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한림대 교수 "면역회피 가장 강력한 XBB.1.5 유입을 더 걱정해야"
전문가들 "중국서 환자 유입돼도 국내 폭발적 유행 없을 것…입국제한은 필요"
"미국서 유행하는 XBB, 확산 초기라 데이터 부족…심각한 위협은 아닐 듯"

수그러들었던 국내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가 중국 내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은 3년간 유지해온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난달 초 '위드 코로나'(코로나와 공존) 정책으로 전환한 뒤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가 폭증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새해 들어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중국발 입국 제한 조치와 함께 관련 보도가 쏟아지면서 코로나19 공포를 다시 자극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4일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해외 여러 곳에서 면역 회피가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XBB.1.5가 빠르게 퍼지고 있는데 가장 많이 발생한 국가는 미국"이라며 "지금 당장에는 중국에서 오시는 분들보다 미국에서 유입되는 게 사실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당장 중국의 감염자 증가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코로나19 유행의 결정적 변수인 바이러스 변이 상황을 고려하면 현재 지배종인 오미크론 변이의 하위변이 가운데 전파력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진 XBB.1.5의 확산이 더 우려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비춰봤을 때 최근 본격화한 중국 내 코로나19 대유행과 미국에서 확산 중인 XBB.1.5 변이의 실제 위험도는 어느 정도로 평가할 수 있을까?
[팩트체크] 중국발 입국자보다 미국 코로나19 변이 유입이 더 큰 걱정거리?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Worldometer)에 따르면 6일 현재 보고된 중국 내 코로나19 누적 감염자 수는 전날보다 9천548명 늘어난 47만1천373명이고, 누적 사망자는 5명이 추가돼 5천264명이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중국은 실제로 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초부터 지난달까지 고강도 봉쇄 중심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는 동안 다른 나라에 비해 감염자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한꺼번에 10가지 방역 완화 조치를 취한 지난달 7일 이후 한 달 새 각 성(省)과 대도시 인구의 50∼90%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보도됐다.

대만 매체는 중국 인구(14억4천800만명)의 40% 이상인 6억명이 감염된 것으로 추산했으며, 영국 정보분석업체는 하루 사망자가 9천명에 이를 것으로 봤다.

장례시설 부족으로 주차장에서 시신을 화장하는 등 아비규환 상태라는 보도를 보면 중국 상황은 심각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모습만으로 중국의 실제 위험성을 평가하긴 어렵다.

시기 차이만 있을 뿐 대다수 국가가 코로나19 대유행기에 유사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한때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던 우리나라도 지난해 3월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에 2년 가까이 유지하던 'K-방역'의 둑이 터지면서 하루 확진자 수가 62만 명까지 치솟고, 급증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때문에 의료·장례 시스템이 한계 상황을 맞았었다.

미국은 지난해 1월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하루 확진자가 80만명(비검사자 포함 시 480만명 추정)을 웃돌았고, 한때 사망자가 폭증해 냉동트럭에 시신을 보관하는 참상이 보도되기도 했다.

[팩트체크] 중국발 입국자보다 미국 코로나19 변이 유입이 더 큰 걱정거리?
중국의 뒤늦은 코로나19 대유행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태도는 엇갈린다.

미국, 일본, 인도, 호주,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14개국은 먼저 중국발 입국자에게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요구하는 입국 제한 조치를 취했다.

동참하는 나라가 늘고 있지만, 스위스,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중국발 입국자 규제에 반대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

유럽질병관리예방센터(ECDC)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 지역의 면역 인구 규모, 중국에서 유행 중인 변이 바이러스가 유럽에 이미 퍼져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발 입국자가 늘어도 당장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실효성이 없다며 입국 제한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 같은 입장차에는 국가별 방역 상황뿐만 아니라 정치·외교적 판단까지 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인접국으로서 중국과 교류가 많은 우리나라는 지난 2일부터 중국발 항공기 탑승객 전원에게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의무화한 것은 물론 중국 내 공관을 통한 단기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등 다른 나라들보다 강도 높은 방역 대책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 방역 대책의 적절성과 중국 코로나19 유행의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 감염병 전문가 7명에게 의견을 구했다.

대다수는 중국발 입국자를 제한하는 현행 정책에 공감을 표시했다.

다만 중국 내 감염자 수 증가가 당장 우리나라 방역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진 않았고, 중국이 신뢰할 만한 방역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데 따른 불확실성을 주된 위험 요인으로 지적했다.

[팩트체크] 중국발 입국자보다 미국 코로나19 변이 유입이 더 큰 걱정거리?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지금 환자가 연일 몇만 명이 나오지만 중국에서 폭발적으로 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라 변이 바이러스가 생길 수 있는 데다, 중국이 자국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기 때문에 사전예방주의 원칙에 따라 우리나라 국민에게 했던 것과 다르지 않은 통상적인 대응을 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 일평균 확진자 수가 6만5천명이라고 하지만 실제론 2∼3배 많을 것으로 본다"며 "중국에서 유행하는 변이가 국내에 들어와 있어도 환자가 더 늘어나 의료시스템이 붕괴되는 걸 막기 위해선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철저한 방역이 불가피한데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적인 측면에선 환자를 제한하는 게 좋지만 외교나 경제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늘 양날의 칼인 것 같다"며 "그러나 지금은 중국 내 발생 환자가 너무 많고 양성률이 높아 국내 유입을 어느 정도 막을 필요가 있기 때문에 지금 정책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중국은 과거 방역을 너무 엄격히 하다가 준비 없이 해제해 문제를 자초한 면이 있다"며 "우리나라 입장에선 2020년 2월 상황과 비교할 수 있는데 3년 동안 환자 관리 경험을 쌓고 면역도 획득했기 때문에 중국에서 환자가 유입되더라도 폭발적인 유행은 없을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공항 방역은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큰 유행의 추이를 보면 중국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현재 중국발 입국자의 확진 빈도로 볼 때 인적 교류를 제한하지 않으면 환자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며 "환자나 변이 유입을 막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어도 중국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변이가 큰 유행을 일으키지 않도록 준비할 시간을 벌 수는 있다"고 밝혔다.

[팩트체크] 중국발 입국자보다 미국 코로나19 변이 유입이 더 큰 걱정거리?
코로나19 극복과 방역 정책의 성패는 새로 생겨나는 변이 바이러스들에 대한 대처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면역이나 백신을 무력화하는 새 변이가 확산하면 언제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를 다시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적 지배종은 2021년 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확인된 오미크론 변이지만 우세한 하위 변이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유행한 BA.5와 세부계통(BF.7 BQ.1 BQ.1.1)의 검출률이 현재 55.2%로 여전히 우세하지만, 나중에 생겨난 BN.1의 점유율(33.3%)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또 중국의 우세종은 BA.5.2(54.2%)와 BF.7(45.8%)로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반면 미국에선 지난해 10월 처음 검출된 XBB.1.5의 점유율이 지난달 초 4%에서 지난달 말 44%로 급상승했다.

하위 변이들이 섞이면서 탄생한 재조합 변이인 XBB에서 파생된 XBB.1.5는 면역 회피력이 높고 증식 속도도 빨라, 300종이 넘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 가운데 전파력이 가장 강하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평가를 받았다.

XBB.1.5는 한국과 중국에서도 검출됐으나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XBB.1.5가 확산 초기여서 충분한 분석 데이터가 없는 상태고, 경계심을 가질 필요는 있으나 아직 심각한 위험 신호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XBB는 의미 있는 변이고 그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겠지만 대응하지 못할 정도의 위협으로 보진 않는다.

오미크론 하위 변이이고 염기서열은 나와 있어서 큰 이변은 없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이재갑 교수는 "XBB.1.5는 아직 공식 리포트가 나온 건 없고 개량 백신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실험 결과만 언론에 공개된 정도"라며 "점유율이 예상 밖으로 빠르게 상승하는 걸로 볼 때 기존 변이보다 강점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오미크론 하위 변이기 때문에 유행을 새로 키우는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상혁 위원장도 "XBB 변이는 면역 회피 가능성이 있지만 중증화율이나 치명률 등 실제 환자 발생과 관련한 사항은 보고된 게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팩트체크] 중국발 입국자보다 미국 코로나19 변이 유입이 더 큰 걱정거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현 단계에선 중국의 코로나19 대유행과 미국의 XBB.1.5 변이 확산의 위험도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당장 우리나라 방역에 충격을 줄 위험 신호가 감지되진 않아도 경계를 늦출 순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에서 새로운 변이가 발생했다는 보고는 아직 없지만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데다 지금처럼 정확한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선 제때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엄중식 교수는 "중국만 위험한 건 아니다.

미국, 유럽발 입국자도 변이 바이러스를 갖고 오긴 마찬가지다.

어느 한쪽만 방역을 강화하는 건 좋은 전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재훈 교수는 "XBB는 이미 알려진 위협이고 투명한 정보공개로 불확실성이 적다.

중국은 변이가 나올지 불확실하지만 나왔을 때 정보가 잘 공유될지도 불확실하다.

불확실성을 어떻게 볼 것인지의 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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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