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맞은 편 상업지구가 텅텅 비어 있다.  /배성수  기자
지난 4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맞은 편 상업지구가 텅텅 비어 있다. /배성수 기자
메모리반도체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경기·수급에 따라 1~2년을 주기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기 때문에 과거에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본격화한 하락 사이클의 양상은 좀 다르다. 시장에선 “언제 상승세로 돌아설지 전망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과잉 재고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재확산 등 불확실성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어서다.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분명한 건 올해 상반기까지는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D램 가격 올해 35% 하락 전망

이천·수원·용인 반도체 벨트 '텅' "상반기까지 어렵다…그것만 확실"
시장조사업체들의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전망은 ‘불황’에 방점이 찍혀 있다. 5일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은 5565억달러(약 706조5880억원)로 지난해(5801억달러) 대비 4.1%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 규모는 1159억달러(약 147조원)로 전년(1309억달러) 대비 11.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부정적인 전망의 원인은 소비 위축과 이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다.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소비는 점점 위축되고 있다. 반도체가 들어가는 TV, 스마트폰, 노트북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칩 수요도 줄었다. 올해도 PC 출하량은 5~10% 감소하고 스마트폰 출하는 크게 늘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가격도 추가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반도체 전문 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1분기에 PC용 D램·낸드플래시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0~15%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입은행은 연간 기준 D램 평균 가격이 전년 대비 35%, 낸드플래시 평균 가격은 11%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쌓여 있는 재고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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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관심은 ‘회복 시점’으로 쏠리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는 혹한기가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수급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키오시아 같은 반도체업체들이 지난해 4분기 공급 축소에 나섰지만 감산 효과는 최소 3개월 이상의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사뿐만 아니라 유통 채널과 고객사의 재고가 쌓여 있는 것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탓에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영업이익 목표치를 작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잡았다.

현재까진 공급 조절에 소극적

시장에선 ‘하반기에는 다소 회복할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면서 소비가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상반기에 반도체 재고가 해소되면 고객사들이 삼성전자 등에 주문을 넣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을 앞당길 수 있는 핵심 요인으론 삼성전자의 감산 동참 여부가 꼽힌다. 세계 1위 생산업체인 삼성전자가 공급량을 크게 줄여야 수급이 안정되고 가격도 하락세를 멈출 것이란 얘기다.

삼성전자는 공급량 조절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삼성전자도 투자 축소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지난 3일 보고서에서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예상보다 크게 하락해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공급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감산에 적극 동참하기보다는 적자를 내지 않는 수준에서 경쟁사에 타격을 주는 전략을 쓸 것”이라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