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은행주 대상 국내 첫 행동주의 통할까…여의도의 시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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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인터뷰 최근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이 국내 은행주에 대해 대대적인 행동주의를 시작했다. 한국의 은행업은 사실상 '관치'의 영역이 많아 은행주에 대한 행동주의는 이제껏 이뤄진 적이 없다. 따라서 이번 행동주의의 향방에 대해서도 증권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크게 갈리고 있다.
과연 은행주는 행동주의를 맞이해 적극적 주주환원을 통해 고질적인 저평가를 탈피할 수 있을까. 한경 마켓PRO가 여의도 증권가의 솔직한 목소리를 블라인드 인터뷰 형식으로 담았다.
이에 대해 상당수의 증권가 전문가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 은행들의 자본배치가 비효율적인 것도, 배당성향이 낮은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환원으로 돌려주기엔 맞닥뜨린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얘기다.
은행업종을 20년 이상 분석해 온 애널리스트 A씨는 "우리나라 은행은 국내 자금시장이 안 좋을 때 역할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얼라인이 지적한 은행의 위험자산이 최근 증가한 것도 경기가 나빠져서 기업 대출을 늘린 탓"이라며 "경기상황이 불확실한 가운데 이런 쪽에 역할을 늘려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 획기적으로 배당 성향을 늘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4분기는 충당금도 있고 은행 실적이 보통 안 좋아서 CET1 비율이 떨어진다"며 "바젤 최종안까지 생각하면 당분간 CET1이 13%를 넘기는 게 쉽지 않아 보이는 만큼 획기적으로 배당을 늘릴 수 있어 보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A씨는 최근 신한지주가 'CET1이 13% 이상을 넘기면 주주환원에 쓰겠다'고 밝힌 것 역시 사실상 얼라인의 제안을 거절한 것이라고 봤다.
반면 국내 은행주들은 얼라인이 요구한 주주환원을 충분히 이행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서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고, 그중 5년 이상을 은행업종을 분석해 온 B씨는 "아주 최근 기준으로 신한지주는 CET1 비율이 12.7%가량 되는데, CET1 0.7~1%만 따져도 3~4조원의 주주환원 여력이 생긴다"며 "여기에 올해는 은행이 돈을 더 벌 것이기 때문에 순이익이 늘고 자본 여력도 증가한다. 충분히 얼라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B씨는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하더라도 한국 은행들의 자본 여력은 충분하다고도 평가했다. B씨는 "한국은 IMF 사태 이후 은행 관리를 철저히 해 왔기 때문에 저축은행 사태 등 작은 영역이 문제 된 것 외엔 리먼 사태 때도 문제가 없었다"며 "한국의 은행들은 위기에 미리 대처를 잘해 온 사례로 세계은행에서 발표된 적이 있을 정도"라고도 언급했다. ○금융당국 재가 없이
은행주 주주환원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금융당국이다. 주인 없는 은행들은 언제나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싶어 한다. 주주를 기쁘게 해야 금융당국 수장들의 연임 등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위기 상황을 상정한 금융당국이 이를 달갑지 않아 한다는 사실이다. 실제 최근까지도 금융당국은 각 은행들에 자본 건전성을 이유로 배당 확대 등에 제동을 걸어온 바 있다.
이 때문에 얼라인의 행동주의도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이 나온다. 또 다른 시장관계자 C씨는 "은행들의 부실채권(NPL)이 현재 알려진 것의 두 배로 터져도 충당금으로 다 흡수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스트레스테스트 등을 들고 나오면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라인의 주장이 이뤄지려면 사실상 금융당국과 싸워야 한다는 점에서 보수적으로 본다"고도 말했다.
반면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된다면 금융당국으로선 막을 수 있는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주주총회에서 승인된 것을 금융당국이라고 뒤집을 순 없다는 것이다. 현재 얼라인은 우리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에 대해선 단독으로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 지분을 갖고 있고, 나머지 5개 은행에 대해서도 주주제안을 하고자 의결권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B씨는 "만약에 얼라인이 다른 은행의 위임장을 못 모아서 우리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에만 주주제안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배당 확대 안건을 거부할 기관투자자 등 주주는 거의 없다"며 "그렇게 주주제안이 통과돼고 금융당국이 어쩔 수 없다는 자세로 용인해버리면 다른 금융주 주주들도 배당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B씨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이번 제안이 나쁠 게 없다고 보기도 했다. B씨는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경우 은행의 주가가 높게 형성돼 있다면 증자해도 더 많은 자금을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은행이 시장에 자금을 융통하며 금융당국을 도와준 것도 많고,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만기가 차례로 돌아올 것도 많아서 앞으로도 은행이 더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금융당국이 주주환원 확대를 눈감아 줄 여지가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B씨는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이 국내 은행지주의 주요 해외투자자들과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에 관해서는 잠재적 위험을 감안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유지하는 범위내에서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했다.
다만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약 15년 동안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를 해 온 D씨는 "은행업 자체가 그리 업사이드가 있는 업종이 아니다"라며 "단기적인 이슈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D씨는 "메리츠금융지주의 쪼개져있던 세 회사가 다시 하나로 합치게 되면 시가총액이 커진다"며 "최근 메리츠금융지주는 MSCI 지수에서 편출됐는데 시총이 커지면 다시 편입될 수 있다. 최근 주가가 오른 데엔 주주환원 외 인덱스 수요도 한몫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블라인드 인터뷰 최근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이 국내 은행주에 대해 대대적인 행동주의를 시작했다. 한국의 은행업은 사실상 '관치'의 영역이 많아 은행주에 대한 행동주의는 이제껏 이뤄진 적이 없다. 따라서 이번 행동주의의 향방에 대해서도 증권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크게 갈리고 있다.
과연 은행주는 행동주의를 맞이해 적극적 주주환원을 통해 고질적인 저평가를 탈피할 수 있을까. 한경 마켓PRO가 여의도 증권가의 솔직한 목소리를 블라인드 인터뷰 형식으로 담았다.
○주주환원 여력, 충분하다 vs 그렇지 않다
얼라인의 주주서한을 간략히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 은행들의 비효율적인 자본배치만 수정하면 얼마든지 보통주자본비율(CET1) 등 기준을 맞춰가면서도 주주환원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은행주의 극단적인 저평가는 저조한 주주환원에서 비롯되는 만큼, 이렇게 주주환원을 확대한다면 만년 저평가에서 탈피해 주가도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올해부터는 CET1을 지키면서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환원으로 돌려달라고 요구했다.이에 대해 상당수의 증권가 전문가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 은행들의 자본배치가 비효율적인 것도, 배당성향이 낮은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환원으로 돌려주기엔 맞닥뜨린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얘기다.
은행업종을 20년 이상 분석해 온 애널리스트 A씨는 "우리나라 은행은 국내 자금시장이 안 좋을 때 역할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얼라인이 지적한 은행의 위험자산이 최근 증가한 것도 경기가 나빠져서 기업 대출을 늘린 탓"이라며 "경기상황이 불확실한 가운데 이런 쪽에 역할을 늘려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 획기적으로 배당 성향을 늘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4분기는 충당금도 있고 은행 실적이 보통 안 좋아서 CET1 비율이 떨어진다"며 "바젤 최종안까지 생각하면 당분간 CET1이 13%를 넘기는 게 쉽지 않아 보이는 만큼 획기적으로 배당을 늘릴 수 있어 보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A씨는 최근 신한지주가 'CET1이 13% 이상을 넘기면 주주환원에 쓰겠다'고 밝힌 것 역시 사실상 얼라인의 제안을 거절한 것이라고 봤다.
반면 국내 은행주들은 얼라인이 요구한 주주환원을 충분히 이행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서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고, 그중 5년 이상을 은행업종을 분석해 온 B씨는 "아주 최근 기준으로 신한지주는 CET1 비율이 12.7%가량 되는데, CET1 0.7~1%만 따져도 3~4조원의 주주환원 여력이 생긴다"며 "여기에 올해는 은행이 돈을 더 벌 것이기 때문에 순이익이 늘고 자본 여력도 증가한다. 충분히 얼라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B씨는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하더라도 한국 은행들의 자본 여력은 충분하다고도 평가했다. B씨는 "한국은 IMF 사태 이후 은행 관리를 철저히 해 왔기 때문에 저축은행 사태 등 작은 영역이 문제 된 것 외엔 리먼 사태 때도 문제가 없었다"며 "한국의 은행들은 위기에 미리 대처를 잘해 온 사례로 세계은행에서 발표된 적이 있을 정도"라고도 언급했다.
○금융당국 재가 없이
주주환원 확대할 수 있다 vs 아니다
은행주 주주환원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금융당국이다. 주인 없는 은행들은 언제나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싶어 한다. 주주를 기쁘게 해야 금융당국 수장들의 연임 등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위기 상황을 상정한 금융당국이 이를 달갑지 않아 한다는 사실이다. 실제 최근까지도 금융당국은 각 은행들에 자본 건전성을 이유로 배당 확대 등에 제동을 걸어온 바 있다.
이 때문에 얼라인의 행동주의도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이 나온다. 또 다른 시장관계자 C씨는 "은행들의 부실채권(NPL)이 현재 알려진 것의 두 배로 터져도 충당금으로 다 흡수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스트레스테스트 등을 들고 나오면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라인의 주장이 이뤄지려면 사실상 금융당국과 싸워야 한다는 점에서 보수적으로 본다"고도 말했다.반면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된다면 금융당국으로선 막을 수 있는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주주총회에서 승인된 것을 금융당국이라고 뒤집을 순 없다는 것이다. 현재 얼라인은 우리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에 대해선 단독으로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 지분을 갖고 있고, 나머지 5개 은행에 대해서도 주주제안을 하고자 의결권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B씨는 "만약에 얼라인이 다른 은행의 위임장을 못 모아서 우리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에만 주주제안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배당 확대 안건을 거부할 기관투자자 등 주주는 거의 없다"며 "그렇게 주주제안이 통과돼고 금융당국이 어쩔 수 없다는 자세로 용인해버리면 다른 금융주 주주들도 배당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B씨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이번 제안이 나쁠 게 없다고 보기도 했다. B씨는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경우 은행의 주가가 높게 형성돼 있다면 증자해도 더 많은 자금을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은행이 시장에 자금을 융통하며 금융당국을 도와준 것도 많고,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만기가 차례로 돌아올 것도 많아서 앞으로도 은행이 더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금융당국이 주주환원 확대를 눈감아 줄 여지가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B씨는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이 국내 은행지주의 주요 해외투자자들과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에 관해서는 잠재적 위험을 감안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유지하는 범위내에서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했다.
장기적 저평가 벗어날 수 있다 vs 없다
얼라인 측은 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서면 은행의 만년 저평가는 끝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 의견에 동참하는 쪽은 실제 최근 메리츠금융지주만 하더라도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통해 주가가 크게 상승한 적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다만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약 15년 동안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를 해 온 D씨는 "은행업 자체가 그리 업사이드가 있는 업종이 아니다"라며 "단기적인 이슈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D씨는 "메리츠금융지주의 쪼개져있던 세 회사가 다시 하나로 합치게 되면 시가총액이 커진다"며 "최근 메리츠금융지주는 MSCI 지수에서 편출됐는데 시총이 커지면 다시 편입될 수 있다. 최근 주가가 오른 데엔 주주환원 외 인덱스 수요도 한몫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