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골디락스' 고용→연착륙↑, 뜨겁게 달린 뉴욕 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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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이 기다리던 미국의 12월 고용보고서가 6일(미 동부시간) 아침 8시 30분 공개됐습니다. 신규고용이 예상(20만 개)보다 많은 22만3000개로 발표되자 시장은 멈칫했습니다. 하지만 임금상승률이 전월 대비 0.3% 상승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자 주가지수 선물은 뛰고 금리는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고용은 강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임금 상승세)만 꺾인다면 그야말로 '골디락스'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고용보고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① 신규고용은 많았지만
12월 신규고용은 22만3000개 증가했습니다. 지난 11월 25만6000개 증가보다는 적지만 월가 예상 20만 개보다는 많았습니다. 다만 이전 두 달간 수치가 2만8000개가 하향 조정됐기 때문에 예상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노동시장이 냉각됐다고 볼 수 있는 월 10만 개 이하의 수치와는 거리가 멉니다. ② 임금 상승세가 꺾였다
신규고용 이상으로 시장이 주시한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12월 전월보다 0.3% 올라 11월 0.4%, 예상 0.4% 상승에 비해 낮아졌습니다. 연율로도 4.6% 상승으로 11월 4.8%보다 낮습니다. 이는 2021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또 정점이던 지난해 3월의 5.6%에 비해선 1%포인트 떨어졌습니다. 또 주간 평균 노동시간이 두 달 연속 0.1% 감소했습니다. 실제 받아간 임금은 상승 폭보다 더 적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11월 모두를 놀라게 했던 임금의 0.6% 상승이 0.4% 상승으로 크게 하향 수정됐습니다. 연간으로는 5.1%였던 게 4.8%가 됐습니다. 애초 크게 걱정할 게 없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KPMG의 다이언 스웽크 이코노미스트는 "여전히 Fed가 물가 목표(2%)를 달성하는 데 필요하다고 보는 3~4% 상승보다 높지만 추세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③ 실업률 올랐지만, 노동참여율도 올랐다
실업률은 11월 3.6%에서 12월 3.5%까지 떨어졌습니다. 팬데믹 최저 수준입니다. 실업률의 근거인 가계조사에서 12월 취업자가 71만7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기업조사에 기반한 신규고용보다 훨씬 많은 것이죠. 지난 몇 달간 두 조사 간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차이가 좁혀진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두 조사 간의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⑴복수직업 종사자-기업조사에서는 더 많은 일자리로 나타나지만, 가계조사에서는 취업자 1명으로 나타남 ⑵자영업자-기업조사 신규고용에서 나타나진 않지만, 가계조사에서 나타남) 그리고 사실 임금만 올라가지 않는다면(인플레 걱정이 없다면) 취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경제에 좋은 일입니다. 또 노동시장 참여율은 62.3%보다 0.1%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이게 늘어야 임금상승 압력이 감소하게 됩니다. 다만 노동시장 참여율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1% 이상 낮은 상태입니다. ④ 복지 일자리 증가, 광고 감소…경기 악화?
업종별로 보면 수요가 몰리는 레저 및 접객업(+6만7000개)이 12월 신규고용 증가를 이끌었습니다. 의료(+5만5000개)와 건설(+2만8000개)에서도 고용이 많았습니다. 사회 복지에서 고용이 2만 개 증가했는데, 이는 불길한 신호로 풀이됐습니다. 기술기업 해고 영향 탓인지 정보 부문(미디어 및 일부 인터넷 회사 포함)은 5000개 일자리가 감소했고, 광고 업종을 중심으로 한 전문 및 사업 서비스 부문에서도 6000개가 줄었습니다. TS롬바드는 "경제가 불황에 빠지면 먼저 크게 타격을 받는 업종이 전문 및 사업 서비스"라며 "앞으로 몇 달 동안 고용 속도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가 공개된 뒤 주가 선물지수는 급등했습니다. 다우 선물이 300포인트가량 올랐고, 이는 정규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주요 지수는 0.5% 안팎의 상승세로 출발한 뒤 5분 정도 지나자 1% 이상으로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신규고용은 증가했고, 임금 상승세는 둔화됐다. 또 더 많은 사람이 노동시장으로 복귀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굿뉴스"라고 평가했습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스텐 슬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은 내려오는데 경기는 심하게 꺾이지 않는다면 연착륙할 수 있다는 얘기"라며 "이건 당연히 시장에 좋은 보고서"라고 말했습니다. 메트라이프 자산운용의 드류 마터스 전략가는 "시장 관점에서 투자자들이 반응한 것은 예상보다 둔화한 임금 상승률"이라며 "이들은 이것이 인플레이션인지 아닌지를 보고 있다. 임금 상승률이 약해지면 (떨어진) 실업률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채권 시장에서는 금리가 급락했습니다. 발표 전 4.50% 수준이던 2년물 금리는 오전 9시께 4.40%로 떨어졌고 이후에도 내림세를 가속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낮아진 만큼 미 중앙은행(Fed)이 긴축 고삐를 늦출 것이란 기대가 커졌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 워치 시장에서는 Fed가 오는 2월 1일 기준금리를 25bp만 높일 것이란 베팅이 전날 62.6%에서 오늘 76.2%로 높아졌습니다. 또 최종금리에 대한 예상은 다시 5% 아래로 떨어졌고, 올해 4분기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할 것이란 기대도 되살아났습니다. 언스트앤드영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전반적으로, 이 보고서는 긴축 속도의 지속적인 하향 조정(2월 25bp 기준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Fed를 안심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 Fed 이사인 랜달 크로즈너 시카고대 교수는 "Fed가 확실히 이달 말에 금리를 계속 올리고 3월에도 계속 그렇게 하겠지만 이번 회의에서 50bp가 아닌 25bp를 올릴 가능성이 더 클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라스무센은 "Fed가 추가로 50bp 인상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신규고용과 임금상승 모두에서 감속이 나타나고 있음을 고려할 때 2월 인상 속도를 아마도 25bp로 늦출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물론 회의적 평가도 나왔습니다. 프린시펄 자산운용의 시마 샤 전략가는 "낮은 실업률과 약한 임금 증가율은 확실히 증시 강세론자들의 관심을 끌 것이고 경제의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을 것"이라면서도 "실업률이 역사적 최저치인 3.5%로 되돌아간 상황에서 임금 상승률이 의미 있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현실적일까? Fed는 회의적일 것"이라고 반문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게펜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의 힘이 완화되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불균형이 사라지고 있다는 건 별개의 문제다. 이 보고서에는 모두를 위한 내용이 있지만, 이것을 보고 ‘연착륙’이라고 말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실업률은 떨어지고 일자리는 22만3000개나 증가했다. Fed는 10만 개 이하, 아마도 8만 개 정도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뢰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버드대의 제이슨 퍼먼 교수는 "12월 임금 상승률이 0.3% 증가한 것은 인플레이션 전선에서 좋은 소식이지만, 11월 수치가 0.6%에서 0.4%로 수정된 것을 보면 또다시 수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믿고는 싶지만, 완전히 믿기는 어렵다"라고 지적했습니다.
Fed 위원들은 일부 진전을 인정하면서도 긴축을 지속해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2월 고용보고서에 대해 "내 경제전망을 전혀 바꾸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음 달 금리 인상 폭에 대해 "50bp나 25bp나 편안할 것이다. 노동시장이 약간 완화되기 시작한다는 신호를 듣기 시작하면 25bp로 더 기울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보스틱 총재는 "Fed는 성급하게 승리를 주장할 수 없고 금리를 계속 인상할 뿐만 아니라 그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Fed의 조치로 경기 침체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하지 않지만, 만일 침체가 있다면 ”짧고 얕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Fed의 리사 쿡 이사는 "최근 나타난 일부 고무적 조짐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다"라면서 "월별 데이터는 변동성이 크며, 지난 몇 개월 월간 수치가 좋게 나왔다고 해서 너무 큰 의미를 두는 것을 경계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토머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는 물가를 2% 목표로 되돌리기 위해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의 긴축 조치와 공급망 개선이 인플레이션을 빠르게 낮추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 금리를 점진적으로 높이기는 게 경제적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이라고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강력한 고용보고서는 다음에 얼마나 금리를 올려야 할지에 대한 Fed의 논쟁을 끝내진 못한다'(Strong Jobs Report Doesn’t Resolve Fed Debate on Next Rate Ris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Fed 위원들은 금리를 얼마나 인상할지에 대한 선택권을 열어두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물론 강세론자들은 Fed 위원들의 말은 '블러핑'(허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금융여건 완화를 막기 위해 강하게 얘기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Fed의 말보다는 데이터를 보라고 말합니다. 오늘 그 데이터가 잘 나온 것이죠. 사실 보스틱 총재도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오전 10시 발표된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12월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예상보다 훨씬 나쁘게 나와 시장에 찬 물을 끼얹을 뻔했습니다. 49.6으로 집계되어 예상 55.1과 11월 56.5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확장과 위축 국면을 가르는 50 아래로 떨어지면서 서비스 업황은 31개월 만에 위축 국면에 빠졌습니다. 세부 지수중에 신규주문은 11월 56.0→12월 45.2로 큰 폭으로 떨어졌고 가격 지수는 70.0→67.6으로, 고용지수는 51.5→49.8로 낮아졌습니다.
서비스업은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합니다. 이런 서비스업이 위축된다면 경기 침체가 불가피합니다. 그래서 과거엔 PMI의 신규주문이 50 아래로 떨어지면 Fed는 완화정책을 펴곤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긴축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치는 '골디락스'급 고용보고서에 나온 뒤여서 좋게 해석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제롬 파월 의장이 기다리고 있는 게 서비스 부문의 인플레이션 하락이다. 업황이 좀 식는 것이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더 좋다. 세부 지수중 고용이 50 이하로 하락한 것도 서비스업 임금을 잡기 쉬워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 시장의 모든 관심은 인플레이션과 Fed에 쏠려 있는데, 이런 나쁜 뉴스는 Fed의 추가 긴축을 막을 수도 있는 굿뉴스"라고 덧붙였습니다. BMO는 "서비스 부문이 흐린 경제전망 속에서 예기치 않게 위축됐다. 노동시장 상황은 여전히 뜨거우나 약간의 힘을 잃을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채권 금리는 고용보고서가 나온 뒤 한 차례 하락했는데, PMI가 발표된 뒤 한 차례 추가로 더 떨어졌습니다. 폭포수처럼 2단 하락하면서 2년물은 오후 2시 55분께 19.2bp 폭락한 4.274%에 거래됐습니다. 오늘 진폭은 25bp(최고 4.50%, 최저 4.258%)에 달했습니다. 같은 시간 10년물 금리는 16.2bp 내린 3.557%를 기록했습니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고용 PMI 등 경제 지표들이 금리를 끌어내린 데다 다음주 국채 입찰과 회사채 발행에 대비해 공매도해놓았던 채권 물량이 있었는데, 이들 물량에 대한 숏커버도 발생했다. 또 리얼 머니(장기 투자자)도 채권 매수에 가담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달러화도 1% 넘게 떨어지는 등 폭락세를 보였습니다. PMI가 나온 뒤 잠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던 증시는 채권 금리가 급락세를 이어가자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습니다. 채권 시장의 뒤를 따른 것이죠. 그리곤 장 막판까지 거침없이 내달렸습니다. 다우는 2.13%, S&P500 지수는 2.28% 상승했고 나스닥은 2.6% 올랐습니다. 다우와 S&P500은 작년 11월 30일 이후 최고의 날이었고 나스닥은 12월 29일 이후 최고였습니다. 다우 30개 종목이 모두 올랐습니다. 중국 한국 등에서의 자동차 값을 추가로 내렸다는 소식에 장 초반 7.7%까지 폭락하며 100달러 선이 무너질 뻔했던 테슬라도 2.47%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월가 금융사들은 오늘 신규고용을 35만~14만 개까지 다양하게 예상했습니다. 가장 정확하게 신규고용을 맞춘 곳은 골드만삭스입니다. 22만5000개를 불렀지요. 골드만삭스의 얀 헤치우스 이코노미스트는 "임금이 5% 이상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2%대를 유지한다는 것은 양립 불가능하다. 그래서 오늘 임금상승이 둔화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고무적이다. 점점 감속하고 있다. 11월 임금 상승세는 놀라웠지만 그건 뒤집혔고 이제 큰 폭으로 꺾이고 있다. 이를 중요하게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주요 금융사 가운데 모건스탠리와 함께 올해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를 피하고(향후 12개월 침체 확률 35%) 연착륙할 수 있다고 보는 곳입니다. 인플레이션 하락으로 가계의 실질 소득이 증가하고 이는 소비와 성장을 유지시킬 것이란 논리입니다. 헤치우스는 "일자리는 유지되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하락해 가계 실소득이 늘어나고 있다. 임금보다 상품 가격이 훨씬 빨리 내려가고 있으므로 더 도움이 된다. 이는 소비에 도움이 되고 미국 경제는 느린 속도지만 확실히 성장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GDP 증가율은 2.5~3%까지 나올 것이다. 그리고 고용 수치는 경기 침체와는 확실히 거리가 멀다. 즉 경제와 임금상승의 균형을 회복하는데 필요한 추세 이하로 성장하고 있고, 물가는 확실히 감속하고 있다. 우리는 주요 인플레이션 지표가 연말까지 Fed가 수용 가능한 3% 범위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나는 이런 것들이 연착륙을 달성하는 데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증시는 어떻게 움직일 것으로 볼까요? 골드만은 '2023년 증시 전망'에서 상반기 S&P500 지수가 3600까지 떨어진 뒤 하반기에 반등해 연말에는 400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는 재미가 없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특히 예상치 않게 경기 침체가 닥친다면 주가는 3150까지 급락했다가 연말에야 3750까지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경기 둔화에 따라 기업 이익이 전혀 늘어나지 않으리라고 보는 탓입니다. S&P500 기업의 2023년 매출은 명목 GDP 성장에 따라 4% 증가할 그것으로 예상하지만 마진은 줄어 주당순이익(EPS)은 증가하지 않을 것이란 뜻입니다. 특히 경기 침체가 오면 EPS는 11% 감소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골드만삭스는 오늘도 "2023년 첫 주 팬데믹 이후 시대의 비정상적 경제 데이터가 많이 나오고 있다"라며 "미국 기업들은 한 달에 20만 명 이상의 신규 근로자를 고용하고 1000만 개 이상의 채용공고를 내놓고 있지만,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에서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보고 있는 느린 성장, 높은 인플레이션, 높아진 주가 밸류에이션 등 비정상적 조합은 앞으로 1년 동안 고르지 못한 거래 환경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다음주는 매우 중요한 한주입니다. 우선 10일 아침 8시에 파월 의장 연설이 있습니다. 스웨덴 중앙은행 초청으로 '중앙은행 독립'에 대해 연설하는 것이어서 시장과 관련된 중요 발언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12일 발표될 12월 소비자물가(CPI)입니다. 월가는 헤드라인 수치가 전년 대비 6.5%(11월 7.1%), 전월 대비 0.1%(0.1%) 상승을 예상합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각각 5.7%(6.0%), 0.3%(0.2%)로 관측합니다. 에너지와 상품 가격 하락으로 헤드라인 수치는 확연히 낮아지지만, 서비스 가격이 버티는 근원 물가는 전월 대비 더 상승할 수 있습니다. ING는 "완화된 임금 상승률을 고려할 때 또 다른 약화한 근원 CPI(전월 대비 0.3% 이하)가 나오면 2월 25bp 인상 가능성이 커진다"라고 밝혔습니다. CPI 외에도 9일 뉴욕 연은의 소비자 기대 조사, 13일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발표 때 함께 나올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봐도 합니다.
오늘 Fed 부의장 출신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WSJ에 '인플레이션이 갑자기 떨어지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면?'(What if Inflation Suddenly Dropped and No One Noticed?)이라는 재밌는 제목의 기고를 했습니다. 이 글에서 그는 CPI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최근 5개월 연율 기준으로 2.5%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의 미래는 과거 인플레이션보다 더 밝아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는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것으로 근원 인플레이션은 5개월 연율 기준으로 CPI는 4.7%, PCE는 3.7%에 달하고 있어서 아직 Fed의 인플레이션과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13일에는 4분기 어닝시즌이 막을 올립니다. JP모건을 필두로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씨티그룹, 블랙록 등 금융사들이 먼저 실적을 발표합니다. 은행들은 실적뿐 아니라 경제 현황에 대한 시각을 제시할 것입니다. 델타항공도 이날 함께 성적표를 내놓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전망에서 보듯 기업 이익은 올해 주가를 움직일 핵심 요인입니다. 작년까지는 금리 상승에 따른 멀티플 하락이 주가 하락 요인이었지만, 올해는 이익이 주가를 좌우할 것입니다. 단순히 4분기 실적뿐 아니라 기업들이 제시할 올해 실적 전망이 중요하겠지요.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의 4분기 EPS 추정치는 지난해 9월 30일 기준 57.78달러에서 12월 31일 기준 54.01달러로 6.5% 감소했습니다. 지난 10년간의 하락 폭 3.3%의 두 배에 달합니다. 애널리스트들은 4분기 EPS 추정치뿐 아니라 2023년 추정치도 같은 기간 241.20달러에서 230.51달러로 4.4% 낮췄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① 신규고용은 많았지만
12월 신규고용은 22만3000개 증가했습니다. 지난 11월 25만6000개 증가보다는 적지만 월가 예상 20만 개보다는 많았습니다. 다만 이전 두 달간 수치가 2만8000개가 하향 조정됐기 때문에 예상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노동시장이 냉각됐다고 볼 수 있는 월 10만 개 이하의 수치와는 거리가 멉니다. ② 임금 상승세가 꺾였다
신규고용 이상으로 시장이 주시한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12월 전월보다 0.3% 올라 11월 0.4%, 예상 0.4% 상승에 비해 낮아졌습니다. 연율로도 4.6% 상승으로 11월 4.8%보다 낮습니다. 이는 2021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또 정점이던 지난해 3월의 5.6%에 비해선 1%포인트 떨어졌습니다. 또 주간 평균 노동시간이 두 달 연속 0.1% 감소했습니다. 실제 받아간 임금은 상승 폭보다 더 적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11월 모두를 놀라게 했던 임금의 0.6% 상승이 0.4% 상승으로 크게 하향 수정됐습니다. 연간으로는 5.1%였던 게 4.8%가 됐습니다. 애초 크게 걱정할 게 없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KPMG의 다이언 스웽크 이코노미스트는 "여전히 Fed가 물가 목표(2%)를 달성하는 데 필요하다고 보는 3~4% 상승보다 높지만 추세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③ 실업률 올랐지만, 노동참여율도 올랐다
실업률은 11월 3.6%에서 12월 3.5%까지 떨어졌습니다. 팬데믹 최저 수준입니다. 실업률의 근거인 가계조사에서 12월 취업자가 71만7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기업조사에 기반한 신규고용보다 훨씬 많은 것이죠. 지난 몇 달간 두 조사 간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차이가 좁혀진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두 조사 간의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⑴복수직업 종사자-기업조사에서는 더 많은 일자리로 나타나지만, 가계조사에서는 취업자 1명으로 나타남 ⑵자영업자-기업조사 신규고용에서 나타나진 않지만, 가계조사에서 나타남) 그리고 사실 임금만 올라가지 않는다면(인플레 걱정이 없다면) 취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경제에 좋은 일입니다. 또 노동시장 참여율은 62.3%보다 0.1%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이게 늘어야 임금상승 압력이 감소하게 됩니다. 다만 노동시장 참여율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1% 이상 낮은 상태입니다. ④ 복지 일자리 증가, 광고 감소…경기 악화?
업종별로 보면 수요가 몰리는 레저 및 접객업(+6만7000개)이 12월 신규고용 증가를 이끌었습니다. 의료(+5만5000개)와 건설(+2만8000개)에서도 고용이 많았습니다. 사회 복지에서 고용이 2만 개 증가했는데, 이는 불길한 신호로 풀이됐습니다. 기술기업 해고 영향 탓인지 정보 부문(미디어 및 일부 인터넷 회사 포함)은 5000개 일자리가 감소했고, 광고 업종을 중심으로 한 전문 및 사업 서비스 부문에서도 6000개가 줄었습니다. TS롬바드는 "경제가 불황에 빠지면 먼저 크게 타격을 받는 업종이 전문 및 사업 서비스"라며 "앞으로 몇 달 동안 고용 속도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가 공개된 뒤 주가 선물지수는 급등했습니다. 다우 선물이 300포인트가량 올랐고, 이는 정규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주요 지수는 0.5% 안팎의 상승세로 출발한 뒤 5분 정도 지나자 1% 이상으로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신규고용은 증가했고, 임금 상승세는 둔화됐다. 또 더 많은 사람이 노동시장으로 복귀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굿뉴스"라고 평가했습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스텐 슬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은 내려오는데 경기는 심하게 꺾이지 않는다면 연착륙할 수 있다는 얘기"라며 "이건 당연히 시장에 좋은 보고서"라고 말했습니다. 메트라이프 자산운용의 드류 마터스 전략가는 "시장 관점에서 투자자들이 반응한 것은 예상보다 둔화한 임금 상승률"이라며 "이들은 이것이 인플레이션인지 아닌지를 보고 있다. 임금 상승률이 약해지면 (떨어진) 실업률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채권 시장에서는 금리가 급락했습니다. 발표 전 4.50% 수준이던 2년물 금리는 오전 9시께 4.40%로 떨어졌고 이후에도 내림세를 가속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낮아진 만큼 미 중앙은행(Fed)이 긴축 고삐를 늦출 것이란 기대가 커졌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 워치 시장에서는 Fed가 오는 2월 1일 기준금리를 25bp만 높일 것이란 베팅이 전날 62.6%에서 오늘 76.2%로 높아졌습니다. 또 최종금리에 대한 예상은 다시 5% 아래로 떨어졌고, 올해 4분기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할 것이란 기대도 되살아났습니다. 언스트앤드영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전반적으로, 이 보고서는 긴축 속도의 지속적인 하향 조정(2월 25bp 기준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Fed를 안심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 Fed 이사인 랜달 크로즈너 시카고대 교수는 "Fed가 확실히 이달 말에 금리를 계속 올리고 3월에도 계속 그렇게 하겠지만 이번 회의에서 50bp가 아닌 25bp를 올릴 가능성이 더 클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라스무센은 "Fed가 추가로 50bp 인상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신규고용과 임금상승 모두에서 감속이 나타나고 있음을 고려할 때 2월 인상 속도를 아마도 25bp로 늦출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물론 회의적 평가도 나왔습니다. 프린시펄 자산운용의 시마 샤 전략가는 "낮은 실업률과 약한 임금 증가율은 확실히 증시 강세론자들의 관심을 끌 것이고 경제의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을 것"이라면서도 "실업률이 역사적 최저치인 3.5%로 되돌아간 상황에서 임금 상승률이 의미 있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현실적일까? Fed는 회의적일 것"이라고 반문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게펜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의 힘이 완화되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불균형이 사라지고 있다는 건 별개의 문제다. 이 보고서에는 모두를 위한 내용이 있지만, 이것을 보고 ‘연착륙’이라고 말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실업률은 떨어지고 일자리는 22만3000개나 증가했다. Fed는 10만 개 이하, 아마도 8만 개 정도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뢰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버드대의 제이슨 퍼먼 교수는 "12월 임금 상승률이 0.3% 증가한 것은 인플레이션 전선에서 좋은 소식이지만, 11월 수치가 0.6%에서 0.4%로 수정된 것을 보면 또다시 수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믿고는 싶지만, 완전히 믿기는 어렵다"라고 지적했습니다.
Fed 위원들은 일부 진전을 인정하면서도 긴축을 지속해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2월 고용보고서에 대해 "내 경제전망을 전혀 바꾸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음 달 금리 인상 폭에 대해 "50bp나 25bp나 편안할 것이다. 노동시장이 약간 완화되기 시작한다는 신호를 듣기 시작하면 25bp로 더 기울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보스틱 총재는 "Fed는 성급하게 승리를 주장할 수 없고 금리를 계속 인상할 뿐만 아니라 그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Fed의 조치로 경기 침체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하지 않지만, 만일 침체가 있다면 ”짧고 얕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Fed의 리사 쿡 이사는 "최근 나타난 일부 고무적 조짐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다"라면서 "월별 데이터는 변동성이 크며, 지난 몇 개월 월간 수치가 좋게 나왔다고 해서 너무 큰 의미를 두는 것을 경계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토머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는 물가를 2% 목표로 되돌리기 위해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의 긴축 조치와 공급망 개선이 인플레이션을 빠르게 낮추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 금리를 점진적으로 높이기는 게 경제적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이라고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강력한 고용보고서는 다음에 얼마나 금리를 올려야 할지에 대한 Fed의 논쟁을 끝내진 못한다'(Strong Jobs Report Doesn’t Resolve Fed Debate on Next Rate Ris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Fed 위원들은 금리를 얼마나 인상할지에 대한 선택권을 열어두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물론 강세론자들은 Fed 위원들의 말은 '블러핑'(허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금융여건 완화를 막기 위해 강하게 얘기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Fed의 말보다는 데이터를 보라고 말합니다. 오늘 그 데이터가 잘 나온 것이죠. 사실 보스틱 총재도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오전 10시 발표된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12월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예상보다 훨씬 나쁘게 나와 시장에 찬 물을 끼얹을 뻔했습니다. 49.6으로 집계되어 예상 55.1과 11월 56.5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확장과 위축 국면을 가르는 50 아래로 떨어지면서 서비스 업황은 31개월 만에 위축 국면에 빠졌습니다. 세부 지수중에 신규주문은 11월 56.0→12월 45.2로 큰 폭으로 떨어졌고 가격 지수는 70.0→67.6으로, 고용지수는 51.5→49.8로 낮아졌습니다.
서비스업은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합니다. 이런 서비스업이 위축된다면 경기 침체가 불가피합니다. 그래서 과거엔 PMI의 신규주문이 50 아래로 떨어지면 Fed는 완화정책을 펴곤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긴축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치는 '골디락스'급 고용보고서에 나온 뒤여서 좋게 해석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제롬 파월 의장이 기다리고 있는 게 서비스 부문의 인플레이션 하락이다. 업황이 좀 식는 것이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더 좋다. 세부 지수중 고용이 50 이하로 하락한 것도 서비스업 임금을 잡기 쉬워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 시장의 모든 관심은 인플레이션과 Fed에 쏠려 있는데, 이런 나쁜 뉴스는 Fed의 추가 긴축을 막을 수도 있는 굿뉴스"라고 덧붙였습니다. BMO는 "서비스 부문이 흐린 경제전망 속에서 예기치 않게 위축됐다. 노동시장 상황은 여전히 뜨거우나 약간의 힘을 잃을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채권 금리는 고용보고서가 나온 뒤 한 차례 하락했는데, PMI가 발표된 뒤 한 차례 추가로 더 떨어졌습니다. 폭포수처럼 2단 하락하면서 2년물은 오후 2시 55분께 19.2bp 폭락한 4.274%에 거래됐습니다. 오늘 진폭은 25bp(최고 4.50%, 최저 4.258%)에 달했습니다. 같은 시간 10년물 금리는 16.2bp 내린 3.557%를 기록했습니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고용 PMI 등 경제 지표들이 금리를 끌어내린 데다 다음주 국채 입찰과 회사채 발행에 대비해 공매도해놓았던 채권 물량이 있었는데, 이들 물량에 대한 숏커버도 발생했다. 또 리얼 머니(장기 투자자)도 채권 매수에 가담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달러화도 1% 넘게 떨어지는 등 폭락세를 보였습니다. PMI가 나온 뒤 잠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던 증시는 채권 금리가 급락세를 이어가자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습니다. 채권 시장의 뒤를 따른 것이죠. 그리곤 장 막판까지 거침없이 내달렸습니다. 다우는 2.13%, S&P500 지수는 2.28% 상승했고 나스닥은 2.6% 올랐습니다. 다우와 S&P500은 작년 11월 30일 이후 최고의 날이었고 나스닥은 12월 29일 이후 최고였습니다. 다우 30개 종목이 모두 올랐습니다. 중국 한국 등에서의 자동차 값을 추가로 내렸다는 소식에 장 초반 7.7%까지 폭락하며 100달러 선이 무너질 뻔했던 테슬라도 2.47%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월가 금융사들은 오늘 신규고용을 35만~14만 개까지 다양하게 예상했습니다. 가장 정확하게 신규고용을 맞춘 곳은 골드만삭스입니다. 22만5000개를 불렀지요. 골드만삭스의 얀 헤치우스 이코노미스트는 "임금이 5% 이상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2%대를 유지한다는 것은 양립 불가능하다. 그래서 오늘 임금상승이 둔화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고무적이다. 점점 감속하고 있다. 11월 임금 상승세는 놀라웠지만 그건 뒤집혔고 이제 큰 폭으로 꺾이고 있다. 이를 중요하게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주요 금융사 가운데 모건스탠리와 함께 올해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를 피하고(향후 12개월 침체 확률 35%) 연착륙할 수 있다고 보는 곳입니다. 인플레이션 하락으로 가계의 실질 소득이 증가하고 이는 소비와 성장을 유지시킬 것이란 논리입니다. 헤치우스는 "일자리는 유지되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하락해 가계 실소득이 늘어나고 있다. 임금보다 상품 가격이 훨씬 빨리 내려가고 있으므로 더 도움이 된다. 이는 소비에 도움이 되고 미국 경제는 느린 속도지만 확실히 성장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GDP 증가율은 2.5~3%까지 나올 것이다. 그리고 고용 수치는 경기 침체와는 확실히 거리가 멀다. 즉 경제와 임금상승의 균형을 회복하는데 필요한 추세 이하로 성장하고 있고, 물가는 확실히 감속하고 있다. 우리는 주요 인플레이션 지표가 연말까지 Fed가 수용 가능한 3% 범위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나는 이런 것들이 연착륙을 달성하는 데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증시는 어떻게 움직일 것으로 볼까요? 골드만은 '2023년 증시 전망'에서 상반기 S&P500 지수가 3600까지 떨어진 뒤 하반기에 반등해 연말에는 400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는 재미가 없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특히 예상치 않게 경기 침체가 닥친다면 주가는 3150까지 급락했다가 연말에야 3750까지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경기 둔화에 따라 기업 이익이 전혀 늘어나지 않으리라고 보는 탓입니다. S&P500 기업의 2023년 매출은 명목 GDP 성장에 따라 4% 증가할 그것으로 예상하지만 마진은 줄어 주당순이익(EPS)은 증가하지 않을 것이란 뜻입니다. 특히 경기 침체가 오면 EPS는 11% 감소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골드만삭스는 오늘도 "2023년 첫 주 팬데믹 이후 시대의 비정상적 경제 데이터가 많이 나오고 있다"라며 "미국 기업들은 한 달에 20만 명 이상의 신규 근로자를 고용하고 1000만 개 이상의 채용공고를 내놓고 있지만,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에서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보고 있는 느린 성장, 높은 인플레이션, 높아진 주가 밸류에이션 등 비정상적 조합은 앞으로 1년 동안 고르지 못한 거래 환경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다음주는 매우 중요한 한주입니다. 우선 10일 아침 8시에 파월 의장 연설이 있습니다. 스웨덴 중앙은행 초청으로 '중앙은행 독립'에 대해 연설하는 것이어서 시장과 관련된 중요 발언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12일 발표될 12월 소비자물가(CPI)입니다. 월가는 헤드라인 수치가 전년 대비 6.5%(11월 7.1%), 전월 대비 0.1%(0.1%) 상승을 예상합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각각 5.7%(6.0%), 0.3%(0.2%)로 관측합니다. 에너지와 상품 가격 하락으로 헤드라인 수치는 확연히 낮아지지만, 서비스 가격이 버티는 근원 물가는 전월 대비 더 상승할 수 있습니다. ING는 "완화된 임금 상승률을 고려할 때 또 다른 약화한 근원 CPI(전월 대비 0.3% 이하)가 나오면 2월 25bp 인상 가능성이 커진다"라고 밝혔습니다. CPI 외에도 9일 뉴욕 연은의 소비자 기대 조사, 13일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발표 때 함께 나올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봐도 합니다.
오늘 Fed 부의장 출신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WSJ에 '인플레이션이 갑자기 떨어지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면?'(What if Inflation Suddenly Dropped and No One Noticed?)이라는 재밌는 제목의 기고를 했습니다. 이 글에서 그는 CPI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최근 5개월 연율 기준으로 2.5%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의 미래는 과거 인플레이션보다 더 밝아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는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것으로 근원 인플레이션은 5개월 연율 기준으로 CPI는 4.7%, PCE는 3.7%에 달하고 있어서 아직 Fed의 인플레이션과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13일에는 4분기 어닝시즌이 막을 올립니다. JP모건을 필두로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씨티그룹, 블랙록 등 금융사들이 먼저 실적을 발표합니다. 은행들은 실적뿐 아니라 경제 현황에 대한 시각을 제시할 것입니다. 델타항공도 이날 함께 성적표를 내놓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전망에서 보듯 기업 이익은 올해 주가를 움직일 핵심 요인입니다. 작년까지는 금리 상승에 따른 멀티플 하락이 주가 하락 요인이었지만, 올해는 이익이 주가를 좌우할 것입니다. 단순히 4분기 실적뿐 아니라 기업들이 제시할 올해 실적 전망이 중요하겠지요.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의 4분기 EPS 추정치는 지난해 9월 30일 기준 57.78달러에서 12월 31일 기준 54.01달러로 6.5% 감소했습니다. 지난 10년간의 하락 폭 3.3%의 두 배에 달합니다. 애널리스트들은 4분기 EPS 추정치뿐 아니라 2023년 추정치도 같은 기간 241.20달러에서 230.51달러로 4.4% 낮췄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