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공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공
나경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5일 "육아휴직과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동시에 쓸 수 있는 '반반 육아휴직' 제도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사용하는 근로자에게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해 근로시간 감소로 인해 줄어드는 소득을 메워준다는 구상이다.

나 부위원장은 이날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력단절을 최소화하면서도 자녀 양육을 잘 할 수 있도록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는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관련한 정책을 총괄해 기획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나 부위원장이 육아휴직과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혼합한 정책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이유는 일·가정 병행을 돕기 위한 대표적인 두 정책이 모두 제도상 허점을 갖고 있어 출산율 제고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한 근로자는 일을 쉬면서도 최대 월 150만원의 육아휴직 급여를 1년 동안 받을 수 있지만, 경력이 단절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 근로시간 단축 제도 사용자는 일을 계속 하기 때문에 경력단절 우려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1주일에 15~35시간 범위로 근로시간이 단축된 만큼 소득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긴다.

나 부위원장은 "한 마디로 육아휴직이지만 근로는 하면서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근로시간은 단축됐지만 육아휴직에서 보장하는 일정한 급여를 보장하는 것이 소위 '반반 육아휴직' 제도의 핵심 취지"라고 설명했다.

나 부위원장은 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용이 직장에서의 승진 등에 감상(불이익)이 아닌 가상(이득)이 되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진급을 앞둔 군인이 육아휴직을 떠난 경우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진급 심사에) 평균 점수를 부여하는 규정을 내부적으로 마련했다고 한다"며 "이런 권고 규정을 만들고 법으로 강제하기에 앞서 공공 분야에서 먼저 시행한 이후 사기업으로도 확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청년 세대가 금전적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꺼리지 않도록 현금성 지원 정책도 확대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나 부위원장은 "지금도 신혼부부나 청년 세대에게 주택구입 자금이나 전세대출 자금을 저리로 지원해주는 정책이 있지만,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자를 조금 더 경감하는 방법, 또 출산과 연계해 원금까지도 일부분 탕감하는 등 조금 더 과감하게 지원하는 방법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부분은 기존 정책들과 함께 정교하게 검토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자녀 가구에 대한 그동안의 정부 지원 역시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는 게 나 부위원장의 판단이다. 나 부위원장은 "지금은 사실상 전기요금을 약 2만원 할인해주는 정책이 다자녀 가구에 주는 가장 큰 혜택"이라며 "자녀가 2명 이상인 경우엔 아동수당 지급 연령 상한을 현재 8세보다 높이는 방안이나 아동수당 액수를 차등화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금성 지원을 확대한다고 해서 과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대해선 "(청년들이) 돈만으로 출산 결심을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 어느나라도 돈을 주지 않고는 출산율을 제고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정책과 정교하게 조합해서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