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근 장관 "양곡법 개정에 드는 연 1조원이면 스마트팜 300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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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와 새해 첫 인터뷰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쌀 의무수매 양곡관리법 개정안 28일 국회 본회의 '데드라인' 앞둬
2030년이면 쌀 수매에만 1조4000억원 드는데 쌀값은 안올라
농민들도 원하지 않는 법…지금은 농업의 미래에 투자할 때
해답은 '수급균형'…밥쌀 짓는 4만ha를 가루쌀-밀-콩으로 전환해야
기후변화, 전쟁 등 무슨 일이 생겨도 안정적 공급망 유지해야…남미 등 투자 확대
12월 온라인 가락시장 출범…농산물 유통비용 2027년까지 6% 낮추겠다
한식계 슈퍼스타 늘어야 'K푸드' 수출도 는다…생각의 틀 바꿔야
사하라 이남 7개국에 통일벼 개량 신품종 보급
3000만명 기아 문제 해결할 것
만난 사람=주용석 경제부장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쌀 의무수매 양곡관리법 개정안 28일 국회 본회의 '데드라인' 앞둬
2030년이면 쌀 수매에만 1조4000억원 드는데 쌀값은 안올라
농민들도 원하지 않는 법…지금은 농업의 미래에 투자할 때
해답은 '수급균형'…밥쌀 짓는 4만ha를 가루쌀-밀-콩으로 전환해야
기후변화, 전쟁 등 무슨 일이 생겨도 안정적 공급망 유지해야…남미 등 투자 확대
12월 온라인 가락시장 출범…농산물 유통비용 2027년까지 6% 낮추겠다
한식계 슈퍼스타 늘어야 'K푸드' 수출도 는다…생각의 틀 바꿔야
사하라 이남 7개국에 통일벼 개량 신품종 보급
3000만명 기아 문제 해결할 것
만난 사람=주용석 경제부장
“남는 쌀을 정부가 사주게 되면 올해 7000억원이 들고 2030년엔 1조4000억원이 드는데 정작 쌀 값은 안 오르게 됩니다. 농민도, 국민도 원하지 않을 결과입니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잠사회관에서 만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사진)의 목소리엔 답답함이 서려 있었다. 지난 10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초과 공급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강제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뒤 그는 3개월째 국회와 전국 농촌을 오가며 개정의 문제점을 설파 중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서 이 법안을 단독으로라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정 장관은 “농업의 미래를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쌀 의무수매에 들어갈 연평균 1조원 예산이면 청년 수만명이 일할 3000평짜리 대형 스마트팜 300개를 만들 수 있다”며 “지금은 식량안보 강화와 농업의 첨단 스마트화, 늙어가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청년농 육성 등 미래를 위해 투자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2023년을 ‘한국 농업의 전환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세계서 유일한 가루쌀로 2027년까지 밀가루 수입량의 10%(20만t)을 대체하고, 밀·콩 등 전략 작물과의 이모작으로 45%까지 떨어진 5년 내 식량자급률을 55%로 높이는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식량 주권 확보를 위해 전 세계 주요 곡창지대 내 유통망을 확보하고, 한국의 첨단 ICT기술을 접목해 유통물가를 6% 낮춰줄 전국 단위 농산물 온라인 거래소 ‘온라인 가락시장(가칭)’도 만든다.
다음은 일문일답
▷양곡관리법 개정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제안했나
거부권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이야기한 적은 없다. 다만 정부의 쌀 의무 수매의 문제점에 대해선 일찍이 말씀을 드렸고 공감대를 갖고 있다.
▷쌀 의무수매의 문제가 무엇인가
일단 당장 농민들에게 도움이 안된다. 지난해 쌀 가격이 폭락하자 정부는 쌀 시장격리(정부수매) 규모를 45만t으로 늘렸다. 여기에 식량안보를 위해 비축하는 공공비축까지 포함하면 90만t이다. 쌀값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남는 쌀보다 20만t을 추가로 더 샀다.
그런데 쌀 값은 7%까지만 오르고 더 이상 반등을 안했다. 이 말은 민주당 주장처럼 초과 공급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준다고 해서 쌀 가격이 안정화되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정부가 전량을 다 사주는데 왜 가격이 안 오르나
수급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쌀 농사는 기계화율이 100%에 달하고 기술 성숙도가 높다. 어지간한 유인으론 쌀 농사 짓던 농민이 작물을 바꾸기 쉽지 않다. 작년 12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연구 결과를 보면 이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연구 결과 양곡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밀·콩 등 타작물 재배에 인센티브를 주는 논타작물 지원사업을 병행하더라도 2030년 쌀 초과공급량이 63만t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연평균 초과공급량이 20만t이니 세 배가 는다.
과잉 공급이 심화되니 자연히 가격은 떨어질수 밖에 없다. 격리 의무화시 2030년 가격은 17만2000원이 된다. 과거 5개년 평균 가격 19만3000원보단 10.9%가 낮아진다. 처음엔 쌀 의무수매에 찬성했던 농민들도 이제 대부분 정부 설명에 공감하고 있다.
▷본회의 전까지 전략은
끈질기게 야당과 농민들을 설득하는 것 외에 답이 없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연평균 1조원이 쌀 수매와 관리 등에 들어간다. 올해 7000억원이 들어가는데, 2030년이 되면 1조4000억원으로 늘어나고 수급불균형이 심화될수록 점점 더 투입 예산이 늘어나는 구조다. 1조원은 1헥타르(3000평)짜리 대형 스마트팜 300개를 만들 수 있는 돈이다. 쌀 값은 되려 떨어지고 미래를 위한 투자는 사라지는 법 개정이란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양곡법 개정을 대신할 정부의 대안은 무엇인가
쌀 정책의 목표는 '수급균형'에 맞춰져야 한다. 밥쌀을 짓는 논 4만 헥타르를 가루쌀과 밀, 콩 등 전략작물 재배지로 전환할 계획이다. 밀가루를 대체하는 품종인 가루쌀은 모내기 적기가 일반 쌀에 비해 한달 가량 늦어 밀, 콩과 이모작이 가능하다.
4만 헥타르는 현재 연평균 쌀 초과공급량 20만t이 생산되는 면적이다. 여기에 대신 가루쌀을 심어 20만t을 생산하면 밥쌀 수급균형은 맞추고 밀가루 수입량의 10%를 대체할 수 있다. 이모작이 가능하니 밀, 콩 자급률도 획기적으로 늘어난다.
지난 4일 업무보고에서 2021년 44.4%까지 낮아진 식량자급률을 올해 48%, 2027년 55.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대한민국 농업에선 혁명적인 메시지다. 이전에도 식량 자급률을 50%로 반등시키겠다는 목표는 세웠지만 정작 이를 실현할 정책 수단이 없었다. 이번엔 다르다.
▷가루쌀로 만든 빵이 밀가루빵보다 맛있을 수 있나
다들 먹어보기 전에는 반신반의한다. 하지만 먹어본 사람들은 다들 '축하한다'고 까지 말한다. 가루쌀로 만든 빵이 더 부드럽고 촉촉하고 쫄깃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처음엔 '설마'하다 먹어본 뒤 다음 날 전화로 "정말 맛있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라면 면발 원료의 10%를 대체하겠다는 기업도 있다.
▷해외 곡물엘리베이터 확보 등 공급망 강화 전략도 내놨다
현재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우크라이나에, 하림이 미국 워싱턴주에 1개씩 총 2개의 곡물엘리베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2027년까지 이를 5개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 1곳을 추가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위해 500억원의 특별 융자 예산을 준비해놨다. 정부가 곡물 유통망에 투자하는 기업에 1.5%의 장기 저리로 이차를 보전해주는 것이다.
한국은 연평균 1700만t의 곡물을 수입한다. 한국 땅에서 생산하는 쌀과 등 곡물을 다 합쳐도 430만t 언저리다. 수입 곡물 대부분이 사료용이다. 수입을 못하면 한국 땅에서 소, 돼지, 닭 생산을 할 수 없다. 식량안보는 이런 개념이다. 언제든 필요한 식량을 필요한 만큼 수입할 수 있는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대기근이 오든 전쟁 같은 국제 정치적 변화가 생기더라도 언제나 원하는 양을 수입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한다. 미국, 유럽 뿐 아니라 남미와 동남아, 호주 등 주요 식량 생산국에 생산·유통망을 갖출 필요가 있다. 해외농업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유통구조 혁신에 나서겠다고 했는데
2001년 소비자 가격의 43.7%였던 농산물 유통비 비중이 2020년 47.5%로 되려 늘었다. 한국이 자랑하는 첨단 정보통신(ICT)기술로 농산물 유통 전반을 디지털·스마트화해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올해 12월 출범하는 농산물 온라인 거래소(가칭 온라인 가락시장)다. 지금은 배추나 사과, 배등이 산지에서 생산되면 큰 차에 실려서 가락시장으로 온다. 가락동에 오면 평균 대기 시간이 7~8시간, 성출하기엔 12시간까지도 기다린다. 온라인으로 도매 거래가 가능해지면 이런 비효율이 사라진다.
그리고 현재 전국에 산지유통센터(APC) 400개소가 있다. 올해 15개소를 리모델링해 입고부터 출고까지 모두 디지털화, 자동화시킬 예정이다. 2027년까지 전체의 4분의 1인 100개소를 이렇게 바꾼다. 이렇게 거래가 디지털화되면 유통비가 사라지고 수급 불균형도 줄면서 가격 변동성도 최소화된다.
이를 통해 2027년이면 농산물 유통비용을 6.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액으로 치면 연간 2조6000억원이다. 비용이 줄어드는만큼 물가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수출 확대를 위해선 어떤 것을 준비 중인가
수출에 대한 생각의 틀을 넓혀야 한다. 요즘 가장 관심있게 보는 것 중 하나가 해외 한식당이다. BTS, 오징어게임 등 K컨텐츠 열풍에 힘입어 한식당과 한식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2010년까지 미쉐린 스타를 받은 한식당은 한 곳도 없었다. 지금은 전 세계 1000개 가운데 27개가 한식당이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아토믹스'는 미쉐린가이드보다 더 높은 인정을 받은 '월드50베스트레스토랑'에도 들었다. 뉴욕에서 단 한 곳이 선정됐는데 그 주인공이 한식당이었다.
이들도 BTS와 손흥민 같은 그 분야의 슈퍼스타다. 슈퍼스타가 늘수록 세계 속에 한식당 창업이 증가하고 한식 선호도가 높아지며 수출로도 이어진다. 지금도 잘 나가는 한식당들은 고추장, 된장부터 쌀 까지 국산 제품을 쓴다.
올해부터 뉴욕과 파리, 도쿄 등 세계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우수 한식당을 한국 정부가 인증하는 '해외 우수 한식당 지정제(가칭 K-미쉐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전 세계에 3만개가 넘는 한식당이 있다. 요즘은 중식당, 일식당들이 한식당으로 간판을 갈아달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한식이 세계인의 먹거리로 발전하면 수출이 비약적으로 늘 수 있다.
▷아프리카에 'K-라이스(Rice)벨트'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ODA(공적개발원조)도 수출 확대의 전략적 수단이다. 한국의 주요 ODA 대상 지역인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내 국가들의 주요 과제 중 하나가 식량 증산이다. 올해 가나, 세네갈, 카메룬 등 사하라 이남 7개국에 다수확품종인 통일벼를 현지 기후에 맞게 개량한 신품종을 보급하고 벼 재배단지를 구축하는 '한국형 쌀 생산벨트(K라이스벨트)'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내년에 약 110만t을 생산하고 2027년엔 그 양을 216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양이면 7개국에서 기아를 겪고 있는 3000만명의 식량 문제를 해소해줄 수 있다. 한국을 배고픔에서 구제해준 통일벼가 이젠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는 셈이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국내 농기계 업체들이 현지에 수리점을 열고 시장에 진출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농업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농기계 수요가 늘고 부품도 거기 맞춰 써야 한다. 당장은 도움으로 시작하지만 무르익으면 큰 사업이 된다. 농업 분야에서 시작된 협력이 건설 등 다른 산업 분야로도 확장되면서 국내 기업의 수주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정리=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잠사회관에서 만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사진)의 목소리엔 답답함이 서려 있었다. 지난 10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초과 공급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강제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뒤 그는 3개월째 국회와 전국 농촌을 오가며 개정의 문제점을 설파 중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서 이 법안을 단독으로라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정 장관은 “농업의 미래를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쌀 의무수매에 들어갈 연평균 1조원 예산이면 청년 수만명이 일할 3000평짜리 대형 스마트팜 300개를 만들 수 있다”며 “지금은 식량안보 강화와 농업의 첨단 스마트화, 늙어가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청년농 육성 등 미래를 위해 투자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2023년을 ‘한국 농업의 전환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세계서 유일한 가루쌀로 2027년까지 밀가루 수입량의 10%(20만t)을 대체하고, 밀·콩 등 전략 작물과의 이모작으로 45%까지 떨어진 5년 내 식량자급률을 55%로 높이는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식량 주권 확보를 위해 전 세계 주요 곡창지대 내 유통망을 확보하고, 한국의 첨단 ICT기술을 접목해 유통물가를 6% 낮춰줄 전국 단위 농산물 온라인 거래소 ‘온라인 가락시장(가칭)’도 만든다.
다음은 일문일답
▷양곡관리법 개정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제안했나
거부권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이야기한 적은 없다. 다만 정부의 쌀 의무 수매의 문제점에 대해선 일찍이 말씀을 드렸고 공감대를 갖고 있다.
▷쌀 의무수매의 문제가 무엇인가
일단 당장 농민들에게 도움이 안된다. 지난해 쌀 가격이 폭락하자 정부는 쌀 시장격리(정부수매) 규모를 45만t으로 늘렸다. 여기에 식량안보를 위해 비축하는 공공비축까지 포함하면 90만t이다. 쌀값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남는 쌀보다 20만t을 추가로 더 샀다.
그런데 쌀 값은 7%까지만 오르고 더 이상 반등을 안했다. 이 말은 민주당 주장처럼 초과 공급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준다고 해서 쌀 가격이 안정화되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정부가 전량을 다 사주는데 왜 가격이 안 오르나
수급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쌀 농사는 기계화율이 100%에 달하고 기술 성숙도가 높다. 어지간한 유인으론 쌀 농사 짓던 농민이 작물을 바꾸기 쉽지 않다. 작년 12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연구 결과를 보면 이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연구 결과 양곡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밀·콩 등 타작물 재배에 인센티브를 주는 논타작물 지원사업을 병행하더라도 2030년 쌀 초과공급량이 63만t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연평균 초과공급량이 20만t이니 세 배가 는다.
과잉 공급이 심화되니 자연히 가격은 떨어질수 밖에 없다. 격리 의무화시 2030년 가격은 17만2000원이 된다. 과거 5개년 평균 가격 19만3000원보단 10.9%가 낮아진다. 처음엔 쌀 의무수매에 찬성했던 농민들도 이제 대부분 정부 설명에 공감하고 있다.
▷본회의 전까지 전략은
끈질기게 야당과 농민들을 설득하는 것 외에 답이 없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연평균 1조원이 쌀 수매와 관리 등에 들어간다. 올해 7000억원이 들어가는데, 2030년이 되면 1조4000억원으로 늘어나고 수급불균형이 심화될수록 점점 더 투입 예산이 늘어나는 구조다. 1조원은 1헥타르(3000평)짜리 대형 스마트팜 300개를 만들 수 있는 돈이다. 쌀 값은 되려 떨어지고 미래를 위한 투자는 사라지는 법 개정이란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양곡법 개정을 대신할 정부의 대안은 무엇인가
쌀 정책의 목표는 '수급균형'에 맞춰져야 한다. 밥쌀을 짓는 논 4만 헥타르를 가루쌀과 밀, 콩 등 전략작물 재배지로 전환할 계획이다. 밀가루를 대체하는 품종인 가루쌀은 모내기 적기가 일반 쌀에 비해 한달 가량 늦어 밀, 콩과 이모작이 가능하다.
4만 헥타르는 현재 연평균 쌀 초과공급량 20만t이 생산되는 면적이다. 여기에 대신 가루쌀을 심어 20만t을 생산하면 밥쌀 수급균형은 맞추고 밀가루 수입량의 10%를 대체할 수 있다. 이모작이 가능하니 밀, 콩 자급률도 획기적으로 늘어난다.
지난 4일 업무보고에서 2021년 44.4%까지 낮아진 식량자급률을 올해 48%, 2027년 55.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대한민국 농업에선 혁명적인 메시지다. 이전에도 식량 자급률을 50%로 반등시키겠다는 목표는 세웠지만 정작 이를 실현할 정책 수단이 없었다. 이번엔 다르다.
▷가루쌀로 만든 빵이 밀가루빵보다 맛있을 수 있나
다들 먹어보기 전에는 반신반의한다. 하지만 먹어본 사람들은 다들 '축하한다'고 까지 말한다. 가루쌀로 만든 빵이 더 부드럽고 촉촉하고 쫄깃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처음엔 '설마'하다 먹어본 뒤 다음 날 전화로 "정말 맛있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라면 면발 원료의 10%를 대체하겠다는 기업도 있다.
▷해외 곡물엘리베이터 확보 등 공급망 강화 전략도 내놨다
현재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우크라이나에, 하림이 미국 워싱턴주에 1개씩 총 2개의 곡물엘리베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2027년까지 이를 5개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 1곳을 추가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위해 500억원의 특별 융자 예산을 준비해놨다. 정부가 곡물 유통망에 투자하는 기업에 1.5%의 장기 저리로 이차를 보전해주는 것이다.
한국은 연평균 1700만t의 곡물을 수입한다. 한국 땅에서 생산하는 쌀과 등 곡물을 다 합쳐도 430만t 언저리다. 수입 곡물 대부분이 사료용이다. 수입을 못하면 한국 땅에서 소, 돼지, 닭 생산을 할 수 없다. 식량안보는 이런 개념이다. 언제든 필요한 식량을 필요한 만큼 수입할 수 있는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대기근이 오든 전쟁 같은 국제 정치적 변화가 생기더라도 언제나 원하는 양을 수입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한다. 미국, 유럽 뿐 아니라 남미와 동남아, 호주 등 주요 식량 생산국에 생산·유통망을 갖출 필요가 있다. 해외농업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유통구조 혁신에 나서겠다고 했는데
2001년 소비자 가격의 43.7%였던 농산물 유통비 비중이 2020년 47.5%로 되려 늘었다. 한국이 자랑하는 첨단 정보통신(ICT)기술로 농산물 유통 전반을 디지털·스마트화해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올해 12월 출범하는 농산물 온라인 거래소(가칭 온라인 가락시장)다. 지금은 배추나 사과, 배등이 산지에서 생산되면 큰 차에 실려서 가락시장으로 온다. 가락동에 오면 평균 대기 시간이 7~8시간, 성출하기엔 12시간까지도 기다린다. 온라인으로 도매 거래가 가능해지면 이런 비효율이 사라진다.
그리고 현재 전국에 산지유통센터(APC) 400개소가 있다. 올해 15개소를 리모델링해 입고부터 출고까지 모두 디지털화, 자동화시킬 예정이다. 2027년까지 전체의 4분의 1인 100개소를 이렇게 바꾼다. 이렇게 거래가 디지털화되면 유통비가 사라지고 수급 불균형도 줄면서 가격 변동성도 최소화된다.
이를 통해 2027년이면 농산물 유통비용을 6.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액으로 치면 연간 2조6000억원이다. 비용이 줄어드는만큼 물가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수출 확대를 위해선 어떤 것을 준비 중인가
수출에 대한 생각의 틀을 넓혀야 한다. 요즘 가장 관심있게 보는 것 중 하나가 해외 한식당이다. BTS, 오징어게임 등 K컨텐츠 열풍에 힘입어 한식당과 한식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2010년까지 미쉐린 스타를 받은 한식당은 한 곳도 없었다. 지금은 전 세계 1000개 가운데 27개가 한식당이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아토믹스'는 미쉐린가이드보다 더 높은 인정을 받은 '월드50베스트레스토랑'에도 들었다. 뉴욕에서 단 한 곳이 선정됐는데 그 주인공이 한식당이었다.
이들도 BTS와 손흥민 같은 그 분야의 슈퍼스타다. 슈퍼스타가 늘수록 세계 속에 한식당 창업이 증가하고 한식 선호도가 높아지며 수출로도 이어진다. 지금도 잘 나가는 한식당들은 고추장, 된장부터 쌀 까지 국산 제품을 쓴다.
올해부터 뉴욕과 파리, 도쿄 등 세계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우수 한식당을 한국 정부가 인증하는 '해외 우수 한식당 지정제(가칭 K-미쉐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전 세계에 3만개가 넘는 한식당이 있다. 요즘은 중식당, 일식당들이 한식당으로 간판을 갈아달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한식이 세계인의 먹거리로 발전하면 수출이 비약적으로 늘 수 있다.
▷아프리카에 'K-라이스(Rice)벨트'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ODA(공적개발원조)도 수출 확대의 전략적 수단이다. 한국의 주요 ODA 대상 지역인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내 국가들의 주요 과제 중 하나가 식량 증산이다. 올해 가나, 세네갈, 카메룬 등 사하라 이남 7개국에 다수확품종인 통일벼를 현지 기후에 맞게 개량한 신품종을 보급하고 벼 재배단지를 구축하는 '한국형 쌀 생산벨트(K라이스벨트)'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내년에 약 110만t을 생산하고 2027년엔 그 양을 216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양이면 7개국에서 기아를 겪고 있는 3000만명의 식량 문제를 해소해줄 수 있다. 한국을 배고픔에서 구제해준 통일벼가 이젠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는 셈이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국내 농기계 업체들이 현지에 수리점을 열고 시장에 진출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농업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농기계 수요가 늘고 부품도 거기 맞춰 써야 한다. 당장은 도움으로 시작하지만 무르익으면 큰 사업이 된다. 농업 분야에서 시작된 협력이 건설 등 다른 산업 분야로도 확장되면서 국내 기업의 수주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정리=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