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북미서비스비즈니스담당 부사장이 지난 7일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있는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연구소에서 스마트 TV 서비스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김상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북미서비스비즈니스담당 부사장이 지난 7일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있는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연구소에서 스마트 TV 서비스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TV 제품을 더 많이, 자주 판매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TV에 얹어서 서비스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할 겁니다."

김상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북미서비스 비즈니스담당 부사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에서 이 같은 전략을 밝혔다. 삼성전자 TV로 제공하는 채널형 비디오 서비스를 기반으로 미디어·디지털 광고 사업에 드는 게 핵심이다.

○확 바뀐 TV 생태계…사업도 바꾼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미국에서 TV 생방송을 보는 시간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청 시간보다 적어졌다"며 "시장이 완전히 바뀌었고, 이는 곧 생태계가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집에서 케이블이나 위성을 통해 TV를 보는 미국 성인은 2015년 76%에서 2021년 56%로 급감했다.

SRA는 올해부터 비디오 소비 환경 변화를 반영해 채널형 비디오 서비스 '삼성 TV 플러스' 관련 사업을 강화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삼성 TV 플러스는 영화·드라마·예능·뉴스·스포츠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미국에선 CBS뉴스와 블룸버그TV를 비롯해 스포츠, 예능 드라마 등 약 200개 채널을 서비스 중이다.

특히 ‘무료로 보는 대신, 소비자는 일정 시간 동안 광고를 시청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업 기회를 엿봤다고 했다. 김 부사장은 "삼성 TV 플러스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디지털 광고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새로운 수익원으로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 TV 플러스 총시청 시간은 30억 시간에 달한다. 2021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는 "지역별 연령대별 맞춤형 광고도 가능하다"며 "그동안 판매해놓은 삼성전자 TV가 새로운 사업 플랫폼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TV 플러스는 현재 미국·독일·프랑스·영국·한국 등 24개국 4억6500만대 이상의 삼성 TV와 모바일 등에서 서비스 중이다. 김 부사장은 "인기가 많은 미국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 확대 기회를 노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서비스는 TV 외에도 삼성 계정을 연동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여러 기기를 넘나들며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2021년 모바일, 스마트모니터로 적용 기기를 확대했고, 지난해부터는 패밀리 허브 냉장고에서도 지원한다. 김 부사장은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삼성전자 기기 위에 삼성 TV 플러스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게이밍·아트 소비도 '새 기회'

SRA에선 게이밍 시장 확대와 아트 소비 증가를 삼성 TV사업의 또 다른 기회로 삼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9개 국가에만 선보이고 있는 게이밍 허브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도 이곳에서 세운 전략이다. 삼성 게이밍 허브는 TV에서 스트리밍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로, 지난해 출시했다. 별도의 콘솔 게임기를 구입할 필요 없이 게임 컨트롤러만 TV와 연결해 게임을 할 수 있다.

김 부사장은 “게임 시장에서 게임기 판매 분야는 앞으로 사라질 것”이라며 “미디어, 음악, 엔터테인먼트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게임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일 삼성리서치아메리카연구소장(부사장)이 인공지능(AI), 로봇 등 연구 확대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노원일 삼성리서치아메리카연구소장(부사장)이 인공지능(AI), 로봇 등 연구 확대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2017년 출시한 아트 스토어에선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미술관,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 등 세계 50여개 미술관과 박물관, 갤러리의 작품 2000여점을 제공한다. 현재 117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SRA에선 TV 사업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제품 및 서비스 핵심 기술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었다. SRA는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의 선행 연구개발 조직이다. 연구원 총 650명이 근무하면서 차세대 통신, 인공지능(AI), 로봇, 디지털 헬스,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을 연구 중이다.

노원일 SRA연구소장(부사장)은 “혁신적이고 우수한 제품 및 서비스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최근 빅테크의 대규모 감원으로 우수 인재를 뽑을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SRA는 급여 외에 제한조건부주식(RSU)을 지급하는 대신 현금 보상을 하고 있고 인위적 감원이 없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실리콘밸리=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