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재임땐 극우에 손짓, 대선 후엔 승복 없어…폭동의 발화점"
"브라질 대선 불복 폭동, 보우소나루가 사실상 부추겼다"
지난 8일(현지시간) 브라질에서 발생한 대선 불복 폭동은 사실상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부추긴 것이라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평가했다.

WP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재임한 4년간은 브라질 민주주의의 존립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키운 시기였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그는 브라질 군부 독재의 몰락을 공공연하게 한탄하던 육군 대위 출신 정치인으로 2019년 대통령 취임 후에도 호전성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재임 기간 자신의 지지층 가운데서도 군부 독재 시절을 브라질의 황금기로 보는 극우세력에 수시로 추파를 보냈고, 대선을 1년여 앞둔 2021년에는 자신이 선거에서 지면 감옥에 가게 될 수 있다며 지지자들을 자극했다.

"브라질 대선 불복 폭동, 보우소나루가 사실상 부추겼다"
특히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현 대통령과 맞붙은 작년 대선 과정에서는 '선거 부정'을 언급하면서 자신이 재선에 실패하면 폭력이 발생할 것이라고 암시했다.

상파울루연방대학교 이스테르 솔라노 교수는 "보우소나루와 그의 가족은 몇년간 대법원에 대한 공격을 얘기했고 지난 1년간은 선거 결과를 존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며 "최근 몇달간 이들의 발언이 힘을 결집시켰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대선에서 진 뒤에는 룰라 대통령에게 승복 선언을 하지 않고 최대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지내다가 올초 대통령 취임식에는 참석도 하지 않았다.

결국 선거 부정을 주장하던 그가 입을 닫고 잠적한 가운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브라질리아 연방 관구에 있는 의회와 대법원, 대통령궁 등 입법·사법·행정 3부 기관 건물에 난입해 기물을 파손하는 등 폭동 사태를 일으켰다.

"브라질 대선 불복 폭동, 보우소나루가 사실상 부추겼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 폭동이 예고된 일과 다름없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선거 패배 뒤 보우소나루의 침묵 속에서 극렬 지지자들이 군 사령부 밖에 진을 치고 쿠데타를 요구해온 점에 주목했다.

현지 정치학자인 자이로 니콜라우는 "보우소나루의 침묵은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 주는 지지자들을 성원한다는 의미로 일부에게 받아들여진다"며 "그의 침묵이 이번 폭동의 주요한 발화점"이라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폭동 사태 발생 뒤 트위터에 "평화 시위는 민주주의의 일부"라면서도 "오늘 발생한 약탈과 공공건물 난입은 좌파가 2013년과 2017년에 했던 것처럼 법에서 벗어난 일"이라고 폭력을 규탄하는 듯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WP는 그가 자신의 정적을 동시에 비판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브라질 대선 불복 폭동, 보우소나루가 사실상 부추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