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의 황반변성 치료제 '바비스모' 등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허가를 받아 시장에 출시된 '새내기약'들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기존약 대비 효과가 우수하거나,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 등 미충족 수요를 공략한 의약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이다.

바비스모, 아일리아 대비 투약간격 2배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출시된 황반변성 및 당뇨병성 황반부종 치료제 바비스모는 매출이 급증 중인 대표 신제품이다. 출시 후 실적이 공개된 2022년 3분기까지 2억8400만달러(약 3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업계는 바비스모가 경쟁약 아일리아와 루센티스의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로슈 측은 "바비스모로 약을 교체한 환자 중 70%는 이전에 아일리아를 사용했으며, 나머지 30%는 루센티스를 투약하던 환자였다"고 설명했다.

아일리아 대비 바비스모의 장점은 크게 2가지다. 첫째는 2배 더 긴 지속 기간이다. 아일리아는 2개월 간격으로 눈에 주사해야 하지만 바비스모는 4개월마다 맞으면 된다. 눈에 직접 주사하는 의약품인 만큼 긴 투약간격은 뚜렷한 장점이 될 수 있다. 두번째 장점은 더 저렴한 약가다. 단회 투약 약가만 비교하면 바비스모가 더 비싸지만 2배 더 긴 투약 간격을 고려하면 더 경제적이다. 1회 투약시 바비스모의 약가는 2300달러이며, 아일리아는 1950달러다.

바비스모의 성장이 아일리아 또는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출시 및 준비 중인 제약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제약사 중에선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를 지난해 국내 및 미국에 출시했다. 종근당 또한 지난해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의 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획득했다.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삼천당제약이 임상 3상을 마치고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셀트리온 또한 임상 3상 환자모집을 마친 상태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약 대비 싸지만, 바비스모의 긴 투약 간격이 환자에게 더 매력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마운자로·옵두알라그 등 선전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또한 지난해 5월 FDA 승인을 받아 출시된 뒤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2022년 3분기까지 2억320만달러어치를 판매했다. 마운자로는 GLP-1 및 GIP 이중작용제다. 당뇨병 치료제 시장 기존 강자 노보노디스크의 ‘빅토자(삭센다)’ 및 ‘오젬픽’이 모두 GLP-1 단일작용제인데 비해 몬자로는 이중작용제로 효과를 높였다.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받았으나, 허가외 처방(오프라벨) 통해 비만 환자에도 사용되고 있다. 10㎎을 매주 투약한 환자군에서 72주차에 평균 22㎏ 체중이 감량된 임상 3상(SURMOUNT-1) 결과가 공개됐다.

BMS의 고정용량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옵두알라그도 지난해 3월 승인을 받아 2022년 3분기까지 1억4800만 달러 매출을 올렸다. 옵두알라그는 흑색종을 적응증으로 승인된 PD-1 면역관문억제제 ‘옵디보’와 LAG3 항체 렐라틀리맙의 병용요법이다. 절제할 수 없거나 전이성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승인됐다. LAG3 항체를 이용한 약으로는 처음으로 FDA의 승인을 받았다. FDA 승인에 근거가 된 임상2·3상(RELATIVITY-047)에 따르면 옵디보 단독 사용시 4.6개월이었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이 병용요법시 10.1개월로 늘어났다.

생존율에서도 병용요법이 옵디보 단독 대비 나은 결과를 보였다. 단독요법 대비 병용요법 시 12개월째 생존율은 각각 71.6%와 77.0%였다. 24개월째에는 58.3%와 63.7%, 36개월에는 48.8%와 55.8%를 기록했다.

노바티스의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와 얀센의 BCMA 표적 CAR-T 치료제 ‘카빅티’ 또한 출시 직후부터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플루빅토는 작년 3분기까지 9000만달러, 카빅티는 79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업계는 전립선암에서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PSMA 단백질을 표적하는 플루빅토의 매출이 향후 2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에선 퓨쳐켐과 셀비온 등이 유사한 기전의 후보물질 임상을 진행 중이다.

카빅티는 BMS의 '아베크마'와 경쟁하고 있다. 2021년 FDA 승인을 받은 아베크마는 지난해 1~3분기 동안 2억6300만달러 매출을 올렸다. 효능은 카빅티가, 안전성은 아베크마가 더 낫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1회 투약 비용 44억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이란 별명이 붙은 블루버드바이오의 ‘진테글로’는 지난해 8월 승인받았다. 아직 첫 투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블루버드바이오가 예상하는 첫 상업용 투약 시점은 올 1분기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