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프에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할 때 7타 뒤진 2위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대역전극은 1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드문 일이다. 지난해 7타 차 역전극이 나온 건 5월 찰스슈와브 챌린지에서 우승한 샘 번스(27·미국)뿐이었다.

이 어려운 걸 욘 람(29·스페인·사진)이 해냈다. 9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카팔루아의 카팔루아 플랜테이션 코스(파73·7596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총상금 150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선두에 7타 뒤진 채 경기를 시작한 람은 선두 콜린 모리카와(26·미국)를 2타 차이로 꺾었다.

람은 이날 이글 1개, 버디 9개, 보기 1개를 엮어 10언더파 63타를 쳤다. 최종합계 27언더파 265타. 지난해 5월 멕시코 오픈 이후 8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한 그는 투어 통산 8승째를 신고했다. 우승상금은 270만달러(약 33억원)다.

PGA투어 사상 가장 큰 타수 차 역전승은 10타 차다. 1999년 스코틀랜드 카누스티에서 열린 디오픈 최종라운드에서 폴 로리(54·스코틀랜드)가 장 방 드 벨드(57·프랑스)를 꺾을 때 나왔다. 9타 차 역전극은 2004년 MCI 헤리티지 대회에서 스튜어트 싱크(50·미국)가 달성했다. 8타 차 역전극도 몇 번 나왔는데, 최근에는 저스틴 로즈(43·잉글랜드)가 2017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HSBC 챔피언스에서 해냈다.

경기 초반 모리카와가 6번홀(파4) 버디로 2위에 7타 차 선두를 달릴 때만 해도 누구도 람의 우승을 점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람은 12~14번홀 연속 버디에 15번홀(파5)에서 이글을 낚으며 모리카와를 압박했다. 반면 3라운드까지 한 번도 보기를 범하지 않은 모리카와는 14~16번홀을 3연속 보기로 끝내며 무너졌다. 람은 18번홀(파5) 버디로 쐐기를 박았다.

‘나이키 맨’ 김주형(21)은 새해 첫 대회부터 톱5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5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22언더파 270타 공동 5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주형은 최근 나이키와 ‘5년 2000만달러+α’ 조건으로 후원 계약을 맺었다. 이경훈(32)은 공동 7위(21언더파 271타), 임성재(25)는 공동 13위(19언더파 273타)에 올랐다. PGA투어는 오는 12일부터 하와이주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소니오픈으로 이어진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