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S 개막…“미래세계 보자” 북적 >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이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했다. 메인 전시장인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CES 행사가 100% 오프라인으로 열린 것은 3년 만이다. /라스베이거스=허문찬 기자
< CES 개막…“미래세계 보자” 북적 >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이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했다. 메인 전시장인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CES 행사가 100% 오프라인으로 열린 것은 3년 만이다. /라스베이거스=허문찬 기자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부드럽게 휘어지는 갈대의 촉감, 배를 관통하는 총알의 충격, 화재 현장의 뜨거운 불길, 모닥불에 구운 마시멜로 냄새….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는 시각은 물론 오감을 자극하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장비가 대거 등장했다. 가상세계가 ‘발전한 영상’ 수준에 그친다는 비판을 극복하고, 진짜 같은 허구를 만들기 위해 촉각과 후각까지 총동원한 것이다.

미국 기업 햅트X는 물체의 재질에 따라 달라지는 촉감을 구현한 VR 장갑을 선보였다. 이 장갑을 끼면 매끈하고 딱딱한 자동차와 부드럽고 휘어지는 갈대의 감촉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손가락은 물론 손등, 손바닥을 완전히 감싸는 135개의 ‘공기 방울’을 통해 세밀하게 촉각을 자극하는 게 이 기술의 핵심이다. 장갑 겉에는 장력이 있는 엑소스켈레톤(외골격 로봇)을 달아 무게와 저항까지 느껴진다.

촉각 장비들은 진동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지금까지 몸에 착용하는 촉감 조끼와 장갑의 핵심 자극원은 진동이었다. 이번 CES에는 햅트X처럼 압력, 전기 자극, 온도 변화 등 다양한 자극원을 활용하는 장비가 등장했다. 스페인 기업 OWO는 촉감 슈트에 전기 펄스를 사용했다. 슈트를 체험해본 참가자 모건 영 씨는 “진동이 피부 바깥 느낌에 그친다면 전기는 찌릿한 감각이 피부 속까지 전해진다”며 “총알을 맞았을 때와 칼에 찔렸을 때 느낌이 서로 다른 게 놀랍고 신기하다”고 했다.

한국 기업 테그웨이는 화재 현장 속 불길의 뜨거움, 물에 빠졌을 때 바다의 차가움을 구현하는 슈트와 장갑을 소개했다. 열전 소자로 즉시 온도를 높이거나 낮춰 현실감을 높이는 기술이다.

촉감장갑 끼니 손끝이 짜릿…바닷물의 차가움까지 전해져
가상세계 속 무게까지 전달…'음식 향 실감' VR 헤드셋도

가상세계 속 감각은 후각까지 확장되고 있다. 가상현실(VR) 기기와 블루투스로 연동돼 향을 분출하는 미국 스타트업 OVR테크놀로지의 웨어러블 장치 ‘아이온(ION)’이 대표적이다. 향기 카트리지가 장착된 아이온은 캠핑장, 해안가 등 다양한 장소에 맞춰 향을 내뿜었다. 기자가 VR 헤드셋을 착용한 뒤 컨트롤러를 통해 가상의 마시멜로를 집어드니 달달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장작으로 다가가 마시멜로를 굽자 순식간에 타는 냄새로 바뀌었다. 장소를 이동하면 향이 곧바로 사라지게 설계해 사용자 몰입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OVR테크놀로지는 증강현실(AR) 기기와도 동기화되는 ‘아이온3(ION3)’를 조만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다양한 콘텐츠와의 연동은 아직 숙제다. 장비가 아무리 정교한 감각을 구현해도 즐길 수 있는 영화, 게임 등 콘텐츠가 없으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상용화도 문제다. 30만~60만원대로 일반 소비자가 구입할 수 있는 VR 슈트들은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고, 햅트X처럼 현실감이 높은 제품은 300만원을 웃돌아 기업이 아닌 개인이 사긴 어렵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었다. 스타트업 중심의 전시장 유레카파크에선 집에서도 아바타를 통해 가수와 소통할 수 있는 폴카믹스의 메타버스 콘서트 플랫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자세 교정 기능을 더한 메타러닝의 메타버스 러닝 플랫폼도 주목받았다. 이들은 모두 삼성전자 사내 벤처다. 신한은행, 롯데정보통신 등 본업이 메타버스가 아닌 기업도 실감형 메타버스 플랫폼을 내놨다.

글로벌 메타버스 기업은 이번 CES에서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선보이지 않았다.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월드’를 운영하는 메타(옛 페이스북)는 이번 CES에서 고객사 미팅만 하기로 했다. 기업용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든 마이크로소프트도 이번 CES에서 처음으로 마련된 메타버스존에 가장 크게 자리잡았지만 게임 콘텐츠를 전시하는 데 그쳤다.

라스베이거스=CES 특별취재단

■ 한경 CES 특별취재단

한국경제신문=박준동 편집국 부국장, 안현실 AI경제연구소장, 강영연 김익환 김일규 김종우 남정민 노유정 민경진 박종필 배정철 빈난새 이상은 이승우 이주현 정지은 최예린 허문찬 허세민 기자, 서기열 실리콘밸리특파원, 정소람 뉴욕특파원
한국경제TV=양현주 정재홍 기자, 정연국 최세규 PD
한경닷컴=조아라 기자 한경디지털랩=이지현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