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이후 서울 목동 신시가지 6개 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등 정비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안전진단 문턱을 넘은 서울 목동 신시가지 3·7단지 아파트.   이솔 기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이후 서울 목동 신시가지 6개 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등 정비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안전진단 문턱을 넘은 서울 목동 신시가지 3·7단지 아파트. 이솔 기자
재건축 첫 관문인 안전진단 기준 완화로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6개 단지가 한꺼번에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했다. 이로써 전체 14개 단지 중 절반인 7곳이 안전진단 문턱을 넘으면서 총 5만여 가구로 탈바꿈하는 목동 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는 평가다. 노원구 상계동, 도봉구 창동 일대 노후 단지를 비롯해 서울에서만 재건축 가능 연한(준공 30년)을 넘긴 389개 단지(총 30만4862가구)에도 순차적으로 재건축 시동이 걸릴 전망이다.

목동 5만 가구 재건축 청신호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양천구는 전날 목동신시가지3·5·7·10·12·14단지와 신월시영 등 7개 단지에 기존 ‘조건부 재건축’에서 ‘재건축 확정’으로 변경된 1차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통보했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예비 안전진단(현지 조사)→1차 정밀안전진단→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 순으로 진행된다.
'안전진단 규제 대못' 없애니…목동 재건축 속도 빨라졌다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으면 국토안전관리원 등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받아야 한다. 이들 7개 단지는 이 절차를 밟지 않고 곧바로 재건축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재건축 확정 판정을 받으려면 안전진단 평가 항목별 점수를 합산한 총점이 45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양천구는 목동1·2·4·8·13단지 등 다섯 곳에 대해선 기존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유지했다. 양천구 관계자는 “1차 정밀안전진단 기관에서 세부적인 안전진단 결과를 받아 단지별로 적정성 검토 절차를 밟을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단지에 의무적으로 적용되던 적정성 검토 절차는 지난 5일부터 관할 지방자치단체(시·군·구)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받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번에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단지는 모두 1980년대 지어져 준공 30년 차를 수년 전 넘겼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해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정부가 5일부터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구조안전성 비중은 30%로 낮추고, 안전진단 마지막 절차인 적정성 검토를 사실상 폐지하면서 재건축 시계가 다시 돌아가게 됐다.

서울시는 작년 11월 14개 단지, 2만6000여 가구인 목동 아파트를 최고 35층, 5만3000여 가구로 재건축하는 내용의 지구단위계획을 내놨다. 2020년 6월 목동 단지 중 처음으로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6단지는 작년 11월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인허가 절차를 대폭 단축하는 재개발·재건축) 대상지로 선정돼 사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연초부터 안전진단 신청 ‘봇물’

완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적용받는 아파트는 서울에서만 389개 단지, 총 30만4862가구에 달한다. 특히 지난 정부 때 안전진단에서 고배를 마시고 사업을 중단했거나 탈락이 우려돼 안전진단을 무기한 연기해 온 단지들이 앞다퉈 안전진단 신청에 나서고 있다. 2021년 예비 안전진단을 통과한 노원구 상계주공3단지, 미성·미륭·삼호3차(월계시영)와 서초구 서초동 현대는 지난달 1차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했던 단지도 재도전에 나서고 있다. 2021년 6월 적정성 검토에서 고배를 마신 강동구 고덕주공9단지는 최근 강동구에 예비 안전진단을 신청했다. 2020년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한 목동9단지도 예비 안전진단 신청을 위해 주민 동의서를 걷고 있다.

업계에서는 안전진단 규제 완화로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릴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단지별로 여건이 달라 재건축 추진 단지가 급격히 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해 도심 내 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재건축 최종 관문인 초과이익환수제도 추가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헌형/이혜인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