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가 미국 자동차 시장의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에서 최대 경쟁자인 도요타를 약 17만대 차이로 앞질렀다. 월가에서는 고금리와 경기침체 우려로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은 와중에도 GM의 영업이익이 견고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GM, 지난해 美 차량 판매량 2.5% 늘어

GM은 “지난해 미국에서 차량 판매량이 227만4088대를 기록했다”고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2021년 판매량(221만8000여대)보다 2.5% 늘었다. 지난해 4분기 판매량은 62만3261대로 전년 동기 대비 41%나 늘었다. 2021년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은 차량을 팔았던 도요타는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보다 9.6% 줄어든 210만8000대에 그치면서 미 시장의 왕좌 자리를 GM에게 넘겼다. 스티브 칼라일 GM 부사장은 “올해에도 GM은 북미에서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9개의 순수 전기차모델로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GM의 판매량 증대는 자동차 시장이 냉각기를 맞이한 가운데서도 낸 성과다. 시장조사업체인 워즈인텔리전스는 지난해 미국 내 차량 판매량이 1370만대로 전년 대비 8%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2011년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초 완성차 업계에선 이 판매량이 1600만대를 웃돌 수 있다는 기대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차량 구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자 이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반도체 공급난까지 발생하자 GM은 전체 판매량 중 픽업트럭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비중을 절반까지 늘렸다. 이익률이 높은 차량의 생산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GM의 고가 브랜드인 캐딜락의 지난해 4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75%나 늘었다. 투자정보매체 배런스는 “(GM은) 차량 가격이 높을 뿐 아니라 이익 마진도 견고하다”며 “GM의 지난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약 133억달러(약 16조9000억원)로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수준(84억달러)을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실적 기대감에 4일 GM 주가는 뉴욕증시에 전일 대비 2.57% 오른 34.6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도요타·스텔라리스·닛산 나란히 부진

도요타는 전기차 시장에서의 부진이 뼈아팠다. 도요타의 지난해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50만4016대로 2021년(58만3697대)보다 14% 줄었다.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하느라 전기차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재고 축적이 여의치 않다는 점도 도요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앤드류 길렐 도요타 자동차부문 수석 부사장은 “재고 수준이 올 1분기 이후 계속 개선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완성차 업체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스텔란리스는 지난해 차량 판매량이 전년보다 13% 줄어든 150만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닛산은 지난해 판매량이 25%나 감소했다. 차량정보업체인 콕스오토모티브는 올해 미국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 추정치보다 3% 늘어난 141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1년 판매량(1510만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자동차 업계 일각에선 지난 수년간 지속됐던 공급 문제가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수요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4일 지적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