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썬·화이자·칼자이스...HR만 22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2013년 <글로벌기업 인사실무자의 HR멘토링>이란 책 한권이 출간됐다. 이 책은 당시 한국IBM, 화이자제약, MS에 재직중인 인사담당자 세명이 의기투합해 글로벌기업의 HR에 대해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 120개에 응답하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옥광희 씨는 이후 독일계 광학기업 칼자이스를 거쳐 현재는 합성의약품 CDMO(위탁생산개발)기업인 제뉴원사이언스에서 인사 등 경영지원본부를 담당(상무)하고 있다. 옥 상무는 글로벌 외국계 기업 네곳(한국IBM,썬마이크로시스템즈,화이자제약,칼자이스)과 지금의 의약품 제조기업 등 5개 기업에서 22년간 HR업무를 담당한 ‘HR전문가’다. 어떻게 오랜 기간동안 인사업무만 할 수 있었던 걸까? 옥 상무는 “인사의 기본원칙은 어느기업이나 통하는 공통점이 있다”며 “다만, 산업마다 조금씩 디테일이 다를 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 서울 남대문이 훤히 보이는 대한상공회의소 5층에 위치한 제뉴원 사무실에서 옥 상무를 만나 ‘인사담당자의 세계’를 들었다.


▷HR멘토링 책이 절판되었다고 들었다. 책의 구성은 어떻게 됐나

“인사의 시작인 채용에서 퇴직, 평가, 보상, 교육, 개발 등 기업의 HR업무 전반에 대해 다뤘다. 저자들은 각각 노동대학원, 경영대학원, 교육대학원에서 인사와 관련된 전공을 공부했다. 때문에 마지막 파트는 노동법과 노무관리를 넣을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은 인사업무를 하고 싶어하는 구직자와 기업내 인사업무를 궁금해 하는 직장인을 위해 썼다.”(세 명의 필자는 외국계 IT기업 모임에서 만난 것이 인연이 됐다. 옥 상무의 출간 제안으로 2년여의 집필 기간 끝에 책이 나왔다. 공동 저자인 김혜인 씨는 현재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에 근무중이고, 다른 저자인 홍성만 씨는 미국계 반도체 장비회사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에서 인사를 맡고 있다고 했다.)

▷첫 직장이 한국IBM이다. 어떻게 입사를 할 수 있었나

“성균관대에서 행정학을 공부했다. 공직을 통해 국가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에서 뜻을 펼칠수도 있겠다 싶어 민간기업 취업을 알아봤다. 2000년 당시 한국IBM의 임직원은 2600명에 달했다. 때문에 공채를 통한 직무별 모집을 했을 정도다. 입사 동기만 50명에 달했다. 그때 인사부로 지원했었다.”

▷외국계기업의 인사는 1인 다역으로 알고 있다.

“보통 외국계기업은 채용때 ‘급여 전문가’ ‘채용전문가’ 등의 공고를 낸다. 채용이나 급여 등 전문분야로 입사후엔 HR전체 전문가로 양성된다. 채용·교육·급여 등의 스페셜전문가에서 인사전체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전공을 인사로 하면 좋지만 복수전공을 통해 학문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HR 인턴경험 뿐아니라 연말정산 알바라도 해 볼것을 권한다.품질관리부 지원자라면 우수의약품의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인 GMP에 대해 공부해 두면 좋다.”
IBM·썬·화이자·칼자이스...HR만 22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옥 상무는 구직자를 위한 외국계 기업 입사팁을 덧붙였다. 그는 외국계 기업은 ‘직무 스페셜리스트’채용을 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대학시절 어떤 직무를 지원할지를 고민하고 그에 맞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했다. 아무리 외국계 기업에서 인턴십 경험을 쌓더라도 관련 지원 직무가 아니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그는 인터뷰 동중 '직무관련 경험을 쌓을 것'을 수차례 강조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하는지를 알기위한 직무적성검사도 적극 해 볼 것을 권했다. 직무검사를 통해 영업에 관심이 있다면 매장아르바이트를, 제조업을 원하면 생산,품질관리 경험을 쌓으면 입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제뉴원 설립 이듬해 1월 HR상무로 입사했다. 제뉴원의 HR시스템을 어떻게 구상했나

“제뉴원은 2020년 11월 국내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 PE)가 한국콜마의 제약사업부와 콜마파마를 인수해 합성의약품 복제약 생산 전문기업으로 탄생시킨 법인이다. 때문에 한국콜마의 인사시스템을 바탕으로 급여,인센티브,승진제도를 성과주의에 맞게 개선했다. 직원 교육도 새롭게 정립해 교육플랫폼을 만들었다. 제도 변경은 직원들의 동의를 받아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생기업이어서 인력채용이 어려울 것 같다.

“설립 이듬해인 2021~2022년 2년간 채용을 많이 했다. 서울본사, 세종·제천 공장 등 정규직만 850명(2022년 12월말 기준)에 달한다.직원들의 평균연령도 30대초반으로 젊은 기업이다. 지난해는 심지어 2003년생도 입사했다. 채용이 많았던 분야는 생산,품질,연구개발 순이다.”

▷채용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신생기업이지만 연2회(5월,11월) 공개채용을 한다. 올해도 계획중이다. 각 부서별 필요인력을 취합한 후 검토후 채용공고를 낸다. 각 부서별 채용을 한다는 뜻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토대는 인재채용에서 시작된다. 채용전략에 대한 고민이 많다. 제뉴원이 급여경쟁력은 있다. 다만 브랜드가 구직자들에게 생소하다는 단점이 있다. 장기적으로 소셜미디어와 미디어를 통해 꾸준히 알리려 한다. 90명을 둔 연구소는 약사가 아니라도 생명공학, 화학 전공자도 지원할 수 있다. 연구원은 석사이상의 전공자가 많다. 새로운 복제약 개발 발굴력이 성패를 좌우하는 개발부서는 30명의 직원이 있다. ”

제뉴원은 지난해 11월 중순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3분기 누적 매출액(연결기준)은 25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으며, 동기간 누적 영업이익(영업권 상각 전)은 345억원으로 4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매출성장은 CMO(위탁생산)가 이끌었다. 제뉴원에 따르면, 제뉴원은 국내 제약사 제조소 400곳 가운데 80%와 거래를 하고 있다. 생산중인 약은 500종류에 전체 생산품목은 2000개가 넘는다. 제뉴원은 지난해 4월 보령제약 대표를 지내면서 연구생산부문에서 큰 폭의 매출성장을 이끌어 리더십을 인정받은 이삼수 대표를 새롭게 선임했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은 기존 의약품 단순 생산(CMO)에서 나아가 연구개발,임상,생산의 전 과정에 걸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해온 바이오기업들이 속속 CDMO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SK바이오사이언스에 이어 국내 바이오의약품 CDMO시장에 롯데까지 뛰어들었다.
IBM·썬·화이자·칼자이스...HR만 22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제뉴원의 채용 핵심은 ‘협력’이라고 들었다. 어떻게 협력형 지원자임을 알 수 있나

“면접시 ‘협력을 통한 성과’를 이뤄낸 경험을 묻는다. 본인의 성격을 묘사해 보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MBTI성격검사나 갤럽 스트랭스파인더와 같이 널리 알려진 검사 결과를 물어보기도 한다. 조직에는 주도적인 사람도 보완적인 사람 모두 필요하다. 모두가 리더가 될 수도 없거니와 모두가 팔로워가 될 필요도 없다. 채용시에 AI역량검사를 활용하고 있다.“

▷HR책임자로서 최근 가장 큰 고민은 뭔가

“요즘 MZ세대들이 입사하면서 기업들이 다소 당황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20대에 X세대라고 불렸다. 미지수 X는 알수 없다는 뜻이다. 그 당시 부모세대들이 봤을때 도저히 알수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을 것이다. MZ세대도 마찬가지다. 시대가 변하고 가치가 달라졌기 때문에 어른 세대와 추구하는 바가 달라졌을 뿐이다. 이들은 앞으로 기업의 핵심이 될 것이다. MZ세대 의견을 듣고 반영하려 노력한다. 의사결정땐 2030세대들이 참여토록 하고 있다.”

▷제뉴원 설립 4년째다. 제뉴원만의 기업문화를 위한 노력은 뭔가

“제뉴원만의 문화를 정립하기 위해 ‘컬처덱(culture deck)’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컬처덱은 기업 조직 문화를 문서화한 자료다. 각 종 이슈에 대해 최대한 같은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행동규범이다. 올해 상반기중 컬처덱을 제작 완료해 발표할 예정이다.”

옥 상무는 “제뉴원은 한 명의 아웃라이어가 이끄는 조직이 아닌 모두가 협력해 성과를 만들어가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팀워크를 이루고 부서간 화합을 이룰 수 있는 인재인지가 채용의 가장 큰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솔선수범할 수 있는 주인의식, 명확한 원칙 준수와 유연한 사고 그리고 수평적 소통이 제뉴원이 추구하는 가치라고 했다. 옥 상무는 현재 제뉴원에서 그동안 쌓은 글로벌 기업문화를 심고 있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