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우리가 트렌드라고 뭉뚱그려 말하지만 트렌드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우선 정의부터 알아보자. 트렌드란 ‘일정 범위의 소비자가 일정 기간 동조하는 변화된 소비가치에 대한 열망’이다. 따라서 트렌드의 종류는 일반적으로 지속하는 시간적 길이와 동조 소비자의 범위를 기준으로 나뉜다.
'반짝 유행'은 트렌드 아냐

트렌드 종류에 따라 현상을 캐치하는 방법론도 달라진다. 반짝 유행에 그치는 패드와 소수의 집단에 나타나는 마이크로 트렌드는 사례 조사, 트렌드 다이어리, 이머징 이슈 분석과 같은 방법론을 통해 향후 트렌드로 확산될 만한 옥석을 가리고 파급효과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5~10년 주기를 갖는 트렌드는 소비자 FGD, 델파이 조사 등 정성 분석을 통해 발전 전망과 변곡점을 파악한다. 보다 넓은 집단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메가 트렌드 이상의 영역에서는 설문조사, 빅데이터와 같은 정량적 분석이 유용하다.
'왜 그 현상이 나타날까' 생각을
트렌드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은 현재 일어나는 현상이 반짝 유행에 그치는 것인지, 중장기 트렌드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트렌드의 원인을 이해해야 하는데, 현상의 이면에 있는 심리적 동기, 사회·경제적 배경, 기술적 진보, 해당 세대의 성장 배경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다시 말해 현재 유행하는 표면적인 현상 자체도 중요하지만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트렌드코리아 2023>은 공저자 자격으로 집필한 10번째 책이다. 짧지 않았던 시간 동안 가장 보람된 순간을 꼽으라면, 나이가 지긋하신 독자분께서 “이제야 우리 아들이 혹은 우리 딸이 왜 그랬는지 알게 됐어요”라는 말을 해주실 때다. 결국 트렌드를 연구한다는 것은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자 다른 세대, 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트렌드를 좇아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기보다는 나를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창이라고 생각해보자. 트렌드에 대한 당신의 시선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더불어 앞으로 <트렌드 인사이트> 칼럼이 독자 여러분께서 다른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소통창구가 되기를 바란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