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사진 오른쪽)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CES 2023' 에서 기자와 만나 CES 혁신상 수상작인 폐기물 전주기 관리 솔루션 '웨이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종필 기자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사진 오른쪽)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CES 2023' 에서 기자와 만나 CES 혁신상 수상작인 폐기물 전주기 관리 솔루션 '웨이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종필 기자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에 도전할 준비가 끝났습니다. 구글과 페이팔을 발굴해낸 글로벌 벤처캐피탈 업체 플러그 앤 플레이(PnP)가 우리의 가능성을 보고 손잡은 것이 큰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 대표는 지난 7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CES 2023' 의 SK그룹관에서 기자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전기차에서 수명을 다 한 배터리를 분해해 값어치 있는 원료를 추출하는 폐 배터리 사업에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주택과 공장을 짓던 전통적인 건설기업에서 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주력 업종을 바꿔가고 있는 SK에코플랜트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이 중요한 터닝 포인트다. 창사 후 처음으로 CES에서 폐기물 관리 솔루션 '웨이블'로 혁신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신사업을 함께 추진할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들과도 한 번에 만날 수 있어서다.

CES 혁신상에 이름을 올린 웨이블은 폐기물을 수집해서 분리, 소각 및 매립할 때까지 주기 전체 과정을 다 스크린 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이다. 폐기물이 수집되면 배출량과 주기, 폐기물의 구성요소를 고성능 카메라 비전을 통해 스캔해 데이터로 보여주고, 이동 중에는 폐기물 차량 배차, 경로 최적화 안내, 불법투기 감시 등을 알려준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사진 오른쪽)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CES 2023' 에서 CES 혁신상 수상작인 폐기물 전주기 관리 솔루션 '웨이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종필 기자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사진 오른쪽)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CES 2023' 에서 CES 혁신상 수상작인 폐기물 전주기 관리 솔루션 '웨이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종필 기자

박 대표도 미국 현지에서 비행기를 몇 번씩 바꿔타며 라스베이거스와 인접 도시들을 부지런히 다녔다고 한다. 그는 "미국에서 환경과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을 찾고 있다"며 "CES기간에는 미국에서 가장 큰 벤처캐피탈인 PnP의 사이드 아미디(Saeed Amidi) CEO와 만나 협력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양사가 함께 펀드를 조성하고 미국 현지에서 폐배터리와 폐기물 등 환경 사업에 투자할 기업들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PnP가 사회구글과 페이팔, 드롭박스 등을 창업 초기에 투자했던 만큼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현재까지 PnP는 2500개 스타트업을 발굴했다.

SK에코플랜트는 매출액 기준 주택 등 건축부문의 비중이 25%인 반면, 회사가 2년여 전부터 주력하고 있는 환경·에너지 사업의 비중은 20% 수준으로 성장 중이다. 올해 미국 시장에서 사업기회를 잡아 이 분야의 비중을 크게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2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e웨이스트 기업 '테스'를 인수했다. 스마트폰, 노트북, 서버 같은 IT 기기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자기기 폐기물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문기업인 어센드 엘리먼츠(Ascend Elements)에 대한 지분 투자로 최대주주 지위에 오르며 미국 폐배터리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박 대표는 "테스의 미국 사업장 네트워크와 경험, 어센드 엘리먼츠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를 비롯해 쏟아지는 폐 배터리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폐 배터리 시장은 초기 단계다. 전기차가 시장에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새 배터리는 최소 7~8년 이상이 돼야 성능이 본격 저하되기 시작한다. 함께 배석한 이대혁 SK에코플랜트 글로벌 에코 BU(비즈니스유닛·사업부문) 대표는 "2027년까지는 배터리 생산공장에서 나온 불량품 위주로만 처리할 수 밖에 없지만 이후로는 배터리 교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본다"며 "미리 준비한 기업만이 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터리는 코발트 망간 니켈 등 고가치 금속을 뽑아내는 '도시광산' 일 뿐 아니라 재활용이 가능한 철이나 알루미늄도 추출할 수 있어 폐 배터리의 95% 이상을 회수할 수 있다"며 "이마저도 회수율을 2%이상 더 올리려는 목표를 갖고 있어 버릴 것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글로벌 파트너들을 찾으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CES기간 중에 관심을 갖고 명함을 내민 업체들이 적지 않다"며 "미국의 한 폐기물 회사는 음식물이나 폐 목재에서 나오는 바이오 가스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기술을 갖고 있다며 함께 협업하고 싶다고 제안하기도 해 관심있게 경청했다"고 말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확대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는 점도 과제다. 박 대표는 "말레이시아 국부펀드도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미션(업무 목표)가 있어 CES 기간에 우리와 만나 협의를 한 바 있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말레이시아 최대 국영 폐기물 처리기업인 '센바이로' 지분의 30%를 말레이시아 국부펀드 '카자나'로부터 사들인 바 있다. 지분 인수가 계기가 돼 CES2023 현장에서 카나자와 추가적인 사업 협력 확대도 모색했다는 것이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