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S&P500 기업들의 순이익이 2년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추정이 나왔다.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인한 비용 증가와 경기침체 우려가 겹치면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은 지난해 4분기 S&P500 기업들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1% 줄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2021년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1%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기업 경영 여건이 크게 악화됐다. S&P500 기업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건 코로나19 유행으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됐던 2020년 3분기가 마지막이다.

WSJ은 기업들의 실적 부진 요인으로 비용 증가, 고금리, 달러 강세 등의 삼중고를 꼽았다. 설상가상으로 경기침체 우려도 시장에 퍼지고 있다. 자산관리업체인 지라드의 티모시 처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자들이 경기침체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문제는 연착륙과 경착륙의 차이점이 무엇이고 그 차이가 어떻게 보일지 여부”라고 말했다.

이번주 나올 발표들이 4분기 기업 실적의 가늠쇠가 될 전망이다. 오는 13일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 미국 주요 은행과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헬스 등이 나란히 최근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12일에는 미 노동통계국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공개한다. 이 지수 상승률이 높게 나오는 경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기조가 당분간 강경해질 전망이다.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되는 고금리 흐름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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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실적을 공개한 업체들을 보면 경기 전망이 엇갈린다. 나이키는 재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매출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매튜 프랜드 나이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소비 심리가 유지되고 있어서 생산 비용 증가분을 상쇄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식품 제조사인 코나그라도 가격 인상에 힘입어 매출이 늘었다. 반면 음료 제조업체인 컨스텔레이션은 고가 맥주 제품군의 판매가 부진하자 실적 전망치를 낮췄다.

핵심은 미국 소비자들이 얼마나 높은 가격을 견딜 수 있느냐다. 미 상무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잔 11월 미국 소비자 지출은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둔화 흐름을 보였다. 이에 소매업체들은 쇼핑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기 위해 할인 경쟁에 나서기도 했다. S&P500 지수는 지난해 19% 하락했지만 지난주 1.4% 상승하면서 올 한 해를 희망차게 시작한 상황이다.

기업 전반의 실적 전망이 밝진 않지만 에너지 기업들은 호실적을 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팩트셋은 에너지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63%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모네타그룹의 아오이핀 데빗 CIO는 “우리는 엄청난 양의 사전 징후들을 봐왔다”며 “기술주에 대해선 신중해야겠지만 에너지, 건강관리, 필수 소비재 등의 업종은 실적 발표를 앞두고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