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엣 역의 올리비아 핫세 / 사진=파라마운트
줄리엣 역의 올리비아 핫세 / 사진=파라마운트
로맨스 영화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1968)의 남녀 주연배우 올리비아 핫세(71)와 레너드 위팅(72)이 10대 시절 속아서 촬영, 성추행 및 아동 착취를 당했다며 제작사 파라마운트를 상대로 6000억원대 천문학적 소송을 제기해 눈길을 끈다.

3일(현지시간) AP·AFP통신에 따르면 올리비아 핫세와 레너드 위팅은 성학대와 성희롱, 사기 등을 당했다며 파라마운트 픽처스를 상대로 5억달러(약 6394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영화가 개봉한 지 무려 55년이 지난 가운데 당시 메가폰을 잡았던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은 2019년 세상을 떠난 바 있다.

핫세와 위팅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1심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이 출연 제의를 했을 당시 나체 장면 등이 없다고 본인들을 설득해 출연을 결심했지만 촬영 당시에는 이와 말이 달랐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침실 장면에 비치는 속옷을 입게 하더니, 나중에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영화가 망한다”며 강하게 압박했다는 것.

제피렐리 감독은 맨몸이 드러나지 않게 카메라 위치를 조정하겠다고 했으나, 영화에는 두 사람의 엉덩이와 가슴이 그대로 노출된 바 있다.

당시 핫세는 15세, 위팅은 16세의 청소년이었다. 이들은 “결국 베드신이 주연 배우들 모르게 나체로 촬영됐으며 이는 성추행과 아동 착취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파라마운트가 청소년의 나체 장면이 담긴 영화를 배급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 올리비아 핫세, 레너드 위팅(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 올리비아 핫세, 레너드 위팅(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두 배우의 비즈니스 매니저는 “그들이 들은 내용과 실제 영화에 나온 것은 완전히 달랐다”면서 “그들은 제피렐리 감독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열여섯 살이라면 자신들이 믿는 사람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 당시는 미투(MeToo) 운동 같은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55년간 분노와 우울증에 시달려 왔으며 이 일 때문에 많은 취업 기회를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두 배우는 이 작품을 제외하고는 괄목할 만한 활동이 없었다.

이번 소송은 아동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한시적으로 없앤 캘리포니아 법에 따라 이뤄졌다. 2020년 법 개정에서 3년간 성인이 어린 시절에 겪은 성범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면서 마감일인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주 법원에 소장이 쏟아졌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덧붙였다. 이에 대해 파라마운트 측은 아직 공식 언급이 없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