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3%대까지 떨어진 가운데 저축은행에서도 금리가 연 5.5%를 넘는 예금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금융 당국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 이후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내리자 수신 경쟁 요인이 줄어든 저축은행도 뒤따라 금리를 낮췄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당국의 압박이 덜한 적금금리를 높여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금리 노마드족’을 끌어들이고 있다.

1·2금융권 수신 경쟁 사라져

저축은행 예금금리도 '연 5% 턱걸이'
11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저축은행 79곳의 이날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5.24%로 지난해 11월 30일 연 5.53%보다 0.29%포인트 낮아졌다. JT저축은행은 전날 회전식 정기예금 금리를 연 5.5%에서 연 5.3%로 하향 조정했다. 같은 날 웰컴저축은행도 정기예금 금리를 연 5.2%에서 연 5.0%로, 하나저축은행은 비대면 세바퀴 정기예금 금리를 연 5.5%에서 연 5.3%로 내렸다.

저축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낮춘 것은 은행 예금금리 인하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금융 당국이 은행으로의 자금 쏠림을 막기 위해 예금금리 인상 자제를 권고했고, 은행들은 지난달부터 기준금리 상승에도 예금금리를 내렸다. 저축은행들은 은행 예금금리 대비 0.8~1.0%포인트가량 높은 금리로 수신을 유치해 은행의 금리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 저축은행 자금담당 임원은 “작년 말부터는 이탈하는 자금이 적고 수신액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금융권에선 1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하더라도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은행채 발행이 재개되면서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인 데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비수기인 연초엔 자금 수요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쌓아둔 자금도 넉넉한 편이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18조4366억원으로 전년보다 163조5700억원 늘었다.

적금금리 높여 고객 유치

반면 저축은행 적금금리는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이날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적금 평균금리는 연 3.73%로 석 달 전(연 3.47%)보다 0.26%포인트 올랐다. 그동안 저축은행들은 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에 맞서 한 번에 뭉칫돈을 끌어오기 위해 적금보다 정기예금 금리를 더 높이는 전략을 썼다. 일반적으로 매달 일정액을 넣는 적금이 목돈을 묻어두는 예금보다 금리가 더 높지만 금융회사 간 자금 유치 경쟁이 치열했던 작년에는 이런 통념도 뒤집혔다.

저축은행들은 예금금리 인상 경쟁을 멈추는 대신 적금 상품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적금은 예금에 비하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효과는 떨어지지만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꾸준히 관여시키는 데에는 효율적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이날 여자프로배구 AI페퍼스 배구단 홈경기를 직관하면 다른 조건 없이 연 6% 금리를 제공하는 ‘AI 페퍼스 배구사랑 정기적금’을 출시했다. 매달 5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는 6개월 만기 적금으로 AI페퍼스 홈 경기장인 광주 페퍼스타디움을 방문하면 누구나 쿠폰을 받아 가입할 수 있다.

시중은행도 적금금리는 올렸다. 우리은행은 최근 5개 주요 적금상품 금리를 최대 0.8%포인트 인상했다.

김보형/빈난새 기자 kph21c@hankyung.com