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3년 장기계약 체결을 강요하는 등 ‘갑질’ 혐의를 받는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과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회사) 지원을 위해 2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에는 불공정하게 장기계약을 강요하지 않고 기존 공급한 부품에 3년간 품질을 보증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브로드컴과 이 같은 동의의결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동의의결제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는 기업이 스스로 시정 방안을 마련하면 공정위가 법 위반 여부를 가리지 않고 심의를 종결하는 제도다.

브로드컴은 2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5년간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에 77억원, 중소 팹리스 창업과 성장 지원에 123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에는 브로드컴과의 계약 기간(2020년 3월~2021년 7월) 주문된 부품에 3년간 품질 보증과 기술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갤럭시 Z플립3, 갤럭시 S22 등 지난해 3월 이전 출시된 기기에 브로드컴 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드컴이 조성하기로 한 200억원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심재식 공정위 제조감시과장은 “기금 규모는 동의의결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과징금을 부과했을 때 매길 수 있는 최대 금액을 넘어선다”고 했다. 공정위는 200억원 기금은 2011년 동의의결제 시행 이후 2014년 네이버·다음(1040억원), 2021년 애플(1000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라고 밝혔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