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누가 '리튬의 사우디아라비아'를 꿈꾸는가
리튬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 가운데 하나다. 전기차의 폭발적 성장으로 세계 각국과 다국적기업들은 자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남아메리카 최빈국인 볼리비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리튬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리비아와 함께 칠레 아르헨티나도 매장량이 많아 ‘리튬 삼각지대’로 불린다. 이들은 석유로 한순간에 부국이 된 사우디아라비아처럼 ‘리튬의 사우디아라비아’를 꿈꾼다.

글로벌 금융 서비스기업 S&P글로벌의 배터리 분야 수석애널리스트인 루카스 베드나르스키는 <배터리 전쟁>을 통해 배터리를 중심으로 달라지는 에너지 패권 변화를 조명한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핵심 소재부터 각종 부품, 장비까지 배터리 가치 사슬에 얽힌 기업과 국가들의 경쟁을 풀어낸다.

현재 리튬의 최대 생산국은 호주다. 하지만 비정제 리튬을 가공해 배터리에 적합한 리튬 화합물을 가장 많이 만드는 곳은 중국 기업이다. 서구권이 꽉 잡은 화석연료에서 패권 경쟁을 하기에 너무 늦은 중국은 신재생에너지 쪽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간펑리튬과 톈치리튬은 리튬업계의 절대 강자다.

미국은 가장 먼저 배터리 연구를 시작했지만, 공급망에서는 절대 우위에 있지 않다. 세계 최대 리튬 기업 앨버말은 미국 기업이지만 국가보다는 주주들의 이익이 우선이다. 한국과 일본이 배터리에 있어서는 더 탄탄한 위상을 갖추고 있다.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기업보다 먼저 유럽에 배터리 공장을 세웠다. 배터리 공급망에서 뒤처진 유럽에서 한국 기업이 그들의 희망이 됐다.

저자는 전기비행기, 전기화물선 개발 모습을 보여주며 배터리가 미래 자원전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배터리의 나라’로 성장한 한국의 미래 전략을 가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