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쏟아부어 온 대규모 정부 지원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고위 관리들이 이 같은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일부 관리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10년간 1조위안(약 184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 지원 방안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부는 이 같은 투자 주도 접근법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대안으로 현지 반도체 소재 공급업체들을 통해 소재 가격을 인하해주는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경제적·군사적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핵심으로 여겨온 중국 반도체 산업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중국 당국이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규모 지원 중단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반도체 산업 보조금이 그간 별다른 결실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뇌물 등 부패와 미국의 제재만 불러왔다는 판단이다.

중국은 2014년 토종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가 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를 만드는 등 반도체 산업에 엄청난 재원을 투입했다. 450억달러(약 57조2000억원) 규모의 이 펀드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와 중국 국영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반도체 기업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7월 비효율적인 투자와 부패 혐의 등으로 이 펀드의 주요 인사들을 조사하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을 포함한 서방에 대한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높은 의존도를 중국의 약점으로 꼽으며 이를 시급하게 해소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특히 미국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고 하는 만큼 기술 자립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방역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대규모 반도체 지원 자금 조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세수와 부동산 매각 수입 감소, 코로나19 방역 비용 등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의 재정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