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5성급 호텔…캐나다 설국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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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산맥 횡단열차' 비아레일 타다
'로키산맥 횡단열차' 비아레일 타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雪國)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소설 <설국>을 읽어봤다면, 한 번쯤 눈의 나라를 달리는 기차 여행을 꿈꿨을 것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쓴 이 소설의 첫 구절은 많은 이들에게 새하얀 상상을 하게 한다. 소설뿐만인가. ‘비포 선라이즈’의 우연한 만남, ‘설국열차’ 일등칸의 호화로움, 어쩌면 ‘오리엔트 특급살인’의 미스터리함까지. 이 모든 낭만을 함축한 열차가 있다. 로키산맥을 가로지르는 캐나다 횡단열차 비아레일이다.
비아레일의 가장 대표적인 노선은 밴쿠버부터 토론토를 잇는 4466㎞ 구간. 소요되는 시간만 4박5일, 운임은 1000만원(최상급 객실 기준)에 달한다. 이 중 일부인 밴쿠버~재스퍼 구간에 몸을 실었다. 536㎞를 23시간 동안 달리는 여정이다.
객실 등급은 의자와 담요 정도만 주는 이코노미 클래스부터 침대 욕실 냉장고 TV까지 갖춘 프레스티지까지 있다. 프레스티지 등급은 ‘달리는 호텔’이라고 하기에도 손색이 없을 정도. 기자는 1인 객실인 ‘슬리퍼 플러스’를 선택했다. 두꺼운 커튼을 열어젖히니, 작은 소파와 화장실로 구성된 1평 남짓한 공간이 등장한다. 벽면의 레버를 잡아당기면 방 안 가득 침대가 깔린다. 세로 2m, 가로 1.1m. 성인 한 명이 눕기에 넉넉한 크기다. 침구는 제법 푹신하고, 다락방에 들어온 것처럼 아늑하다.
이 침대에 누우면 이곳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한쪽 벽면을 통째로 튼 창문으로 겨울왕국의 풍경이 쏟아져내린다. 이 절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비아레일은 창문 크기를 최대한 키웠다. 이 기차의 창문을 ‘캐나다 최고의 창문’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끝도 보이지 않는 산과 눈이 내리는 풍경이 끝을 모르고 이어진다. 로키산맥 한가운데를 통과하느라 휴대폰 신호는 끊긴 지 오래다. 덕분에 사색에 빠져들 수 있는 자유를 얻는다. 23시간, 열차 안의 행복한 고립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고독과 사색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비아레일은 천국과도 같다. 총 23시간의 여정 중에서 휴대폰이 터지는 구간은 6시간 남짓. 로키산맥을 통과하는 동안에는 신호조차 잡히지 않는다.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왔는데도 알림 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대더니 마침내 휴대폰이 입을 꾹 닫았다. 별다른 목적도 없이 습관적으로 새로 고침 버튼을 눌러댔던 온라인 세상에서 비로소 해방되는 순간이다.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자유가 그곳에 있었다. 미리 준비해간 책을 탐독하며 자신만의 시간에 빠져들었다.
지루한 느낌이 약간이라도 든다면 열차 탐방을 나서볼 시간이다. 열차에는 개인 공간 외에 공용 공간도 마련돼 있다. 영화 <설국열차>의 최고 등급 칸을 그대로 따온 듯한 바(bar)를 비롯해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는 휴식 공간, 카페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스카이라인’ 객실은 사방이 모두 유리로 마감돼 풍경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고개를 한껏 뒤로 제쳐도 끝이 보이지 않는 높이의 설산이 이어지는 풍경은 압권이다. 초현실적인 느낌이 커서 마치 3D(입체) 영화를 보는 듯하다.
때마침 승무원이 샴페인을 들고 등장한다. 열차 여행에 동행해 준 것을 환영하는 웰컴 드링크다. 그림 같은 풍경에 감미로운 술에 무장 해제된 승객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기 시작한다. 이어지는 카나페와 각종 핑거푸드. 그리고 승무원은 “모어 샴페인?” 하고 묻는다. 당연히 더 마셔야지. 들뜬 승객들 사이로 넉살 좋은 한 중년 남성이 ‘치어스(건배)!’를 외친다. 승객 모두가 웃으며 잔을 부딪친다.
‘뜻밖의 친교’는 비아레일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어느새 삼삼오오 둘러앉아 서로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결혼 15주년 기념 여행으로 비아레일을 선택했다는 부부, 방학을 맞아 전국 일주 중이라는 몬트리올의 대학생, 로키산맥에서 스키를 즐기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라는 친구들…. 외국 관광객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캐나다의 다른 지역에서 온 여행객이 대부분이다. 비아레일 여행에는 충분한 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필요한 만큼, 캐나다인들 사이에서도 ‘버킷리스트’로 많이 거론된다. 캐나다의 겨울 여행 기사를 쓰고 있다고 했더니, 다들 휴대폰 사진첩의 사진을 보여주며 ‘여기는 꼭 가봐야 한다’고 한다. 국적과 나이를 떠나 스스럼없이 친구가 되던 배낭여행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윽고 저녁.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흩어졌던 이들이 다시 식당칸에 모였다. 저녁 식사는 한층 품격 있는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전채, 메인요리, 디저트까지 세 가지 코스에 와인을 곁들이는 구성이다. 모든 음식은 기차에 탑승한 셰프가 즉석에서 요리한다. 정갈한 상차림에 어니언 수프, 양갈비, 초콜릿 케이크로 이어지는 코스는 여느 미쉐린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맛을 자랑한다. 아침식사 때의 서먹함은 온데간데없고, 회식이라도 열린 듯 화기애애하다. 공교롭게도 열차에 오른 두 사람이 생일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기차 내의 조명이 어둑해지는 밤. 창밖에도 별다른 조명이 없어 컴컴하지만, 로키산맥의 새하얀 눈 덕분에 밖이 훤히 보인다. 커튼을 내리면 완벽히 독립적인 공간이 된다. 소리와 빛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복도를 지나다니는 이가 있어도 방해되지 않는다. 기차의 흔들림과 덜컹대는 소리를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삼아 잠에 빠져든다.
어슴푸레한 아침, 어느덧 종착지인 밴쿠버역에 기차가 들어섰다. 한 배, 아니 한 기차를 탔던 승객들은 아쉬움 속에서 인사와 포옹을 주고받으며 길을 떠났다. 다시 울리기 시작하는 메신저의 알람.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타인과 다정한 인사를 나누는 시간은 비아레일이 선사한 1박2일간의 행복한 고립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노선은 캐나다 동~서를 횡단하는 캐나디안 라인이다. 밴쿠버와 토론토를 잇는 노선으로 장장 4466㎞ 거리를 이동하는 데 총 4박5일 걸린다. 로키산맥은 물론이고 숲과 호수, 도시까지 캐나다의 풍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기자가 이용한 재스퍼~밴쿠버 구간 역시 캐나디안 라인의 일부다. 요일과 계절에 따라 금액에 차이가 있지만, 해당 구간의 1인실과 2인실 요금은 각각 85만원과 130만원 선. 최고급 등급 객실인 프레스티지 클래스는 약 400만원이다. 1박2일 여행치고는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높은 인기로 매진되는 일이 잦아 일찌감치 예약하는 것이 좋다.
캐나다 국적 항공사인 에어캐나다는 인천에서 밴쿠버와 토론토까지의 직항편을 각각 주 7일, 주 5일 운항하고 있다. 인천에서 밴쿠버까지는 총 12시간50분 정도 소요된다. 지난해 6월부터는 캐나다 국내선 환승 시 수하물을 자동 배송하는 수하물 자동 환승 서비스를 도입해 여정의 편의성을 높였다. 캐나다 내에서는 버스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지역 여행사별로 다양한 장거리 노선을 운영하는데, 대형 차량을 구비해 널찍한 자리에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렌터카는 추천하지 않는다. 통신이 터지지 않는 구간이 많아 휴대폰과 내비게이션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고, 주유소가 흔하지 않아 자칫 고립될 위험이 있다. 특히 겨울에는 고속도로 위에도 눈이 쌓여 있어 운전에 미숙하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캐나다 겨울 여행 필수품
캐나다의 겨울 평균 기온은 한국보다 낮다. 특히 로키산맥 부근의 재스퍼, 밴프 지역은 영하 20도로 떨어지는 날도 많다. 그러나 소위 ‘칼바람’이 불지 않아 체감 온도는 한국보다 따뜻하게 느껴진다. 옷차림은 한국에서의 방한 정도로 충분하다. 그러나 매우 건조하기 때문에 핸드크림, 립밤 등 보습용품을 꼭 챙기는 것이 좋다.
파우더 스노? 샴페인 스노!
캐나다의 겨울 풍경을 낭만적으로 완성하는 것은 바로 설질(雪質)이다. 캐나다의 눈은 습기가 낮아 질척하지 않고 포슬포슬한 질감이다. 눈이 가루처럼 부서진다고 해서 ‘파우더 스노’, 샴페인의 기포처럼 반짝인다고 해서 ‘샴페인 스노’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 덕분에 눈밭을 걸어도 푹푹 빠지지 않고, 가볍게 걸음을 옮길 수 있다. 온도가 올라가도 축축하게 흐르기보다는 그대로 기화돼 증발한다. 이런 설질은 캐나다가 겨울 스포츠 종주국으로 이름을 떨치는 데도 한몫했다고. 마음껏 눈밭에서 뛰어놀아도 여전히 신발이 뽀송뽀송한 이유다.
재스퍼(캐나다)=김은아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una@hankyung.com
소설 <설국>을 읽어봤다면, 한 번쯤 눈의 나라를 달리는 기차 여행을 꿈꿨을 것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쓴 이 소설의 첫 구절은 많은 이들에게 새하얀 상상을 하게 한다. 소설뿐만인가. ‘비포 선라이즈’의 우연한 만남, ‘설국열차’ 일등칸의 호화로움, 어쩌면 ‘오리엔트 특급살인’의 미스터리함까지. 이 모든 낭만을 함축한 열차가 있다. 로키산맥을 가로지르는 캐나다 횡단열차 비아레일이다.
비아레일의 가장 대표적인 노선은 밴쿠버부터 토론토를 잇는 4466㎞ 구간. 소요되는 시간만 4박5일, 운임은 1000만원(최상급 객실 기준)에 달한다. 이 중 일부인 밴쿠버~재스퍼 구간에 몸을 실었다. 536㎞를 23시간 동안 달리는 여정이다.
객실 등급은 의자와 담요 정도만 주는 이코노미 클래스부터 침대 욕실 냉장고 TV까지 갖춘 프레스티지까지 있다. 프레스티지 등급은 ‘달리는 호텔’이라고 하기에도 손색이 없을 정도. 기자는 1인 객실인 ‘슬리퍼 플러스’를 선택했다. 두꺼운 커튼을 열어젖히니, 작은 소파와 화장실로 구성된 1평 남짓한 공간이 등장한다. 벽면의 레버를 잡아당기면 방 안 가득 침대가 깔린다. 세로 2m, 가로 1.1m. 성인 한 명이 눕기에 넉넉한 크기다. 침구는 제법 푹신하고, 다락방에 들어온 것처럼 아늑하다.
이 침대에 누우면 이곳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한쪽 벽면을 통째로 튼 창문으로 겨울왕국의 풍경이 쏟아져내린다. 이 절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비아레일은 창문 크기를 최대한 키웠다. 이 기차의 창문을 ‘캐나다 최고의 창문’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끝도 보이지 않는 산과 눈이 내리는 풍경이 끝을 모르고 이어진다. 로키산맥 한가운데를 통과하느라 휴대폰 신호는 끊긴 지 오래다. 덕분에 사색에 빠져들 수 있는 자유를 얻는다. 23시간, 열차 안의 행복한 고립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캐나다 비아레일 탑승기 - 눈꽃세상 갇힌 1박2일…536㎞의 행복한 고립
기차에서는 하루에 두 번씩 식사가 나온다. 오전 9~11시에 한 번, 오후 5~9시에 한 번이다. 식사 시간이 되면 승객이 모두 식당칸으로 이동해 음식을 먹는다. 자연스럽게 합석이 이뤄지고 함께 창밖 풍경을 보면서 식사를 즐긴다. 식당칸은 웬만한 레스토랑보다 격식을 갖추고 있다. 1~2시간에 걸친 정찬으로 넉넉하게 제공되기 때문에 두 번으로도 충분하다. 아침 메인 메뉴는 바삭한 파이 안에 치킨 크림을 넣고 구운 치킨 팟 파이였다. 입이 심심하다면 객실 통로마다 과일, 크래커, 커피와 차 등이 비치돼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고독과 사색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비아레일은 천국과도 같다. 총 23시간의 여정 중에서 휴대폰이 터지는 구간은 6시간 남짓. 로키산맥을 통과하는 동안에는 신호조차 잡히지 않는다.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왔는데도 알림 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대더니 마침내 휴대폰이 입을 꾹 닫았다. 별다른 목적도 없이 습관적으로 새로 고침 버튼을 눌러댔던 온라인 세상에서 비로소 해방되는 순간이다.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자유가 그곳에 있었다. 미리 준비해간 책을 탐독하며 자신만의 시간에 빠져들었다.
지루한 느낌이 약간이라도 든다면 열차 탐방을 나서볼 시간이다. 열차에는 개인 공간 외에 공용 공간도 마련돼 있다. 영화 <설국열차>의 최고 등급 칸을 그대로 따온 듯한 바(bar)를 비롯해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는 휴식 공간, 카페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스카이라인’ 객실은 사방이 모두 유리로 마감돼 풍경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고개를 한껏 뒤로 제쳐도 끝이 보이지 않는 높이의 설산이 이어지는 풍경은 압권이다. 초현실적인 느낌이 커서 마치 3D(입체) 영화를 보는 듯하다.
때마침 승무원이 샴페인을 들고 등장한다. 열차 여행에 동행해 준 것을 환영하는 웰컴 드링크다. 그림 같은 풍경에 감미로운 술에 무장 해제된 승객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기 시작한다. 이어지는 카나페와 각종 핑거푸드. 그리고 승무원은 “모어 샴페인?” 하고 묻는다. 당연히 더 마셔야지. 들뜬 승객들 사이로 넉살 좋은 한 중년 남성이 ‘치어스(건배)!’를 외친다. 승객 모두가 웃으며 잔을 부딪친다.
‘뜻밖의 친교’는 비아레일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어느새 삼삼오오 둘러앉아 서로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결혼 15주년 기념 여행으로 비아레일을 선택했다는 부부, 방학을 맞아 전국 일주 중이라는 몬트리올의 대학생, 로키산맥에서 스키를 즐기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라는 친구들…. 외국 관광객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캐나다의 다른 지역에서 온 여행객이 대부분이다. 비아레일 여행에는 충분한 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필요한 만큼, 캐나다인들 사이에서도 ‘버킷리스트’로 많이 거론된다. 캐나다의 겨울 여행 기사를 쓰고 있다고 했더니, 다들 휴대폰 사진첩의 사진을 보여주며 ‘여기는 꼭 가봐야 한다’고 한다. 국적과 나이를 떠나 스스럼없이 친구가 되던 배낭여행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윽고 저녁.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흩어졌던 이들이 다시 식당칸에 모였다. 저녁 식사는 한층 품격 있는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전채, 메인요리, 디저트까지 세 가지 코스에 와인을 곁들이는 구성이다. 모든 음식은 기차에 탑승한 셰프가 즉석에서 요리한다. 정갈한 상차림에 어니언 수프, 양갈비, 초콜릿 케이크로 이어지는 코스는 여느 미쉐린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맛을 자랑한다. 아침식사 때의 서먹함은 온데간데없고, 회식이라도 열린 듯 화기애애하다. 공교롭게도 열차에 오른 두 사람이 생일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기차 내의 조명이 어둑해지는 밤. 창밖에도 별다른 조명이 없어 컴컴하지만, 로키산맥의 새하얀 눈 덕분에 밖이 훤히 보인다. 커튼을 내리면 완벽히 독립적인 공간이 된다. 소리와 빛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복도를 지나다니는 이가 있어도 방해되지 않는다. 기차의 흔들림과 덜컹대는 소리를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삼아 잠에 빠져든다.
어슴푸레한 아침, 어느덧 종착지인 밴쿠버역에 기차가 들어섰다. 한 배, 아니 한 기차를 탔던 승객들은 아쉬움 속에서 인사와 포옹을 주고받으며 길을 떠났다. 다시 울리기 시작하는 메신저의 알람.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타인과 다정한 인사를 나누는 시간은 비아레일이 선사한 1박2일간의 행복한 고립이었다.
비아레일 주요노선 - 창문 가득 푸른바다 오션라인…나이아가라 폭포 코리도라인
비아레일은 다양한 노선을 이용하고 있어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코리도 라인은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친숙한 퀘벡시티, 나이아가라폭포 등 동부의 대표적인 여행지가 몰려 있다. 비아레일 전체 이용객 70% 이상이 이용할 만큼 붐비는 공간이다. 몬트리올과 할리팩스를 잇는 오션 라인은 샬루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기차로, 창문 가득 푸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가장 대표적인 노선은 캐나다 동~서를 횡단하는 캐나디안 라인이다. 밴쿠버와 토론토를 잇는 노선으로 장장 4466㎞ 거리를 이동하는 데 총 4박5일 걸린다. 로키산맥은 물론이고 숲과 호수, 도시까지 캐나다의 풍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기자가 이용한 재스퍼~밴쿠버 구간 역시 캐나디안 라인의 일부다. 요일과 계절에 따라 금액에 차이가 있지만, 해당 구간의 1인실과 2인실 요금은 각각 85만원과 130만원 선. 최고급 등급 객실인 프레스티지 클래스는 약 400만원이다. 1박2일 여행치고는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높은 인기로 매진되는 일이 잦아 일찌감치 예약하는 것이 좋다.
캐나다 여행 꿀팁 - 영하 20도지만 체감온도는 따뜻…안 뭉쳐지는 눈, 가루처럼 부서져
캐나다 여행하는 방법캐나다 국적 항공사인 에어캐나다는 인천에서 밴쿠버와 토론토까지의 직항편을 각각 주 7일, 주 5일 운항하고 있다. 인천에서 밴쿠버까지는 총 12시간50분 정도 소요된다. 지난해 6월부터는 캐나다 국내선 환승 시 수하물을 자동 배송하는 수하물 자동 환승 서비스를 도입해 여정의 편의성을 높였다. 캐나다 내에서는 버스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지역 여행사별로 다양한 장거리 노선을 운영하는데, 대형 차량을 구비해 널찍한 자리에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렌터카는 추천하지 않는다. 통신이 터지지 않는 구간이 많아 휴대폰과 내비게이션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고, 주유소가 흔하지 않아 자칫 고립될 위험이 있다. 특히 겨울에는 고속도로 위에도 눈이 쌓여 있어 운전에 미숙하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캐나다 겨울 여행 필수품
캐나다의 겨울 평균 기온은 한국보다 낮다. 특히 로키산맥 부근의 재스퍼, 밴프 지역은 영하 20도로 떨어지는 날도 많다. 그러나 소위 ‘칼바람’이 불지 않아 체감 온도는 한국보다 따뜻하게 느껴진다. 옷차림은 한국에서의 방한 정도로 충분하다. 그러나 매우 건조하기 때문에 핸드크림, 립밤 등 보습용품을 꼭 챙기는 것이 좋다.
파우더 스노? 샴페인 스노!
캐나다의 겨울 풍경을 낭만적으로 완성하는 것은 바로 설질(雪質)이다. 캐나다의 눈은 습기가 낮아 질척하지 않고 포슬포슬한 질감이다. 눈이 가루처럼 부서진다고 해서 ‘파우더 스노’, 샴페인의 기포처럼 반짝인다고 해서 ‘샴페인 스노’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 덕분에 눈밭을 걸어도 푹푹 빠지지 않고, 가볍게 걸음을 옮길 수 있다. 온도가 올라가도 축축하게 흐르기보다는 그대로 기화돼 증발한다. 이런 설질은 캐나다가 겨울 스포츠 종주국으로 이름을 떨치는 데도 한몫했다고. 마음껏 눈밭에서 뛰어놀아도 여전히 신발이 뽀송뽀송한 이유다.
재스퍼(캐나다)=김은아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