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업계 전통의 라이벌인 농심과 삼양식품의 상반된 해외 진출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해외 공장 없이 수출에만 주력하는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가도 상승세다. 농심은 미국에 제3공장 건립을 추진하는 등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하반기 이후엔 해외 네트워크 효과가 실적에 본격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라면 현지생산' 농심 vs '수출 대박' 삼양
10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지난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6개월 전 883억원에서 최근 998억원으로 13.0% 올랐다.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했을 것이란 추정이 우세하다. 농심은 매출 추정치가 2조8952억원에서 3조1038억원으로 높아진 반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185억원에서 994억원으로 하락했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정반대로 차이가 나는 주요 이유는 환율이다. 매출의 70% 이상이 수출에서 나오는 삼양식품은 지난해 환차익에 따른 이익 증가 효과를 톡톡히 봤다.

작년 한 해는 삼양식품이 판정승을 거뒀지만, 올해는 농심의 수익성 개선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4월 가동을 시작한 미국2공장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작년 3분기 기준 농심 미국법인은 평균 80%대의 가동률을 기록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이 제품 공급의 안정성과 원가 절감 측면에서 수출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 현지 생산 및 판매 실적에 따라 제3공장 건립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생산시설이 없다는 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삼양식품의 약점으로 꼽힌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마케팅과 해외영업 부서를 한데 묶어 해외 영업망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증가세가 가파른 미주 지역에는 별도의 본부를 설치해 특별 관리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라면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에 단행한 라면가격 인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농심 등 라면 3사는 지난해 9월부터 라면 출고가를 9~12% 높였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