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3일(현지시간) 제118대 회기를 시작했지만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을 선출하는 데 실패했다. 의장 선거를 3차례 치렀지만,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다. 다수당인 공화당 내에서 반란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미 하원은 개원 첫날 의장 선출을 위해 3차례 호명 투표를 시행했다. 공화당의 캐빈 매카시 원내대표의 승리가 유력했지만 세 차례 연속 과반(218표) 확보에 실패했다. 하원의장을 뽑으려 재투표를 한 건 1923년 이후 100년만이다.

당초 매카시 원내대표가 하원의장으로 선임될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출석의원 434명 중 과반(218명)을 획득하기 수월한 입장이라서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하원 222석을 확보하며 다수당이 됐다. 당내 반란표가 5표 이상 나오지 않는 이상 의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공화당에서 반란표가 나왔다. 1~2차 투표에선 공화당 의원 19명이 다른 후보에 표를 던졌다. 매카시는 203표를 얻는 데 그쳤다. 3차 투표에선 20명이 매카시 원내대표(202표)를 외면했다.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1차에서 앤디 빅스(공화당)에게 투표했고, 2~3차에선 같은 당 짐 조던 의원에게 표를 던졌다.

매카시 원내대표가 과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공화당 초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 때문이다. 매카시가 보수 의제를 충분히 수용하지 않는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프리덤 코커스는 2015년 출범해 40여명이 소속되어 있다. 작은 정부를 대표적 구호로 내걸고 있다. 조던 의원이 이 모임의 초대 좌장이다.

재투표는 예견된 일이었다. 공화당 의원들이 ‘친(親)트럼프’로 분류되는 매카시 의원조차 쉽게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을 내걸고 있어서다. 강경파 의원들은 매카시에게 △남부 국경 요새화 △의원 연임 제한 등의 법안을 표결에 부치라고 압박했고 동시에 정치활동위원회(PAC)가 주류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배정하는 걸 제한하는 등의 조건을 내밀었다.

CNN에 따르면 1차 투표 직전에 열린 공화당 비공개회의에서 매카시 의원은 강경파 의원들이 특정 상임위원회 배정을 찬성표와 맞바꾸려 했다고 폭로했다. 반대파 의원들은 이에 맞서 “거짓말하지 말라”며 고함을 쳤다. 매카시 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주류 의원들은 강경파에게 상임위를 배정하지 않겠다고 대응했다.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전망이다. 서로 양보할 의사가 없어서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이날 2차 투표가 끝난 뒤 “최다 투표 횟수를 기록해도 상관없다. 이길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의 대표적인 강경파인 매트 게이츠 의원은 “민주당의 제프리스가 의장으로 선출돼도 상관없다”고 맞섰다.

분열된 공화당과 달리 민주당은 단일대오를 형성해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모든 표(212명)를 몰아줬다. 세 차례 걸친 투표에서 의장이 나오지 않자 하원은 이날 본회의를 정회하고 4일 정오부터 다시 투표하기로 결정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