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의 띠는 찢지 않는 한 안팎의 구분이 안 되는 고유한 특성을 유지한다. 아무리 변형을 가해도 본질적 구조가 변하지 않는 이런 별난 물질을 위상물질이라고 한다.

위상물질을 연구하는 위상학은 10여 년 전 ‘꿈의 탄소동소체’ 그래핀 등이 발견되면서 과학 전반에 깊숙이 들어왔다. 위상물질은 ‘위상 양자효과’가 나타난다. 고체 내부 전자의 움직임은 양자역학적 파동함수로 설명되는데, 이 파동함수가 기존과 많이 다를 때 위상 양자효과가 있다고 한다. 위상 양자효과를 이용하면 외부 잡음에 강하고 정보 손실이 없는 양자 정보 소자를 만들 수 있어 세계적으로 연구가 활발하다.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이 새로운 위상물질을 합성하고, 고유한 위상 양자효과를 관측했다. 삼성전자종합기술원의 지원을 받은 이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김준성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가 교신저자로, 김호일 포스텍 물리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이 제1저자로 연구를 주도했다.

반도체와 도체, 부도체를 나누는 기준을 ‘에너지 띠(밴드)’라고 한다. 에너지 띠는 전자가 얼마나 담겨 있느냐에 따라 전도띠, 충만띠, 가전자띠 등으로 나뉜다. 위상물질 내 전자구조의 특이성은 두 개의 에너지 띠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나타난다. 예를 들면 일반적 물질에선 전도띠와 가전자띠가 떨어져 있다. 반면 위상물질은 두 띠가 붙어서 마디를 이룬다. 이를 위상마디선이라고 한다.

연구진은 스트론튬-비소 화합물의 도핑 농도를 정밀하게 조절해 ‘보통의 전자 상태’가 존재하지 않도록 단결정 구조로 합성했다. 이때 위상적으로 특이한 전자 상태에서만 전기가 흐르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김준성 교수는 “차세대 양자 정보 소자에 적용 가능한 중요한 소재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