약이 진행한 국내 임상 결과를 함께 제출했다. 임상에서 조코바는 백신 접종 여부 및 위험 요인 유무와 관계없이 5가지 코로나19 주요 증상(기침, 인후통, 콧물 및 코막힘, 발열, 피로감)을 개선했다. 체내 항바이러스 효과도 입증했다. 심각한 부작용 및 사망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특히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선발주자인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에 비해 이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팍스로비드가 중증화 악화 '억제'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조코바는 몸 속의 코로나 바이러스(SARS-CoV-2)를 없애 증상 자체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경증 환자가 많은 오미크론 변이 우세종 환경에서 조코바가 팍스로비드보다 유용할 것이란 기대다. 일동제약 측은 "시오노기가 비임상연구를 통해 오미크론 추가 하위 변이에 대해서도 계속 유효성을 입증할 것"이라고 했다.

복용 편의성에도 차별점을 내세우고 있다. 팍스로비드는 1회 3정을 1일 2회씩 총 5일 복용해야 한다. 반면 조코바는 5일간 1일 1정을 1회씩만 복용하면 된다.

방역당국이 조코바의 긴급사용승인을 거절한 것은 약물의 효능 문제보다는 전염병 대응 기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최근 마스크 사용 해제 시도 등 코로나19 규제 완화 방침을 내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긴급사용승인 제도를 가동한다면 자칫 불안감을 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허가를 받더라도 세계적인 코로나19 규제 완화 기조, 정부의 기존 제품 재고 대량 보유 등 상황은 일동제약이 넘어야 할 산이다. 일동제약 측은 "품목허가 후에 약을 정부가 대량구매할지 아니면 민간 의료기관에 직접 공급할지 가닥이 잡힐 것"이라며 "그때 관련 판매 전략을 시오노기와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내 회사가 생산을 맡을 경우 해외 약 대비 조달 용이성 측면에서 분명한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일동제약은 기술이전 후 조코바의 국내 생산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조코바 처방이 가능한 지역은 지난해 11월 허가받은 일본이 유일하다. 일본은 최근 100만명분을 추가 계약하며 총 200만명분의 조코바를 확보했다. 일본에서는 처방이 시작됐다. 시오노기는 현재 추가로 중국 허가 절차를 준비 중이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