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콘텐츠를 편리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종목 집중탐구
[마켓PRO] 어닝쇼크에도 오른 LG엔솔…왜 증권가는 여전히 우려하나
4분기 부진한 실적을 낸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실적 발표 이튿날 도리어 올랐습니다. 미국 포드 자동차가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튀르키예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는 보도가 영향을 미친 겁니다. 당장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성장성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그만큼 많았단 얘깁니다.

다만 증권가에선 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성과 주가 방향에 대해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한경 마켓PRO가 증권가의 우려를 정리해봤습니다.

○2차전지업종의 낮은 영업이익률

지난 9일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4분기 매출은 8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237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1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5%나 줄어든 겁니다. 영업이익은 증권가의 컨센서스(4728억원)의 반토막 수준이었습니다. 회사 측은 일회성 인센티브와 ESS리콜 충당금 반영으로 인한 일시적인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증권가에서 주목하는 건 개선되지 않는 영업이익률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작년 1~3분기 실적 기준 영업이익률 평균은 5.55%입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이 평균 16.85%였음을 감안하면 3분의 1수준에 지나지 않는 겁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2차전지 업종 자체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인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 업종 자체가 아직 규모의 경제를 일으킬 수 있는 단계가 아닌 탓이라고 지적합니다. 먼저 규모의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선 고정비 비중이 커야 합니다. 치킨 한 마리를 집에서 튀겨 먹는 것보다 치킨집에서 튀기는 가격이 더 싼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치킨집은 기존 시설과 기름 한 통을 갖고 주문을 많이 받을 수록 이익을 더 많이 남길 수 있으니까요. 반도체는 고정비 비중이 원가의 절반 이상이라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산업에 속합니다. 반면 2차전지는 현재 고정비가 아니라 원자재 비중이 원가의 절반 이상이라 규모의 경제가 어렵습니다.

○中 대비 가격경쟁력 있나

문제는 국내 2차전지 업체의 가장 큰 라이벌인 중국의 2차전지 업체 쪽이 원자재 입수에 유리하다는 겁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이차전지 핵심 광물 8대 품목의 공급망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업체의 대중 수입의존도는 60%(수입액 기준)에 육박합니다. 중국은 자국에서 원자재를 직접 조달받을 수 있는 데다가 이것도 모자라 인도네시아와 협약까지 하고 나선 형국입니다.
[마켓PRO] 어닝쇼크에도 오른 LG엔솔…왜 증권가는 여전히 우려하나
이런 가운데 최근 니켈가격은 공급부족으로 오르고, 작년까지 올랐었던 리튬가격은 다시 내리고 있는 것도 국내 업체엔 당장 부담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니켈을 앞세운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고 있습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니켈이 함유되지 않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내세우고 있죠. 안 그래도 기술적 격차가 없는데 가격 경쟁력도 없어지는 거죠. 혹자는 국내 LCD 업체가 중국 LCD 업체의 저가 경쟁에서 밀렸던 과거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수요는 주는데…값도 작년보단 덜 받을 수도


당장 2차전지 업체들의 전방산업도 먹구름이 껴 있습니다. 최근 테슬라는 중국에서 신차 가격을 20%나 내렸습니다. 시장에서는 자동차 수요 감소가 그만큼 가파른 것이 아니냐는 시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금리 인상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보통 차를 살 때 할부를 끼고 사는데, 한국에서만 최근 1년 새 자동차 할부 금리가 4배 올랐으니까요. 대형 자동차를 48개월 할부로 구입할 때 적용되는 금리는 작년 초 2~3%대에서 작년 말 6∼8%대로 급등했습니다. 4000만원 짜리 차를 할부로 사면 한 달 할부금만 100만원에 달한다는 겁니다. 그만큼 2차전지 판매량이 증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판매 가격 역시 작년보다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2차전지는 원자재값을 그대로 판가에 전이할 수 있어 작년 니켈값 상승의 덕을 본 데다, 강달러 수혜까지 입은 업종입니다. 최근 니켈값이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해도 작년 고점의 4분의 3 수준입니다. 1450원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240원대까지 주저앉았죠. 같은 물량을 팔아도 전보다 가격을 덜 받을 수 있단 얘깁니다.

○우리사주 보호예수 풀리면 LG화학도 판다?

[마켓PRO] 어닝쇼크에도 오른 LG엔솔…왜 증권가는 여전히 우려하나
주가에 가장 큰 부담은 곧 풀리는 보호예수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7일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792만5000주(발행주식수의 3.39%)에 대한 보호예수가 해제됩니다. 주가 방향성에 대한 회의감이 큰 데다 아직 공모가(30만원) 대비 주가가 높은 수준이라 많은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더 큰 우려는 최대주주인 LG화학(지분율 81.84%)의 물량도 곧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증권가에선 LG화학이 우리사주조합 보호예수를 기점으로 갖고있는 물량을 일부 팔 수 있다는 관측이 공공연하게 나돕니다. 30%씩 팔아도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데다, 2차전지 공장에 투자해야 하는 자금도 필요하니까요. 우리사주조합의 보호예수가 풀리면 대주주인 LG화학도 체면을 지키면서 팔 수 있습니다. 보호예수로 묶여있는 직원들보다 대주주가 먼저 팔아버리면 직원들의 사기를 꺾을 테니까요. 앞서 LG화학이 들고있는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의 보호예수는 작년 여름 풀린 상황입니다. LG화학 측은 지분 매도설에 대해서는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