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투자했는데…"수익률이 왜 이래?" 신흥국 ETF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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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대선에 패배한 전임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8일(현지시간) 의회, 대법원, 대통령궁에 난입하는 초유의 폭동이 발생하면서 '신흥국 투자 리스크'가 또 다시 부각됐다. 남미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는 새해 첫주 평균 4.0% 상승했지만 정치적 불안정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업계는 "투자 포트폴리오에 선진국까지 포함해야 이런 위험을 덜 수 있다"고 조언했다.
10일 KB증권에 따르면 신흥국 전반에 분산 투자하는 ETF의 장기 수익률은 세계 주식을 고루 담는 ETF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 신흥국 ETF인 '뱅가드 FTSE 이머징마켓 ETF'(종목코드 VWO)의 10년 수익률은 1.86%, 5년 수익률은 -0.13%를 기록했다. 글로벌 주식 ETF인 '아이셰어스 MSCI ACWI ETF'(ACWI)는 같은 기간 각각 8.12%, 5.28%의 수익률을 올렸다. 일부 국가에서 돌아가며 터져 나오는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신흥국 분산 투자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정형주 KB증권 연구원은 "어느 한 국가에서 소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더라도, 여러 국가를 모아두면 투자 기간 중 어느 한 국가는 불확실성 급증에 노출될 수 있다"며 "남미 전체의 정치 상황이 동시에 개선되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전체 ETF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갉아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까지 포함해 분산 투자 효과를 노리는 것이 더 긍정적"이라고 했다.
경제학계에서는 경제정책 불확실성지수(EPU·Economic Policy Uncertainty index)가 상승하면 기업의 현금배당 지급 유인이 감소해 다음달 주식 수익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등의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KB증권은 브라질 폭동을 계기로 신흥국 ETF에서 자금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흥국 ETF의 최근 90일 표준편차는 26.3%로 북미(14.4%), 유럽(19.7%), 아시아(17.7%), 중동(15.9%) 등보다 높은 상태다. 정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주가 하락을 진입 기회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시위대에 대통령 관저와 국회가 점령당한 국가에 자금을 유치하고 싶은 투자자는 드물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라질 당국은 입법·사법·행정 3부 기관 건물에 난입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 400여명을 체포했다.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1주일 만에 위기를 맞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군을 투입해 진압에 나서는 한편 관련자들에 대한 강력 처벌을 예고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