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중도금 대출 제한 등의 부동산 규제를 대거 풀자 건설사와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청담동 청담삼익아파트 전경. 한경DB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중도금 대출 제한 등의 부동산 규제를 대거 풀자 건설사와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청담동 청담삼익아파트 전경. 한경DB
분양을 미뤄온 서울 재건축·재개발 등 아파트 건설·시행사와 조합들이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1·3 대책’ 이후 그동안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해 분양 시기를 연기하거나 후분양 방식을 선택했던 서울 지역 단지들의 발걸음이 급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약 2만 가구에 그쳤던 서울 아파트 공급 가구수는 3만 가구를 크게 웃돌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때가 왔다"…분양 미뤄온 단지들 '꿈틀'

○사업 계획 다시 세우는 건설사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서울 양평동의 707가구 규모 재개발 아파트인 영등포자이 디그니티의 다음달 일반분양을 확정했다. 이를 위한 홍보대행사와 분양대행업체 섭외 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다른 대형 건설사들의 주택사업본부도 지난해 잠정적으로 세웠던 사업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단지의 분양 시기는 미루고 규제가 풀린 서울 등 수도권 단지 위주로 분양 우선순위를 재편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물산은 동대문구 이문1구역을 재개발한 3069가구 규모 래미안라그란데를 오는 3월 분양하기로 확정했다. 2020년부터 2년째 분양이 밀려왔으나 작년 말 조합원 분양이 100% 완료되는 등 갈등이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이 시공 중인 동대문구 이문3구역(4321가구)과 현대건설의 은평구 대조동 힐스테이트메디알레(2083가구) 등 분양가를 둘러싼 다툼으로 장기간 사업이 지연된 강북의 대형 재개발 구역에서도 연내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작년까지는 분양을 미뤄도 각종 규제가 풀릴 때까지 기다린다는 명분이 있었으나 이제는 분양을 미룰수록 분담금만 높아져 늦출 이유가 없어졌다”고 전했다.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여의도 브라이트아파트 공급을 미뤄온 신영도 조만간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옛 여의도 MBC 부지에 아파트 454가구, 오피스텔 849가구 규모로 들어서는 이 단지의 오피스텔은 2019년 3.3㎡당 평균 4305만원 선에 공급됐으나 아파트 분양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대우건설도 오는 5월 동작구 상도푸르지오 클라베뉴를 공급한다. 771가구가 전부 일반에 분양된다.

○분양 시기 저울질하는 강남권 아파트

강남·서초구 재건축 아파트들도 분양에 나선다. 아직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지만 중도금 대출 제한과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면서 규제 완화 혜택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롯데건설은 청담삼익아파트를 재건축해 짓는 1261가구 청담르엘 일반분양 182가구의 상반기 분양을 추진 중이다. GS건설이 신반포4지구를 재건축한 3307가구 규모 신반포메이플자이도 연내 분양 예정이다. 잠실진주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잠실래미안아이파크는 당초 내년 정도로 예상한 분양 시기가 앞당겨질지 주목된다.

후분양을 선택해 공사를 진행 중인 단지들도 조기 분양에 나설지 관심이 모인다. 대부분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후분양을 선택한 뒤 건설사의 신용으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2025년께 입주를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인 반포 한강변 최대어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아파트 프레스티지바이래미안(3주구),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1·2·4주구)가 대표적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주변 단지 시세를 감안해 지역 대표 대단지 아파트를 위주로 청약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