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저격한 석학들 "인플레 장기화…물가 목표 3%로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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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미국경제학회
물가·금리 두고 비판 쏟아져
"저물가시대로 돌아가기 힘들어
2% 목표치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정부 확장재정은 금리상승 요인
Fed 전망보다 고금리 길어질 것"
물가·금리 두고 비판 쏟아져
"저물가시대로 돌아가기 힘들어
2% 목표치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정부 확장재정은 금리상승 요인
Fed 전망보다 고금리 길어질 것"
세계 석학과 미국 중앙은행(Fed) 인사들이 맞붙었다.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2023 미국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다. 이 자리에서 Fed 인사들은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고 목표치를 향해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석학들은 물가 목표치를 현실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맞섰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는 만큼 향후 금리 수준도 Fed 예상치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로, 41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은 뒤 5개월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CPI는 더디게 떨어지고 있다. 근원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꼽혀온 임금 상승률이 지난달 둔화했지만 추세적 하락일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석학들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 재무장관 출신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7일 ‘경제적 충격과 위기, 파급효과’ 세션에서 저물가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가 확장재정을 펼쳤지만 저성장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낮게 유지됐다”며 “하지만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확장재정 규모를 확 늘렸기 때문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은 인구 증가로 의료와 교육 지출을 늘리고 아시아 국가들은 국방 예산 규모를 키우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인플레가 예상보다 더 높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머스 교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기준으로 2%인 Fed의 인플레 목표치를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 교수도 “현재 미국 물가는 목표치인 2%보다 높아 Fed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물가 목표치를 2.5%나 3%로 올리는 게 더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리사 쿡 Fed 이사는 기자에게 “장기적으로 물가가 2%에 근접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물가 목표치를 조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쿡 이사는 올해 AEA에서 그동안 Fed가 왜 인플레를 잘못 판단하고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이전보다 더 잘할 수 있는지를 고민 중이라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줬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106.8%였다. 이 비율은 2020년에 128.1%를 찍은 뒤 2021년엔 137.2%로 높아졌다. 서머스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저성장으로 인해 저물가와 저금리 상태에 있었지만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로머 교수의 부인 크리스티나 로머 UC버클리 교수도 Fed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크리스티나 로머 교수는 이날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해선 안 된다”며 “기존 긴축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려 한다면 적어도 1년은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크리스티나 로머 교수는 긴축정책이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데도 시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면 실업률은 긴축 충격이 발생하고 약 5개월이 지난 뒤 점진적으로 상승해 27개월 후 최대 1.6%포인트 상승했다”며 “이런 패턴을 유지한다면 실업률은 내년에 조금씩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켓워치는 이날 “서머스 교수 등은 저금리 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뉴올리언스=정인설 특파원/오현우 기자 surisuri@hankyung.com
인플레 정점론 공방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는 행사 개막일인 6일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의 교훈’이란 주제 세션에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보스틱 총재는 “애틀랜타연은이 집계하는 9개의 인플레 지표 중 7개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다”며 “이는 분명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미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로, 41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은 뒤 5개월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CPI는 더디게 떨어지고 있다. 근원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꼽혀온 임금 상승률이 지난달 둔화했지만 추세적 하락일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석학들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 재무장관 출신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7일 ‘경제적 충격과 위기, 파급효과’ 세션에서 저물가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가 확장재정을 펼쳤지만 저성장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낮게 유지됐다”며 “하지만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확장재정 규모를 확 늘렸기 때문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은 인구 증가로 의료와 교육 지출을 늘리고 아시아 국가들은 국방 예산 규모를 키우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인플레가 예상보다 더 높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머스 교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기준으로 2%인 Fed의 인플레 목표치를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 교수도 “현재 미국 물가는 목표치인 2%보다 높아 Fed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물가 목표치를 2.5%나 3%로 올리는 게 더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리사 쿡 Fed 이사는 기자에게 “장기적으로 물가가 2%에 근접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물가 목표치를 조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쿡 이사는 올해 AEA에서 그동안 Fed가 왜 인플레를 잘못 판단하고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이전보다 더 잘할 수 있는지를 고민 중이라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줬다”고 평가했다.
고금리 장기화하나
서머스 교수는 Fed의 목표 금리 수준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확장재정은 금리 상승 요인이 돼 중립금리가 Fed 추정치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금리를 뜻한다. 서머스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35~40%포인트 오르면 실질 중립금리가 0.8~1%포인트 상승한다”고 설명했다.미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106.8%였다. 이 비율은 2020년에 128.1%를 찍은 뒤 2021년엔 137.2%로 높아졌다. 서머스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저성장으로 인해 저물가와 저금리 상태에 있었지만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로머 교수의 부인 크리스티나 로머 UC버클리 교수도 Fed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크리스티나 로머 교수는 이날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해선 안 된다”며 “기존 긴축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려 한다면 적어도 1년은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크리스티나 로머 교수는 긴축정책이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데도 시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면 실업률은 긴축 충격이 발생하고 약 5개월이 지난 뒤 점진적으로 상승해 27개월 후 최대 1.6%포인트 상승했다”며 “이런 패턴을 유지한다면 실업률은 내년에 조금씩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켓워치는 이날 “서머스 교수 등은 저금리 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뉴올리언스=정인설 특파원/오현우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