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보스틱 "금리 오버슈팅 원해"…S&P지수, 4000 또 좌절?
지난 금요일 미국의 12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된 뒤 주가가 2%대 폭등했었는데요. 9일(미 동부시간) 개장한 뉴욕 증시도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12월 신규고용은 22만3000개로 강력하게 유지됐지만, 시간당 임금 상승률이 전월 대비 0.3%(정확히는 0.27%), 전년 대비 4.6% 상승으로 떨어지면서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커졌습니다. 미국 경제가 침체 없이 연착륙한다면 주가가 추가 하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사토리 펀드의 댄 나일스에 따르면 침체가 없는 베어마켓은 일반적으로 하락 폭이 30% 미만입니다. S&P500 지수의 작년 10월 저점(-25%)이 지켜질 수 있다는 것이죠. 반면 경기 침체가 수반된다면 통상 40% 이상 하락합니다. 그러면 이번 약세장의 바닥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12월 고용보고서가 나온 뒤 월가 일부에서 시각을 바꾸고 있습니다. 애초 컨센서스는 올해 상반기 뉴욕 증시가 추가 하락해 새로운 저점을 찍은 뒤 하반기에 미 중앙은행(Fed)가 완화로 전환하면 회복할 것으로 기대해 왔습니다. 하지만 스티펠은 뉴욕 증시가 상반기 랠리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베리 베니스터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오는 2분기 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다. 그리고 올해 경기 침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결과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 하락과 2분기까지 S&P500 지수 4300 상승으로 이어져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이번 주 12일 나오는 12월 소비자물가(CPI)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고, 이번 주 시작될 4분기 어닝시즌에서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잘 버텨준다면 랠리가 지속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웰스파고는 "지난 금요일 '공매도가 가장 많은 주식'은 지수보다 상승률이 뒤졌다. 이는 주가 상승이 숏커버링이 아니라 경기 친화적 고용보고서에 의해 주도된 것이란 걸 시사하기 때문에 일부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시장 환경은 장기 투자자들이 돈을 벌고 있고 공매도 전문 투자자도 예상보다 괜찮다는 걸 보여주고 있어서 아마도 긍정적 투자 심리를 조성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에서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이 앤트그룹 지배권을 상실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궈수칭 은행보험감독관리위 주석이 "14개 플랫폼 기업의 금융업 특별정리를 완료했다"라고 밝혀 기술주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한 것도 미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년간 지속해온 기술기업 단속을 끝낸다는 신호로 풀이된 것입니다. 이는 (고용보고서로 인해) Fed가 우려만큼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란 희망과 합쳐져 미 달러 급락세를 불렀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보스틱 "금리 오버슈팅 원해"…S&P지수, 4000 또 좌절?
뉴욕 연방은행이 발표한 12월 소비자 설문조사에서 1년 인플레이션 전망은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한 5%로 집계되어 2021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소식도 나왔습니다. 12월 만하임 중고차 지수도 전년 대비 14.7% 하락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다만 전월 대비로는 0.8% 오른 것으로 나타났지요.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보스틱 "금리 오버슈팅 원해"…S&P지수, 4000 또 좌절?
이번 주 12월 CPI가 낮게 나올 수 있다는 월가 금융사 보고서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다들 지켜보는 게 전월 대비 수치인데, 현재 컨센서스는 헤드라인 CPI 0%,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 0.2% 상승입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보스틱 "금리 오버슈팅 원해"…S&P지수, 4000 또 좌절?
웰스파고는 "12월 헤드라인 CPI는 전월 대비 0.2% 하락하고 전년 대비 6.3% 올라 14개월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웰스파고는 "에너지 가격의 또 다른 상당한 하락(AAA에 따르면 휘발유의 월평균 소매 가격이 11월보다 12.7% 하락함)이 헤드라인 물가를 누를 것이고 식품 및 근원 서비스 물가의 추가 상승을 상쇄할 것이다. 인플레이션 하락은 또다시 한번 중고차가 주도하는 근원 상품의 계속된 하락의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근원 서비스 물가 상승의 속도가 거의 변하지 않으면서 근원 물가가 전월 대비 0.2%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주거비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근원 서비스 물가가 지속해서 강세를 보이면 2% 인플레이션을 향한 진전을 멈추게 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보스틱 "금리 오버슈팅 원해"…S&P지수, 4000 또 좌절?
골드만삭스도 12월 헤드라인 CPI가 전월보다 0.06% 하락할 것으로 봅니다. 또 근원 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컨센서스보다 낮은 0.25%로 추정합니다. 골드만삭스는 "근원 물가가 전월 대비 0.25% 상승하면서 전년 대비 수치도 전달보다 0.4%포인트 낮아진 5.6%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는 중고차가 1.6% 하락하고 신차도 판매 인센티브 증가로 0.5%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한다. 연말 할인으로 의류 가격도 하락하며, 유가 하락 영향으로 항공료도 2% 내려간 것으로 본다. 또 주거비도 전달에 이어 상승률이 둔화했을 것(렌트 +0.67%, OER +0.64%)으로 관측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 채권 시장의 금리는 온종일 내림세를 이어갔습니다. 오후 2시 50분께 국채 2년물 금리는 9.2bp나 급락해 4.191%를 기록했습니다. 10년물의 경우 같은 시간 4.3bp 내린 3.519%에 거래됐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보스틱 "금리 오버슈팅 원해"…S&P지수, 4000 또 좌절?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0.9% 상승세로 출발한 뒤 오후 12시 30분까지 지속해서 올랐고, 나스닥의 상승 폭은 2%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Fed 위원들이 이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습니다.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라파엘 보스틱 총재와 샌프란시스코 연은의 메리 데일리 총재가 오후 12시 30분께 동시 출연해 폭탄을 퍼부었습니다. 두 명 모두 '비둘기파'이고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자는 아닙니다.

보스틱 총재는 "우리는 물가 목표를 지켜야 한다. 기준금리를 5~5.25%까지 올린 뒤 2024년까지 유지해야 한다"라면서 "나는 전환을 내다보는 사람이 아니다(I am not a pivot guy). 우리가 잠시 멈추고 거기(5~5.25%)에 머물면서 긴축 정책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보스틱은 "Fed가 금리를 오버슈팅(지나치게 올릴) 의향이 있다고 말하는 게 공정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게 시장에 약간 충격을 줬습니다. 물론 그는 "만약 (이번 주) 나오는 CPI가 고용보고서에서 본 것과 일치한다면 2월 25bp 인상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데일리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에너지와 상품에 의한 것이다. 아직 Fed가 원하는 근원 서비스 물가 하락을 보고 있지 않다"라며 "2% 물가 목표 도달은 내년에도 완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데일리는 "12월 임금 데이터는 한 달 치로 승리를 선언할 수 없고 금리 인상을 중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라면서 "2월 50bp, 25bp 인상 모두 테이블에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시장에서 보는 것보다 더 오랫동안 기준금리가 제약적일 것이다. 기준금리를 최고점에서 11개월 동안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 출발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Fed가 계속 물러서지 않는다면 연착륙 확률은 감소할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1970년대 역사를 보면 인플레이션이 내려가고 Fed가 완화로 돌아서자 물가가 다시 올라갔다"라며 "제롬 파월 의장은 그런 과정을 통해 인플레를 고질적으로 만든 아서 번스 전 의장처럼 역사에 악명을 남기고 싶지 않을 것이고, 경기 침체가 올 때까지 긴축 정책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목소리가 전해진 뒤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장 막판 다우에 이어 S&P500 지수까지 하락세로 전환했습니다. 다우는 0.34%, S&P500 지수는 0.08% 내렸고 나스닥만이 0.63% 상승세를 유지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보스틱 "금리 오버슈팅 원해"…S&P지수, 4000 또 좌절?
UBS 자산운용의 솔리타 마르첼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고용보고서는 임금 상승률 둔화에 함께 경기 침체가 임박했음을 암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자가 환호할 많은 이유가 있었다"라면서도 "다른 데이터를 보면 노동시장이 극도로 빡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Fed가 금리 인상 주기를 중단할 것으로 기대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시장이 변동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거시 경제 상황이 주식의 지속적 랠리를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찰스 슈왑은 "고용보고서에는 모두를 위한 데이터가 다 있었다. 연착륙 진영에 있는 이들은 실업률이 역사적 최저로 떨어지는 동안 임금 상승률이 둔화되는 것을 보고 환호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 진영에 있는 사람도 근무 시간 감소, 시간제 노동자 급증, 임금 인상률 둔화 등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데이터를 찾을 수 있었다. 사실 노동시장은 계속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인플레이션 둔화가 확연해지는 가운데 이런 노동시장 데이터에 대해 Fed가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사실 시장은 Fed 위원들의 말을 기본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습니다. Fed의 인플레이션 전망은 지난해 완전히 틀렸고, 지금도 틀리고 있다는 것이죠. 오늘 보스틱, 데일리 총재의 발언에도 시장의 최종금리 예상은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보스틱 "금리 오버슈팅 원해"…S&P지수, 4000 또 좌절?
시장 일부에서는 오늘 하락을 차익 시현 및 기술적 저항으로 보기도 합니다.오늘 S&P500 지수는 50일 이동평균선(3903)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그 아래에서 마감됐습니다. BTIG의 조너선 크린스키 기술적 분석가는 "S&P500 지수는 지난 3주 동안 대부분 3800~3900 사이에서 보냈다. 3900 이상 돌파는 고무적이지만 3930~3950 범위에 여전히 의미 있는 저항이 있고 그 위를 보면 하락하는 200일 이동평균선(3996)이 자리잡고 있다. 앞으로 몇 달 안에 3500 아래로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보스틱 "금리 오버슈팅 원해"…S&P지수, 4000 또 좌절?
13일 시작되는 어닝시즌은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될까요?

팩트셋에 따르면 4분기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대비 4.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1년 전(31% 증가)과는 큰 반전입니다. 게다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애널리스트의 EPS 추정치는 지난해 9월 30일 기준 57.78달러에서 12월 31일 기준 54.01달러로 6.5% 감소했습니다. 지난 10년간의 하락 폭 3.3%의 두 배에 달합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보스틱 "금리 오버슈팅 원해"…S&P지수, 4000 또 좌절?
이에 대해 에버코어ISI는 "월가의 2022년 하반기와 2023년 EPS 추정치는 2022년 4월 252달러에서 그해 10월까지 약 237달러로 크게 떨어졌다. 이번에는 여전히 떨어지고 있지만, 그 하락 속도는 작년 4~10월보다 훨씬 느리다"라고 밝혔습니다. 현재가 230달러니까요. 줄리언 에마뉘엘 전략가는 "작년 2, 3분기 어닝시즌으로 향하던 것처럼 투자자 정서가 암울하지 않고 주식과 채권이 이전처럼 극적으로 과매도되지 않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보스틱 "금리 오버슈팅 원해"…S&P지수, 4000 또 좌절?
골드만삭스는 S&P500 기업이 4분기에 0% EPS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2020년 3분기 이후 가장 약한 성장세입니다.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업종별로 나눠보면 에너지가 63% 증가하는 등 5개 업종은 증가하지만 6개 업종은 ESP가 감소합니다. 특히 기술주인 IT(-9%), 커뮤니케이션 서비스(-22%)가 심각한 부진을 보일 것으로 봤습니다. 전반적 매출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증가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하지만 마진은 지난 3분기 처음으로 전년 대비 45bp 감소한 데 이어 4분기엔 감소 폭이 81bp로 가속화되어 11.2%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보스틱 "금리 오버슈팅 원해"…S&P지수, 4000 또 좌절?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이제 올해 이익 전망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며 "일부 투자자는 CEO들이 2023년 가이던스를 낮게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EPS 성장 예측에 한 가지 상방 위험(중국의 코로나 봉쇄 완화)과 세 가지 하방 위험(약한 소비자 수요, 최소 15%를 내야 하는 법인세, 경기 침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늘 룰루레몬의 주가는 9.29% 폭락했습니다. 4분기 마진이 전년 대비 90~110bp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한 탓입니다. 기존 가이던스는 10~20bp 상승이었습니다. 매출 전망은 26억6000만~27억 달러(기존 26억1000~26억6000만 달러)로 높였지만, 투자자들은 마진 하락을 주목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보스틱 "금리 오버슈팅 원해"…S&P지수, 4000 또 좌절?
룰루레몬은 혼자 만이 아닙니다. 메이시스의 주가도 7.68% 급락했습니다. 지난 금요일 장 마감 이후 지난 4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한 탓입니다. 매출의 경우 기존 가이던스가 81억6000만 달러에서 84억 달러였는데 실제 매출은 가이던스의 중간에서 낮은 쪽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EPS는 1.47~1.67달러로 내다봤는데요.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1.60달러를 추정하고 있습니다. 메이시스의 제프 제네트 CEO는 "거시 경제와 신용카드 데이터를 보면 소비자들은 2023년 상반기 내내 계속해서 압력을 받을 것"이라면서 "그에 따라 구매와 재고를 조정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랄프로렌, VF, 언더아머 등도 비슷한 경고를 내놓았습니다.

이는 상품 분야이고 서비스 분야에서는 소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S&P500 기업들은 주로 상품 관련 기업이 많습니다. 캐머론 도슨 뉴에지 캐피털의 CIO는 "이번 어닝시즌에서 EPS가 예상보다 좋게 나올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주가가 급등하기는 어렵다"라면서 "Fed가 돌아서지 않는 한 주가를 구성하는 기업 이익과 멀티플 가운데 멀티플은 높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