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 속에 담긴 인생의 비밀…신간 '기대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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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을 보는 것도 뇌의 작용"…미국 저널리스트가 쓴 인문과학서
라오스 소수민족 허몽족은 197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 정착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20~40대 허몽족 남성의 잇따른 사망 보고서가 접수됐다.
걱정스러울 정도로 많은 이들이 자다가 돌연사한다는 내용이었다.
사망자들을 부검한 결과, 특이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독극물 성분도 검출되지 않았고 식습관, 정신건강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없었다.
겉으로 건강하게만 보이던 많은 성인이 왜 자다가 사망한 것일까?
한 의료 인류학자가 수수께끼를 풀었다.
그에 따르면 허몽족은 밤에 '다초'라는 귀신이 떠돌아다닌다고 믿었다.
그러다 희생자로 삼을 대상을 찾으면 그 위에 누워 몸을 마비시키고 더는 숨을 쉬지 못할 때까지 입을 틀어막는다는 것이었다.
라오스 산속에서 생활하던 시절, 허몽족은 동물 제사와 주술사의 목걸이로 다초를 퇴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선 주술사도 없었고, 제물을 바치는 제사도 치를 수 없었다.
다초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단이 사라진 것이다.
허몽족 남성들에게 다초에 대한 공포는 밤마다 현실이 됐고, 이는 부정맥을 발생시켜 심장마비를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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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과학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롭슨이 쓴 신간 '기대의 발견'(원제: The Expectation Effect)에 나오는 내용이다.
허몽족의 이야기는 허무맹랑한 '괴담'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이런 강력한 믿음에 빠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믿음은 모두 뇌의 작용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감각기관을 통해서 들어오는 아직 가공 처리되지 않은 데이터와 더불어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던 기대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정교하게 시뮬레이션하는 일종의 '예측 기계'다.
대부분은 이런 시뮬레이션이 객관적 현실과 일치하지만, 때로는 물리적인 세계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과 괴리가 생기기도 한다.
귀신을 보거나 미확인비행물체(UFO)를 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실제 망막에서 보낸 전기 신호를 받아들이는 신경의 수보다 뇌의 다른 영역에서 계산해낸 예측을 받아들이는 신경 연결의 수가 훨씬 많다.
이에 따라 정보의 양적 측면에서도 시각의 대부분은 우리 두개골 안 "어둠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눈으로 들어온 정보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가 뇌 속에서 무언가 눈앞에 있다고 기대하거나 예측한다면 실제로 그 물체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얘기다.
이런 기대 효과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이뤄진다.
교실에서, 병원에서, 일상생활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가령 아이들에 대한 선생님의 기대가 높을수록 아이들의 아이큐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로젠탈 실험), 노화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질수록 치매에 대한 위험도가 줄어들었으며, 염증 수치도 낮아졌다.
드라마에 몰입하다가 드라마 주인공에 걸린 병과 같은 병에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플라시보(위약) 효과는 이제 의료계에서 상식이 됐다.
물론, 기대효과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나 사회적 부조리는 그냥 없어지기를 바란다고 해서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저자는 기대효과가 "개인적으로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데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으며, 때로는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힘을 줌으로써 어려움을 극복하고 목표하는 바를 이루게 해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책의 요지는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믿기 때문에 우리의 건강과 안녕감이 송두리째 달라질 수 있으며, 이 문제들에 대한 우리의 기대를 재설정하는 법을 익히고 나면 건강과 행복, 생산성에 정말 깜짝 놀랄 만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믿는 존재이며, 그 믿음대로 인생도 상당 부분 펼쳐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부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자신에게 자비롭게 대하라고 책은 말한다.
까치. 이한나 옮김. 422쪽.
/연합뉴스
그로부터 얼마 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20~40대 허몽족 남성의 잇따른 사망 보고서가 접수됐다.
걱정스러울 정도로 많은 이들이 자다가 돌연사한다는 내용이었다.
사망자들을 부검한 결과, 특이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독극물 성분도 검출되지 않았고 식습관, 정신건강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없었다.
겉으로 건강하게만 보이던 많은 성인이 왜 자다가 사망한 것일까?
한 의료 인류학자가 수수께끼를 풀었다.
그에 따르면 허몽족은 밤에 '다초'라는 귀신이 떠돌아다닌다고 믿었다.
그러다 희생자로 삼을 대상을 찾으면 그 위에 누워 몸을 마비시키고 더는 숨을 쉬지 못할 때까지 입을 틀어막는다는 것이었다.
라오스 산속에서 생활하던 시절, 허몽족은 동물 제사와 주술사의 목걸이로 다초를 퇴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선 주술사도 없었고, 제물을 바치는 제사도 치를 수 없었다.
다초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단이 사라진 것이다.
허몽족 남성들에게 다초에 대한 공포는 밤마다 현실이 됐고, 이는 부정맥을 발생시켜 심장마비를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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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과학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롭슨이 쓴 신간 '기대의 발견'(원제: The Expectation Effect)에 나오는 내용이다.
허몽족의 이야기는 허무맹랑한 '괴담'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이런 강력한 믿음에 빠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믿음은 모두 뇌의 작용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감각기관을 통해서 들어오는 아직 가공 처리되지 않은 데이터와 더불어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던 기대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정교하게 시뮬레이션하는 일종의 '예측 기계'다.
대부분은 이런 시뮬레이션이 객관적 현실과 일치하지만, 때로는 물리적인 세계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과 괴리가 생기기도 한다.
귀신을 보거나 미확인비행물체(UFO)를 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실제 망막에서 보낸 전기 신호를 받아들이는 신경의 수보다 뇌의 다른 영역에서 계산해낸 예측을 받아들이는 신경 연결의 수가 훨씬 많다.
이에 따라 정보의 양적 측면에서도 시각의 대부분은 우리 두개골 안 "어둠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눈으로 들어온 정보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가 뇌 속에서 무언가 눈앞에 있다고 기대하거나 예측한다면 실제로 그 물체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얘기다.
이런 기대 효과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이뤄진다.
교실에서, 병원에서, 일상생활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가령 아이들에 대한 선생님의 기대가 높을수록 아이들의 아이큐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로젠탈 실험), 노화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질수록 치매에 대한 위험도가 줄어들었으며, 염증 수치도 낮아졌다.
드라마에 몰입하다가 드라마 주인공에 걸린 병과 같은 병에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플라시보(위약) 효과는 이제 의료계에서 상식이 됐다.
물론, 기대효과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나 사회적 부조리는 그냥 없어지기를 바란다고 해서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저자는 기대효과가 "개인적으로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데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으며, 때로는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힘을 줌으로써 어려움을 극복하고 목표하는 바를 이루게 해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책의 요지는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믿기 때문에 우리의 건강과 안녕감이 송두리째 달라질 수 있으며, 이 문제들에 대한 우리의 기대를 재설정하는 법을 익히고 나면 건강과 행복, 생산성에 정말 깜짝 놀랄 만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믿는 존재이며, 그 믿음대로 인생도 상당 부분 펼쳐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부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자신에게 자비롭게 대하라고 책은 말한다.
까치. 이한나 옮김. 422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