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전 북한 외무상. / 사진=연합뉴스
리용호 전 북한 외무상. / 사진=연합뉴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리용호 전 북한 외무상이 지난해 처형됐다는 외신 보도와 관련 "사실이라면 북한의 외교관 등 엘리트층의 동요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태 의원은 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솔직히 '리용호 처형설'이 사실이라면 충격적이고 개인적으로는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이같은 관측을 내놨다. 태 의원은 리 전 외무상과 과거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태 의원은 "지난 10년 김정은 정권을 돌아보면 임기 전반기인 2012년~2017년에는 무자비한 처형이 잦았지만, 그 이후부터는 황병서 전 인민군 총정치국장 해임 등 좌천 혹은 회전식 인사교체가 대부분이었고 고위 간부에 대한 처형은 드물었다"고 설명했다.

태 의원은 만약 리 전 외무상의 처형이 사실이라면 북한 외교관들에게 큰 심리적인 동요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그 이유에 대해 "리 전 외무상은 북한 외교관들 사이에서 김정은 정권에 충실하면서도 합리적인 협상파·실력파로 평가받았으며, 김정은 부친인 김정일의 외교책사이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1994년 제네바 미-북 고위급회담부터 2018년 하노이 회담까지 북한과 미국의 모든 협상에서 리 전 외무상은 브레인 역할을 수행했다"며 "미국을 알고 세상을 아는 몇 안 되는 북한 외교관이었다"고 덧붙였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 사진=연합뉴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 사진=연합뉴스
태 의원은 리 전 외무상과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함께 근무했다고 한다. 태 의원은 리 전 외무상이 당시 미국 대통령과 국무장관 자서전을 열독하는 애독자였을 뿐만 아니라, 전두환 전 대통령 취임까지의 과정도 매우 깊이 연구하는 등 대외 정세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다고 전했다.

태 의원은 또 리 전 외무상의 부친인 리명제 전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김정일 전 국무위원장의 집사를 맡았으며, 어릴 때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돌봐줬다는 점을 거론했다. 그는 "그런 리 전 외무상마저 처형했다면 북한 엘리트층은 더 이상 김정은과 갈 수 없을 거라 속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리 전 외무상에 대한 처형설에 대한 사실 여부 확인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것"이라며 "리 전 외무상과 그의 동료들이 처형됐다면 김정은 정권 내에서 협상파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는 의미로, 그에 맞는 우리의 대북 전략도 면밀히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리 전 외무상이 지난해 처형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과 관련된 어떤 문제가 처형의 배경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