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3' 행사장에서 스웨덴 스타트업 익제거(Exeger)가 태양광 충전 기술 '파워포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종필 기자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3' 행사장에서 스웨덴 스타트업 익제거(Exeger)가 태양광 충전 기술 '파워포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종필 기자
흔히 가정에서는 마트나 온라인몰에서 건전지 다발을 한 묶음씩 사놓거나, USB 충전잭을 집안 곳곳에 어지럽게 꽃아두고는 한다. 건전지 혹은 충전을 필요로 하는 전자제품이 많아서다. TV리모컨, 무선 이어폰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태양광 충전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 집에서 건전지나 충전잭이 사라질 날이 올 지도 모른다.

지오반니 필리 익제거 대표는 4일(현지시간) CES 간담회에서 태양광 패널 '파워포일(Powerfoyle)' 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구글 리모컨을 청중석에 보여주며 "굿 뉴스다. 이제 TV 리모컨의 건전지를 갈아끼울 필요 없이 실내 전등 불빛만으로 충전이 가능하다"며 "구글과 LG 등의 수많은 리모컨에 파워포일 패널이 탑재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보! 이제 건전지 사지마" 실내 빛만으로 TV 리모컨 충전 [CES 2023]
파워포일은 유리 소재인 일반적인 태양광 패널과 다르다.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패널이기 때문에 리모컨이나 헤드셋 같은 굴곡진 제품에도 집어넣을 수 있고, 색을 입히거나 브랜드 로고를 새겨넣을 수도 있다. 이날 보여준 리모컨을 실제로 만져보니 검정색 태양광 패널에 플라스틱 텍스쳐(질감)가 느껴졌다. 육안이나 촉각으로는 태양광 패널임을 전혀 알 수 없었다.

파워포일은 '스마트 시티' 구현의 핵심인 전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파워포일은 모바일 앱으로 충전이 얼마나 원활하게 잘 되는지 상태를 확인할 수도 있다. 강렬한 태양광이 아닌 약한 실내등 만으로도 전력 포집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파워포일 기술은 지난해 말 아디다스가 국내에 출시한 무선 헤드셋에 적용돼 주목을 받았다. 아디다스가 빛으로 충전하는 친환경 무선 헤드폰 '리피트 02 솔'은 태양광과 인공광 등 모든 형태의 빛으로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도록 했다. 스웨덴 헤드폰 제조사 '어바니스타'도 무선 이어버즈 '피닉스'의 케이스에 파워포일 패널을 들였다. 익제거의 최종 목표는 스마트폰에 파워포일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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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선보인 파워포일 충전 TV 리모컨은 한국 기업이 만든다. 경북 구미에 본사를 둔 가전기기 제조기업 '오성전자'가 전담한다. 구미를 비롯해 멕시코, 인도네시아, 중국 등 4곳에 공장을 두고 있다. 행사장에 참석한 김 켄 오성전자 미국 지사장은 "수년 동안 리모컨 제품력 향상을 위해 글로벌 제조사 여러 곳을 타진해봤지만 익제거의 파워포일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하다"며 "익제거와 협업해 구글 리모컨 등에 본격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력이 약할 수 밖에 없는 실내등 불빛만으로 전력을 끌어모으는 기술도 파워포일이 독보적이라는 설명이다. 오성전자도 내년 CES에 독자 참여할 예정이다.

라스베이거스=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