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수요예측에 나선 공모주가 상반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모 규모가 클수록 부진한 성적을 내는 ‘대마 필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시총 클수록 기관 외면…'IPO 대마필패' 계속된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4~5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차량용 알루미늄 부품 제조사 한주라이트메탈은 999 대 1의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했다. 1236개 기관이 공모주를 신청했고, 신청 수량의 85% 이상이 희망 공모가격(2700~3100원) 이상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공모가는 3100원으로 결정됐다. 공모가가 희망 가격의 상단으로 결정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두 달 만이다.

반면 같은 기간 수요예측을 한 반도체 특수가스 제조사 티이엠씨는 31대 1의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이 회사는 희망공모가 3만2000~3만8000원을 제시했는데, 신청 수량의 77%가 2만원대 가격을 써냈다. 그 결과 공모가를 희망 가격 하단 대비 13% 내린 2만8000원으로 결정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을 고객사로 확보한 데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세 배가량 증가했음에도 기관투자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최근 특수가스 가격이 하락하고 반도체 업황이 침체할 것이란 전망이 걸림돌이 됐다는 평가다.

IB업계는 기관투자가들의 유동성이 마르면서 시가총액이 큰 중대형 기업에는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주라이트메탈은 시가총액 600억원으로 공모 금액이 200억원에 불과하지만, 티이엠씨는 시가총액 최대 4200억원, 공모 금액 840억원을 목표로 했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9월 2차전지 분리막 제조사 WCP가 IPO(기업공개)로 4320억원을 조달한 뒤 주가가 공모가(6만원) 아래로 하락한 이후 본격화했다. WCP 이후 기업가치 5000억원 이상을 제시한 제이오와 바이오노트 등은 잇달아 수요예측에 실패했다.

한 투자운용사 관계자는 “시가총액이 큰 기업일수록 상장 후 주가를 올리기 어려워 기관들이 기피하고 있다”며 “올해 IPO 시장은 중소형 기업들이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