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6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저출산 대책으로 내놓은 ‘대출 탕감’ 방안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당대표 출마가 예상되는 당권 주자의 발언을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어제 간담회에서 (나경원) 부위원장이 밝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하는 정책 방향은 정부의 정책과 무관하다”며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언론 보도 후 관계 부처에 질문이 쇄도했고 중요한 안건이라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입장 정리가 필요하니 적절하게 대응하라고 말했다”고 브리핑 배경을 설명했다.

논란이 된 나 부위원장의 발언은 “아이를 낳으면 (출산 가정의) 대출 원금을 일정 부분 탕감할 수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는 내용이다. 나 부위원장은 앞서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도 결혼 시 4000만원을 대출해준 뒤 출산 자녀 수에 비례해 원금을 탕감해주는 헝가리식 출산 지원책을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이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 만큼 공개적인 발언을 자제해 달라고 나 부위원장에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출산·고령화 정책을 총괄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 위원장은 대통령이 맡는다. 부위원장은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여권에선 이날 대통령실의 공개 브리핑에 대해 “나 부위원장의 당대표 출마를 만류하는 사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나 부위원장은 높은 인지도로 최근 실시된 여당 지지자 대상 여론조사에서 잇따라 1위를 기록했다. 나 부위원장은 이날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도 ‘당대표에 출마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각오 한마디 해달라’는 진행자 질문에 “마음을 많이 굳혀가고 있는 과정”이라며 출마를 시사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