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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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을 하청인 대리점 택배기사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당사자로 봐야할지를 두고 벌어진 행정소송 1심 판결이 조만간 나온다. CJ대한통운이 패소한다면 다른 하청업체 노조들도 “원청과의 교섭권을 보장하라”며 줄줄이 법적 분쟁이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적잖은 기업이 긴장감 속에 판결 내용을 지켜볼 전망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오는 12일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는 단체교섭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제기한 부당 노동행위 구제 재심 판정 취소소송의 판결을 선고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20일 변론을 종결한 뒤 그간 원고와 피고 측이 내놓은 주장과 근거를 바탕으로 판결을 준비해왔다.

이번 사건은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가 2021년 6월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과 단체교섭할 권리가 있다고 인정하는 판정을 내리면서 비롯됐다. 중노위는 “원청인 CJ대한통운이 실질적으로 택배기사들의 업무에 지배력이나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2020년 11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의 사용자가 아니다”라며 택배노조의 구제 신청을 각하한 지 7개월 만에 기존 판정을 완전히 뒤집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CJ대한통운은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도 않은 택배기사들과 교섭할 의무는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그러면서 그 해 7월 판정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전에 들어갔다.

이번 판결은 앞으로 하청 노조들이 원청과의 단체교섭권 요구하는 움직임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중노위에 이어 법원까지 하청 노조 측 손을 들어준다면 다른 하청 노조들도 “원청의 교섭 요구 거절은 부당노동 행위”라고 주장하며 적극적으로 법적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로 중노위가 택배노조의 원청 교섭권을 인정한 판정을 내놓은 뒤 산업계에선 하청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는 움직임에 불이 붙었다. 일단 당사자인 택배노조는 1년 6개월여간 수차례에 걸쳐 파업과 집회를 반복하며 CJ대한통운에 교섭을 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본사를 불법 점거하는 일도 벌어졌다. 택배노조는 지난 5일에도 서울 종로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 측에 택배기사 수수료 인상 문제를 두고 교섭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외에도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한국GM 등 여러 대형 제조업체가 이 문제로 법적 분쟁을 겪고 있다. 지난달 30일 중노위가 대우조선 하청 근로자들로 꾸려진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교섭권을 인정하는 판정을 내리면서 하청 노조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한 대형로펌 노동전문 변호사는 “법원도 하청 노조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기업들은 앞으로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때마다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고뇌에 빠질 것”이라며 “일단 사안마다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 교섭 요구를 거부했다가 부당노동행위로 몰릴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이 승소한다면 기업들이 다소 안도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같은 쟁점으로 소송 중인 현대중공업이 대법원에서 어떤 판결을 받을 지 지켜보는 분위기가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원고인 금속노조가 2018년 1심과 2심에서 연이어 패소한 뒤 곧바로 상고하면서 대법원에서 3년여간 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