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도쿄도가 ‘자녀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지방으로 이주하는 가정에 자녀 1인당 100만엔(약 960만원)을 지급하기로 하자 도쿄도는 매달 5000엔(약 4만8000원)씩 육아수당을 주기로 했다.

日 '자녀 쟁탈전'…정부 "지방 가면 100만엔" vs 도쿄 "남으면 月 5000엔"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지사는 지난 4일 신년 인사회에서 도내 18세 이하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1인당 매달 5000엔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예산안에 반영해 이르면 새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4월부터 지급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고이케 지사는 “저출산은 사회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충격적 사태”라며 “도쿄도가 앞장서서 구체적인 대책을 충실히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이케 지사는 육아수당을 저출산 대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 이주 촉진 정책에 대응해 과도한 인구 유출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오는 4월부터 지방으로 이주하는 가정의 18세 미만 자녀에게 주는 지원금을 1인당 30만엔에서 100만엔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도쿄의 인구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부터 지방 이주 지원금 정책을 시작했다.

도쿄 도심 23구에서 과거 10년 중 5년 이상 거주했거나 부모 가운데 한 명이 도쿄 사이타마 지바 가나가와 등 수도권에서 도쿄 23구에 있는 직장으로 출퇴근한 가구가 지원 대상이다. 자녀가 없는 가구도 100만엔을 기본적으로 받는다. 이주자가 지방에서 창업하거나 취업하면 100만~300만엔을 지원받는다. 다만 지방으로 이주해 5년을 채우지 못하면 지원금을 반납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도쿄 인구 집중 해소, 지방 소멸 방지, 저출산 대책 등 1석 3조의 효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간 1만 명을 도쿄에서 지방으로 이주시킨다는 목표도 세웠다.

반면 도쿄도는 급속한 고령화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도쿄의 출생률은 1.12명으로 일본에서 가장 낮았다. 2050년 도쿄 인구의 31%인 401만 명이 65세 이상 고령자일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25년 938만 명을 정점으로 2060년 706만 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